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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돌 빼 윗돌 괴기’식 공보의 차출… 취약지 의료현장 ‘휘청’ [심층기획-의정갈등에 '유탄' 맞은 공공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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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01 06:00:00 수정 : 2024-04-01 11: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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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이탈로 지방의료원 채용 난항
성남시의료원 2023년 4차례 공고 허탕
서울지역 의료원도 구인난 매한가지
대안으로 추진 민간위탁은 뒷순위로

정부, 공보의 차출해 대형병원에 배치
순회진료 독려 불구 진료공백 불가피
의료 취약지 진료 공백사태 더욱 가중
수급·이탈 방지 정부 차원의 대책 시급

#1. 강원 속초의료원은 지난달 응급실 임상전문의를 뽑는 채용공고를 냈지만 두 달 가까이 지원자가 없다. 속초의료원 관계자는 “전문의 채용공고를 내면 보통 한 달 내에 채용이 됐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며 “전공의 파업의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2. 신상진 경기 성남시장이 인력·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추진했던 성남시의료원의 민간(대학병원) 위탁운영은 사실상 멈춰 섰다. 성남시 관계자는 “당초 로드맵대로라면 3월까지는 (민간위탁을 위한) 보건복지부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공공의료와 보건정책 중심이 ‘전공의 사태’ 해결에 쏠리면서 뒷순위로 밀린 듯하다”고 전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 이탈 행렬이 전국 공공의료기관의 ‘구인난’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각 지방의료원 등에서는 꼭 필요한 인력 채용이 더 어려워졌다는 아우성이 빗발친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비수도권 의료 취약지역에 배치됐던 공중보건의를 차출해 대형병원에 배치하면서 지역의료 현장이 휘청이고 있다.

◆수도권서도 마찬가지… “더 힘들어져”

31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나면서 상당수 지방 의료원들이 의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은 최근 오후 5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8시30분까지 근무할 야간·주말 당직 담당의사를 뽑는 채용공고를 냈다. 진료 공백을 막기 위해 의사가 필요하지만 지원은 미미한 상황이다. 병원 관계자는 “최근 의료계 상황 때문에 공공병원으로 환자가 몰릴 것을 우려해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이 당직 의사를 채용 중”이라며 “평소에도 인력 충원이 원활하진 않았지만 의료 대란으로 의사 채용이 더 힘들어졌다”고 호소했다.

고질적 인력난에 시달려온 성남시의료원의 경우 현재 전문의 99명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있다. 정원의 절반 수준인 51명만 근무하고 있다. 의료원은 채용공고를 수시로 내고 있지만 인력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부족한 의사 충원을 위해 4차례 공고를 냈지만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다.

서울도 공공 의료진 충원 상황은 마찬가지다.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본격화하자 서울시는 시립병원 8곳의 진료시간을 연장하고 비상체제 가동에 돌입했다.

인력 부족으로 지난 2월27일부터 서울의료원과 서울시립 보라매병원을 합쳐 의사 42명을 모집 중이지만, 3월29일까지 채용한 인원은 4명에 불과하다.

공공병원 의사 지원자 수 미달 사태가 하루이틀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공공의료기관 222곳 중 44곳이 의사를 확보하지 못해 67개 진료과를 휴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료원 35곳 중에선 23곳, 37개 과목이 진료과목 의사가 없어 휴진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시립병원 의사 모집은 예전부터 어려웠지만 전공의 사태 이후 더 어려워졌다”며 “특히 젊은 의사들은 현 상태에선 지원을 아예 안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부연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공중보건의마저 서울 대형 종합병원 등으로 차출되며 의료 취약지의 진료 공백 사태는 심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 현장의 대체인력 지원을 위해 정부는 3월 11일과 21일, 25일 세 차례에 걸쳐 공보와 군의관 413명을 의료기관들에 파견했다. 이들은 대부분 서울 ‘빅5 병원’을 비롯해 전공의 공백이 심각한 거점대 병원이 있는 수도권과 대도시 등지에 배치됐다. 경북 울진군은 관내 공보의 9명 중 3명이 파견을 가면서 3월25일부터 3개 보건지소 운영을 중단했다.

공보의 267명 중 45명(약 17%)이 수도권 병원 등으로 차출된 전남도는 공보의들의 순회 진료와 휴가 제한을 지시하는 등 의료공백 메우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달 초 공보의 63명의 복무기간이 만료됐는데, 신규 공보의 배치는 중순 이후에 돼 일시적인 진료 공백까지 빚어졌다. 전남도 관계자는 “진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섬이나 오지, 벽지 등 의료 취약지에서는 공보의를 차출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 7일부터 공보의 휴가 제한을 지시했다”고 했다.

 

◆결국 지역 문제… “정부, 대책 마련을”

지역 공공의료기관들의 만성적 결원과 불안한 진료 환경은 이미 수년 전부터 지적되는 등 곪을 대로 곪은 문제다. 적지 않은 연봉에도 대도시에 견줘 열악한 교육과 주거 환경 등이 기피 요인으로 꼽힌다. 지방의료원들은 대부분 의사들이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중소형 규모 아파트형 숙소를 제공하지만, 수도권이나 대도시에서 일하려는 의사들의 이탈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지난해 4월부터 신경과 전문의를 모집하고 있다는 강원 영월의료원의 한 관계자는 “문제는 수도권과의 거리”라고 강조했다. 전북의 한 지방의료원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표준급여 외에 건물, 기기, 운영 등 기능 보완 사업으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면서도 “전북 3개 공공의료원인 군산, 남원, 진안에서 근무하는 전문의의 평균 연봉이 2억∼2억5000만원 수준으로 적은 금액이 아니지만 근본적으로 일반 병원과 경쟁이 안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공의료에 대한 사명감에 호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신규 충원이 어렵고 병원을 나가는 의사만 있다 보니 정원 외 인력으로 충당하는 등 인력 운용의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노인 인구 증가로 수요가 늘어난 요양병원이 ‘의사 모시기’ 경쟁에 가세하면서 넉넉한 보수를 받으며 업무 부담도 크지 않은 병원을 선호하는 의사들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은 3월29일 복지부가 주최한 ‘지역의료 강화방안 토론회’에서 “지방의료원을 종합병원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규모로 만들어야 한다”며 “의대 정원을 늘린다지만 이들이 실제 지역에 배치되기까지 10~15년이 걸린다. 단기적으로 지역의료원에 인력을 배치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규희 기자, 군산·속초·수원=김동욱·배상철·오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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