감독 첫 리그 통산 300승 경사도
“애정 준 선수 이적 서운하지만
비시즌 기간 혹독하게 훈련
선수들에게 각오하라고 했죠”
2023~2024시즌 여자프로농구 정규시즌은 예상대로 흘러갔다. 박지수가 돌아온 청주 KB가 홈에서 열린 15경기를 모두 이기는 새 기록과 함께 1위를 차지했다. 아산 우리은행과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에서도 KB의 우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빗나갔다. 위성우(53)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은 KB를 3승1패로 물리치고 왕좌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위 감독은 2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3월16일 플레이오프를 끝내고 같은 달 24일 열리는 챔피언결정전까지 준비할 시간이 많았다”며 “이 기회에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해 준비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우승을 할 때도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잘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심이 들어왔다”며 “이번 대회도 그런 불안감 속에 경기를 치렀고, 선수들 역시 너무 잘해줬다”고 강조했다.
위 감독은 이번 시즌 우승으로 챔프전 2연패와 함께 여자프로농구 역사상 처음으로 리그 통산 300승을 거두기도 했다. 위 감독은 “300승은 오래 하다 보면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서 부끄럽기만 하다”면서도 “정규시즌을 2등으로 마치고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이런 희열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었다.
최강팀인 KB를 마지막에 끌어내리며 2연패를 달성한 우리은행이지만 다가올 시즌에는 ‘약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위 감독이 ‘잘 해줬다’는 주축 선수들이 모두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위 감독과 수많은 우승을 합작했던 박혜진과 최이샘이 이적했고, 챔피언결정전 시리즈 향방을 가르는 1차전에서 결정적인 3점슛을 터트린 나윤정도 팀을 옮기게 됐다.
위 감독은 “정말 애정을 갖고 열심히 가르친 선수들이기 때문에 서운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우리 선수들이 다른 팀에서 찾는 좋은 선수가 됐다는 마음으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 역시 ‘이 감독, 이 팀에서 계속 농구를 하면 더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과 의심이 있었을 것”이라며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감독 역시 성장이 필요하고, 저 또한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하게 된 만큼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우리은행을 떠나는 이들과 새롭게 합류할 선수들 간의 기량 차이는 크다는 평가다. 해외진출을 선언한 박지현은 리그 정상급 가드고, 최이샘은 지난 시즌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넣었다. 박혜진은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고 5차례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간판이다.
반면 우리은행에 입단한 한엄지와 이다연은 지난 시즌 평균 6득점대, 김예진과 심성용, 박혜미는 평균 5점을 넣지 못했다. 위 감독은 “평균 20득점을 넣는 선수 5명이 뛴다고 100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맡은 역할 때문에 득점이 적었을 뿐 가능성이나 기량은 충분한 선수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당장 국가대표로 뛸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비시즌 충분히 훈련할 시간을 갖게 됐다”며 “이제 얼마나 빨리 팀을 만들어 조화롭게 시즌을 꾸려나갈지는 감독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위 감독은 봄 농구를 치르지 않은 선수들에게 ‘몸을 만들어 오라’고 지시하는 등 벌써 새 준비에 돌입했다. 혹독한 훈련으로 유명한 위 감독의 첫 지시를 받은 선수들은 긴장감이 클 수밖에 없다.
위 감독은 “(우리은행 훈련 강도가 높다는 건) 한국 여자농구팀에 이미 소문이 다 나서 모두 알고 있을 것”이라며 “1일 상견례 자리에서 ‘겁은 먹지 말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와야 한다’고 얘기하긴 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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