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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 최초로 세계 클래식 지휘 장벽 넘은 오자와 세이지 하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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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12 13:02:29 수정 : 2024-02-12 1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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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 최초로 세계 클래식 지휘 장벽을 넘은 일본 출신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小澤征爾)가 영면했다. 지난 6일 일본 도쿄 자택에서 심부전으로 눈을 감았다. 향년 88세. 

 

오자와는 1935년 당시 일본군이 점령하고 있던 중국 랴오닝성 선양(옛 만주국)에서 치과의사였던 아버지와 기독교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1941년 일본으로 돌아와 일곱 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했고, 명문 사립 음대인 도호학원에 들어가 ‘일본 지휘계의 대부’ 사이토 히데오(1902∼1974)에게서 본격적으로 지휘를 공부했다. 오자와는 1993년 빈 필하모닉과 함께한 첫 내한공연 당시 기자회견에서 “사이토 선생은 서양문화에 뿌리가 없는 동양인으로서 서양음악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를 가르쳐 주었다”며 “이런 가르침이 훗날 음악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가 1984년 사이토를 기념하는 ‘사이토 키넨 오케스트라’ 창단을 주도하고 세계적인 명문 교향악단으로 이끈 배경이다.

 

지난 6일 별세한 일본의 세계적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  세계일보 자료사진

오자와는 도호 음대 졸업 후 1959년 프랑스로 건너가 그해 브장송 국제청년지휘자 콩쿠르 1위에 이어, 이듬해 버크셔 음악제 지휘콩쿠르에서 쿠세비츠키 대상을 차지하며 뛰어난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레너드 번스타인에게 발탁돼 가르침을 받으며 잘츠부르크 축제에서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뉴욕 필하모닉 부지휘자로 활동하는 등 탄탄한 경력을 쌓아갔다. 1973년 38세 젊은 나이로 미국에서 뉴욕 필하모닉과 쌍벽을 이루던 보스턴 심포니 음악감독에 취임해 30년 가까이 보스턴 심포니를 이끌며 거장의 반열에 들어섰다. 구스타프 말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부르노 발터, 칼 뵘, 카라얀, 클라우디오 아바도 등이 거쳐간 빈 국립오페라극장 음악감독을 2002년부터 맡았고, 사임 후 2010년 빈 필하모닉 ‘명예단원’으로 추대되는 영예를 안았다.

 

노후에는 식도암 등 건강 악화로 오랜 투병 생활을 했다. 2011년 식도암 수술 후 소설가 무라카미와 하루키와 대담집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주로 무라카미가 묻고 오자와가 답하는 형식의 이 책은 스승 사이토에 대한 추억, 뉴욕 필 부지휘자 시절 번스타인과의 에피소드, 보스턴 심포니와 빈 국립오페라극장 음악감독 재임 시절 이야기 등 오자와의 인생을 차분히 돌아본다. 오자와는 대담에서 ”이만큼 나이를 먹어도 경험을 통해서 변한다”며 “그게 어쩌면 지휘자란 직업의 한 특징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하면 현장에서 변화하는 거다. 우리는 오케스트라가 실제로 소리를 내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거든”이라고 했다. 

 

지난 6일 별세한 일본의 세계적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 무대에는 1993년과 2004년 빈 필과 섰고, 2007년에는 칠순을 넘긴 나이로 빈 국립오페라와 함께 예술의전당에서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을 공연했다. 

 

오자와의 별세 소식에 빈 필은 성명을 통해 “우리 시대의 위대한 지휘자 중 한 명이 세상을 떠났다”며 “그와 함께한 많은 공연을 감사와 사랑으로 되돌아본다”고 명예회원 오자와의 죽음을 애도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엑스(X·옛 트위터)에 “세계에 뜻을 갖고 국경을 넘어 큰 감동을 준 위대한 지휘자이며 일본이 자랑한 전설이었다”고 애도를 표시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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