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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갈래의 왕관 모양의 멋진 뿔을 가진 노루는 사실 이 왕관 때문에 종종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조류나 다른 야생동물의 침입을 막기 위해 농작물이나 밭에 쳐놓은 그물에 뿔이 걸려 목숨을 잃기 때문이다.

우제목 사슴과 노루 속의 노루는 수컷에게만 뿔이 있는데, 봄이 되면 부드러운 벨벳 같은 뿔이 자라나 계절이 지날수록 단단해지며 세 가닥 뿔이 된다. 이 뿔로 짝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벌이거나 옛 관습을 벗기 위해 나무에 뿔을 비비는 행동으로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기도 하는데 12월이 되면 뿔은 떨어져 나간다.

수컷 노루는 한 번 설정한 영역에서 평생을 머무르나, 매년 어린 수컷들의 도전으로 영역을 지켜내거나 새 영역을 찾아야 한다. 번식기는 9월 말에서 10월 말이며 노루의 임신기간은 140일 정도인데, 새끼를 안정적인 환경에서 키우기 위해 교미 후 수정란의 착상을 지연시켜 출산을 봄에 맞추며 보통 1~3마리의 새끼를 출산한다.

갓 태어난 새끼는 갈색 바탕에 흰색 반점이 있으며 생후 3개월이 지나면 사라지고, 노루 털은 여름에는 짧고 거칠며 적갈색이며 겨울에는 회갈색 빛이 돈다.

암노루는 생식 기간에 공격적이며, 전해에 태어난 새끼를 출산 전에 독립시킨다. 출산 후에 훨씬 더 공격적으로 되는데, 이는 새끼들이 자람에 따라 줄어든다.

노루의 무리는 1년 단위로 변하는데 여름에는 단독이나 소규모 가족 단위의 무리로 움직이다가 겨울철에는 더 큰 무리를 이루는데 쉽게 작은 무리로 갈라졌다가 결합하는 유형을 보이기도 하며 3~4월이 되면 해체된다.

한때 불법 포획으로 멸종 직전까지 갔으나, 불법 포획 단속과 먹이 주기 운동으로 지금은 종종 무인 카메라를 통해 노루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농작물의 약탈꾼이라는 이유만으로 노루를 미워하기보다는 이를 포용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 같이 보듬고 살아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승민 국립생물자원관 조사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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