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재림교 신자 손 들어줘
종교적 이유 시험 변경 첫 인정
종교적 이유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면접 일정을 바꿔 달라는 수험생의 요구를 거부한 대학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제3자가 받는 불이익이 크지 않다면 헌법상 평등원칙에 따라 대학이 면접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4일 임모씨가 전남대학교 총장을 상대로 낸 입학전형 이의신청 거부 처분 및 불합격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 일부를 확정했다.
임씨는 2020년 10월 전남대 로스쿨에 지원해 서류평가에 합격했다. 면접 전형은 같은 해 11월 말 토요일로 지정됐다.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재림교) 교인인 임씨는 해당 일자의 오후반 마지막 순번에 배치해 일몰 뒤에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해 달라고 대학 측에 요청했다. 재림교는 금요일 일몰 이후부터 토요일 일몰까지를 종교적 안식일로 정하고, 해당 기간 동안 직장·사업·학교 활동 등 세속적 행위를 금지한다.
전남대 로스쿨은 무작위로 면접 조·순서를 결정하는 모집 요강에 따라 이런 요구를 거절했다. 임씨는 면접을 보지 못해 결국 불합격 처분을 받았다. 당시 임씨의 학사 성적이나 공인영어·법학적성시험 점수는 최종합격자 중에서도 상위권에 해당했다.
임씨는 이에 불복하며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1심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법원은 “면접 일정 변경 거부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그로 인해 초래되는 기본권에 대한 제한의 정도가 비례의 원칙을 벗어난 정도로 볼 수 없다”며 대학 측 처분에 위법이 없다고 봤다.
반면 2심 법원은 대학이 재량권을 남용했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학이 외견상으로는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특정 집단에 대해 불이익한 결과를 초래하는 ‘간접 차별’을 했다는 취지였다.
대법원도 “헌법이 보장하는 실질적 평등을 실현할 의무와 책무를 부담하는 피고(총장)로서는 재림교 신자들의 신청에 따라 그들이 받는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며 면접 일정을 조정해야 했다고 봤다.
임씨가 로스쿨에 입학하는 기회를 박탈당한 불이익을 감안하면 일정 조정으로 인한 다른 응시생의 피해가 큰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특히 지필 시험은 모든 응시자가 동시에 치러야 하나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면접은 변경이 어렵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임씨가 일몰 후에 면접을 받도록 순번을 조정하더라도, 다른 응시자에 비해 준비 시간을 더 많이 갖는 등의 부당한 이익을 받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을 통틀어 재림교 신자의 시험 일정 변경 청구를 명시적으로 받아들인 최초의 판결”이라며 “시험 일정 변경 요청을 거부하는 것이 위법할 수 있는지에 관한 판단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건”이라고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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