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설왕설래] 트럼프 라운드 시대

관련이슈 설왕설래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5-08-10 22:52:34 수정 : 2025-08-10 22:52:33
박병진 논설위원

인쇄 메일 url 공유 - +

21세기 초 무역자유화 물결이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휩쓸 때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약속하는 것보다 더 많은 무역 기회를 제공한다는 소리에 세상은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경쟁에 뛰어들었다. 뒷전이던 노무현정부도 ‘경제 영토 확장’이란 이름 아래 미국과의 FTA 추진을 선언했다. “외환위기 10배 이상의 고통이 몰려들 것”, “한국 농업 장례식 치를 것”, “한국 영화의 할리우드 종속”이라는 등의 구호를 내건 반대 집단의 격렬하고 집요한 저항이 시작됐다.

이전 정부로부터 FTA 협상 과제를 넘겨받은 이명박정부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 그야말로 정권 존립마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2011년 11월 22일 국회 본회의 비준 동의안 표결장에서는 최루탄까지 터졌다. 우여곡절 끝에 이듬해 3월 15일 한·미 FTA가 발효됐다. 이후 한국은 미국 소고기의 최대 수입시장으로 부상하고, 한국 농업은 개방됐지만, 여전히 건재하다. 한·미 동맹은 군사와 경제 동맹의 양대 축으로 공고해졌다. 그 사이 FTA 망국론 주장은 잦아들었다.

한·미 FTA 순항을 막아선 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규범에 기반을 둔 자유무역을, 미국을 유린하고 노동자들의 삶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대상으로 악마화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는 우리 정부가 방어에 성공했다. 트럼프 2기는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한 지 불과 10여일 만인 지난 2월 1일 마약류인 ‘펜타닐’ 유입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멕시코·캐나다·중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관세 전쟁의 시작이다.

전 세계를 향한 미국의 상호관세가 지난 7일 0시 1분(현지시각) 발효됐다. 미국 무역 정책을 총괄하는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이날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우리는 이제 ‘트럼프 라운드’를 목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80년간 이어져 온 자유무역 질서가 종말을 고했다는 선언이다. 생존의 공포 속에서 세계가 혼돈과 무질서가 난무하는 합종연횡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누구도 망국론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FTA보다 더 어려운 난국이다. 최소한 ‘정’ 맞는 일을 피해야 한다.


박병진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하츠투하츠 스텔라 ‘청순 대명사’
  • 하츠투하츠 스텔라 ‘청순 대명사’
  • 윤아 '청순 미모'
  • 최예나 '눈부신 미모'
  •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