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처분 중 13세 비율 70% 차지
법무부, 처벌 나이 조정방안 추진
“모방범죄 늘어 경각심 높여야” 지적
대법, 환경개선 등 보호처분 강조
연령 하향 반대 의견 국회에 제출
“처벌 강화로 근본적 해결은 못 해”

최근 경복궁 담벼락 낙서와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에 대한 습격사건 등 10대 청소년에 의한 사건이 잇따르면서 촉법소년 연령 하한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촉법소년 연령 조정을 통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형성돼 있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1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청소년 범죄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촉법소년의 경우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청소년으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소년법상의 보호 처분을 받는다. 촉법소년보다 나이가 많은 14세 이상 19세 미만은 범죄소년으로 분류돼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법원의 소년부로 송치돼 보호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10세 미만의 청소년은 형사처벌과 보호 처분의 대상이 되지 않아 입건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촉법소년은 1만9654명으로 2019년 8615명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최근 5년간 6만5987명이 범죄를 저지르고 형사처벌을 피했는데, 이들은 주로 절도(3만2673명)·폭력(1만6140명)과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 강도·방화·마약 등 강력 범죄도 크게 증가했다. 방화는 263명, 강도는 54명, 마약의 경우 50명, 살인은 11명에 달했다.
촉법소년의 범죄가 잇따르면서 연령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시절 촉법소년 연령 하한 조정 입법에 앞장선 바 있다. 당시 한 장관은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내용의 소년법 개정을 추진했다. 소년의 신체적 성숙도와 환경이 달라져 형사처벌의 연령 하향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촉법소년 보호처분 중 13세 비율이 약 70%를 차지한다는 점도 연령 기준의 근거로 제시했다.
법조계에서는 촉법소년 연령 조정에 관한 의견이 엇갈린다.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연령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청소년의 경우 처벌보다 교화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김진우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미디어의 발달로 미성년자라 해도 모방 범죄의 위험이 커졌고 실제로 마약까지도 청소년에게 전파가 되는 상황”이라며 “촉법소년 연령을 만 7세 초등학교 입학 연령 전 수준으로 낮추든가 양형 사유 정도로만 고려하도록 적극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촉법소년 연령 조정 법안에 대해 촉법소년 나이를 낮추는 것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권고와 맞지 않고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소년범죄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가정환경과 정신질환이 꼽히는 만큼 치료·환경개선 등 다양한 보호 처분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장윤미 변호사(법무법인 메타)는 “해외 입법례나 법원 의견을 봐도 미성년자 나이를 낮춰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계도 효과 면에서는 좋지 않다고 언급한다”며 “연령만 낮추는 것이 유효한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촉법소년이라고 해도 성인과 같은 처벌을 받지 않을 뿐 처벌 자체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촉법소년은 처벌을 안 받는다는 식의 잘못된 인식이 알려져 있지만 재판을 거쳐 집행유예 받는 것보다 보호처분 2년 받는 것이 훨씬 가혹하다”고 경고했다. 장 변호사도 “형사기록에 남지 않아 전과가 조회되지는 않더라도 수사기록은 남을 수 있다”면서 “어른과 똑같이 처벌받지 않을 뿐 소년원 등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볍게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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