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견 초반 플래시에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호소…질의응답서는 “PR 문화 바뀌어야”

걸그룹 뉴진스가 소속된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ADOR)’의 민희진 대표가 25일 자신을 둘러싼 경영권 탈취 의혹 보도 과정에서 대기업에만 언론 시선이 쏠리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홀로 고군분투 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양측 입장을 고루 언론이 다뤄주기를 바란다는 뜻인데, 그는 기업의 언론 관계 등을 포함한 ‘PR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민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입장 발표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하이브에는 김앤장 변호사와 넥슨 사장 출신 등 인력이 포진했다며, “나는 미대 출신에 그냥 개인이고, 이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고 작당모의해서 들어오는데 어떻게 대응을 하느냐”고 토로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변호사의 ‘정리해서…’라는 중재에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발언을 이어간 민 대표는 “제가 이번에 기자님들께 진짜 고마웠다”며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저와) 대화한 기자님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언급했다.
하이브 입장이 주를 이루는 언론 보도 속에서 자신의 입장은 별로 다뤄지지 않는 가운데, 특종 보도 욕심 없으니 언론 대응방식을 알려준 기자들이 일부 있었다는 얘기다. 그리고는 “이렇게 이야기하면 기자님들께 밉보일 수 있는데 없는 사람 생각도 해 달라”며 “대기업(이야기)만 네트워크식으로 뿌리는 거 받아쓰지 마시고, 가난한 애들 것도 써 달라”고 호소했다. PR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이 대목에서 나왔다.
계속해서 “저는 몰랐는데 제가 당해보니까 너무 (언론 환경이) 불공정하다”며 “저는 방법도 모르는데 영세한 작은 회사들도 다 이럴 것 아니냐”고 민 대표는 한숨을 내쉬었다. 대기업의 힘이 언론 대응에서도 커다란 영향을 발휘하는 최근의 일을 지켜봤다는 취지로 말한 후, “하이브가 뉴진스 홍보도 (내게 대응한 것처럼)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민 대표의 기자회견 초반 약 7분간은 플래시가 터지는 취재 현장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그의 목소리만 가득했다.
마이크를 잡은 채로 자신을 향해 번쩍이는 플래시가 버거운 듯 “앞이 너무 안 보여서 제가 말씀을 드릴 수가 없다”며 “제가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고 입을 뗀 민 대표는 “제가 연예인도 아니고 이렇게 사진(찍는) 소리가 들리는 게 조금 힘들다”고 밝혔다.
옆에 있던 변호사들도 ‘양해 말씀을 드리는데 셔터소리가 너무 크다’, ‘기자회견 중에는 카메라를 자제해달라’, ‘충분히 사진을 촬영하신 것으로 아는데 부탁드린다’ 등 말로 민 대표를 감쌌다. 민 대표는 “사진기자님들이 너무 많다”며 “(제가) 말씀드릴 때는 사진기자님들이 안 찍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다.
어렵사리 기자회견을 시작한 민 대표는 “여러분들 입장에서는 제가 이미 죄인”이라며, “하루 이틀을 거의 지옥에서 살았다”고 말을 이어갔다. 특히 “저는 친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아이러니하게도 친구가 많다는 깨달음을 얻었다”며, 그간 늘 창작활동을 해오면서 방향성의 프레임을 깨야 하는 사람이었다고 돌아봤다.
무엇보다 “솔직히 뉴진스가 잘됐을 때 지인들은 ‘좋겠다’고 했지만, 저는 사실 행복했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고도 밝혀 주목됐는데, 예전부터 아이돌 문화에 몰두하던 사람이 아니었고 일하는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 달려온 지난날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를 언급하듯 민 대표는 “클린(Clean)한 방식으로 어떤 꼼수나 다른 방법을 찾지 않는 방식으로 일을 잘했을 때 내가 어디까지 성공해볼 수 있을까 궁금해서 도전했던 사람”이라며 “그래서 돈 때문에 경영권 찬탈이라는 이야기가 제가 와닿지 않는다는 것을 저를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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