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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 고운 색동… 福과 풍요 직조하다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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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14 13:46:48 수정 : 2024-01-14 13:5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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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방식 ‘색동공장’ 충남 공주 동원직물 가보니

1970∼80년대 이불·한복 혼수 인기 끌다 수요 감소
실 염색 옛 방식 고수… 국내 유일 ‘명맥’ 이어
中 수출 거쳐 北까지… “잡화 등 다양한 도전 계속”

리듬감 있는 철커덕철커덕 소리. 하양, 빨강, 노랑, 파랑 형형색색의 실들이 직조기로 들어선다.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색들이 조화를 이루며 하나로 묶여 나와 차곡차곡 쌓여간다. 알록달록한 색동 천이 만들어지는 이곳. 한두흠 공장장이 운영하는 충남 공주시 유구읍의 색동 천 생산공장이다.

충남 공주시 유구읍 동원직물에서 색동 천이 직조되고 있다.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온 색동은 명절이나 혼례처럼 경사스러운 날 다채로운 색이 이루어내는 화려함으로 기쁜 마음을 나타내는데 활용되었다.
충남 공주시 유구읍 동원직물에서 색동 천이 직조되고 있다.

공주시 유일한 읍 지역인 유구. 전형적인 농촌이었지만 6·25전쟁 이후 북한에서 온 직조공들이 정착하면서 한때 직조산업이 융성했다. 전성기 200여 곳이 넘던 직물 공장은 값싼 중국산 섬유 유입으로 국내 섬유산업이 쇠퇴하면서 지금은 10곳 정도만 남게 됐다. 그중에서도 이곳이 유일하게 색동을 생산하고 있다.

충남 공주시 유구읍 동원직물에서 자카드 방식(무늬를 넣어 짜는 방법)으로 색동이 직조되고 있다.
충남 공주시 유구읍 동원직물에서 색동 천이 직조되고 있다.

색동이란 ‘색을 동 달았다’라는 뜻이다. 동이란 한 칸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오색 빛깔의 헝겊을 층이 지게 차례로 잇대어 만든 저고리나 두루마기의 소매감을 지칭한다.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온 색동은 명절처럼 경사스러운 날 다채로운 색이 이루어내는 화려함으로 기쁜 마음을 나타내는 데 활용된다.

혼수를 할 땐 음양을 상징하는 청·홍 계열의 포장지를 사용한다. 장식 물품도 비교적 색(色)스럽게 색동이나 잣 물림 장식 또는 색실로 누빈 것을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혼수를 넣은 함 속에 다섯 가지로 색을 달리한 복주머니에 장수나 풍요, 행운, 다산 등을 상징하는 곡류, 물품을 넣어주는 전통이 지금까지 전해져 온다.

동원직물에서 한두흠씨가 색동 천 직조를 살펴보고 있다.

“1970~80년대에는 색동이 엄청 많이 팔렸어요. 여성이 혼수로 꼭 색동 요를 하나씩 해 갔거든. 이젠 사람들이 침대 생활을 시작하면서 수요가 급격하게 줄었어요.” 한두흠 공장장이 말했다.

그는 1970년대 색동을 생산하던 공장에서 기술직원으로 일했다. 색동 판매량이 줄어들자 일하던 공장에서는 색동 관련 사업을 접고자 했다. 자신이 직접 개발했던 색동 기술이 사라질 수 있다는 아쉬움에 새로 공장을 차려 지금까지 전통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동원직물에서 자카드 방식(무늬를 넣어 짜는 방법)으로 색동이 직조되고 있다.
충남 공주시 유구읍 동원직물에서 색동 천이 직조되고 있다.

“색동을 옛날 방식 그대로 실을 염색해서 직물을 만드는 집은 이제 우리밖에 없어요. 중국이나 일본에도 없습니다.”

 

북한 방송에서 어린이들이 입은 알록달록한 색동 옷들 또한 이 공장에서 나온 작품이다. 연변 등지의 중국동포들이 이곳에서 구매한 색동을 북한에 판매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중국 등지로 수출되는 색동이 전체 물량 중 60~70% 정도가 된다. 국내 판매량은 전체 생산량 중 일부에 지나지 않고 그마저도 감소하고 있다.

염색된 실들이 색동 배열에 따라 걸려 있다.
충남 공주시 유구읍 동원직물에서 색동 천이 직조되고 있다.
충남 공주시 유구읍 동원직물에서 색동 천이 직조되고 있다.

“처음에는 기술이 아까워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색동을 어떻게 하면 활용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복주머니, 지갑, 필통에 운동화까지 다양하게 도전해 보고 있죠.” 그의 말에선 국내 유일의 색동 공장장으로서 삼국시대부터 내려온 겨레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경사와 함께해온 색동. 다가오는 설엔 전통 색동 한복을 한번 입어보는 건 어떨까.


공주=사진·글 최상수 기자 kilr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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