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의2 의석’ 직선제 이래 전무
대통령 거부권 무력화할 수 있어
‘180석 이상’ 지난 총선 때 구도
패스트트랙 통해 단독처리 가능
한동훈 ‘200석 저지’ 70여번 외쳐
위기론 부각해 지지층 투표 호소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4·10 총선 유세 기간 야권의 200석 저지를 70차례 이상 외쳤다. 8일 경기 오산 유세에서도 이같이 말하며 이번 총선이 “대한민국을 전진시킬 것인지, 망하게 할 것인지를 정한다”고 했다. 여당이 200석 저지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간명하다. 한 정당이 재적의원 3분의 2에 해당하는 200석을 차지하면 대통령 탄핵소추와 개헌 등 막강한 의회 권력을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선거 막판 지지층을 투표소로 끌어내기 위해 이 같은 구호를 외친다”는 의견도 있다.

헌법과 국회법 등에 따르면 재적의원 3분의 2에 해당하는 200석 이상을 차지할 경우 개헌, 대통령 탄핵소추,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무력화, 국회의원 제명 등을 할 수 있다.
헌정사를 보면 1960년 선거에서 민주당이 233석 중 175석으로 3분의 2에 해당하는 의석을 차지했다. 또 1967년 7대 총선에서도 민주공화당이 175석 중 129석을, 1973년 9대 총선에선 민주공화당과 유신정우회가 219석 중 146석을 차지한 역사가 있다. 1987년 직선제 이후 총선에선 아직 3분의 2 의석을 독식한 정당은 없었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200석을 차지할 경우 그동안 대통령이 행사했던 거부권도 무의미해진다.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도 국회에서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다시 의결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 확정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막았던 쌍특검법(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혹 특검법, 대장동 50억클럽 특검법), 이태원참사특별법, 양곡관리법 등도 모두 통과될 수 있게 된다.
대통령 탄핵소추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두 차례 탄핵안소추안이 의결됐지만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은 오히려 역풍이 불어 탄핵을 추진한 보수당이 총선에서 크게 패했고, 2016년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이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이 대권을 차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실제 200석을 차지하더라도 이를 바로 실행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탄핵소추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는 한 가지 절차를 더 거쳐야 한다.

180석 이상을 민주당이 차지할 경우 4년 전 정치지형이 재연된다. 다수당의 독주와 폭력을 막기 위해 2012년 제정한 국회선진화법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선진화법은 국회의장 본회의 직권상정 제한, 안건조정위원회 최장 90일 논의, 안건신속처리제(패스트트랙),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180석을 차지하면 다른 당의 협조 없이도 패스트트랙 단독 추진이 가능하다. 또 상대당이 법안 반대를 위해 벌이는 필리버스터는 24시간 내에 강제로 종료시킬 수 있게 된다. 사실상 개헌·대통령 탄핵·국회의원 제명을 제외한 모든 국회 권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80석을 차지한 바 있다.
이번에는 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 여기에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쳐 검찰개혁 공약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의결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지난 2년간의 거부권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
재적의원의 과반인 151석 이상을 한 정당이 차지하면 국회의장직을 확보할 수 있다. 국회의장은 다수 당이 차지한다는 명문화된 규정은 없지만 투표를 통해 당선되기 때문에 주로 다수당의 최다선 의원이 관례처럼 맡아왔다.
또 예산안을 비롯한 본회의 상정 각종 법안 처리, 국무총리·헌법재판관·대법관 임명동의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임명권을 갖게 된다.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법률이 된다. 이 과정에서 찬반이 동률이면 부결로 보기 때문에 과반은 150석에 1석이 더 필요한 것이다.
또 주요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도 151석 이상 정당의 몫이 된다. 이 밖에도 대통령을 제외한 총리·국무위원·법관·감사원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도 있다. 실제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지난해 2월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안을 처리했으나 7월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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