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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황폐화에…아기 예수 탄생지 베들레헴엔 적막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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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2-24 19:00:00 수정 : 2023-12-25 00: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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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축제인 성탄절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작 아기 예수의 탄생지인 베들레헴에는 축하 분위기가 사라지고 적막감만 감돌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 등 외신들이 전했다.

 

예루살렘 남쪽 8㎞ 지점에 있는 요르단강 서안지구 베들레헴은 매년 성탄절을 앞두고 화려한 트리 점등식과 드럼·백파이프 연주자의 퍼레이드 등이 진행돼 전 세계에서 모여든 순례객과 여행자로 떠들썩한 곳이었다. 그러나 올해엔 화려한 성탄 장식은 사라지고 각종 행사도 취소되는 등 이곳에는 비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고 CNN이 23일(현지시간) 전했다.

한 여성과 어린이가 23일(현지시간) 베들레헴 구유 광장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그리스도 성탄화 앞에 촛불을 밝히고 있다. 베들레헴=AP뉴시스

이곳 주민의 지인들이 살고 있는 가자지구가 두 달 넘게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아 2만명 넘게 숨지고 가자 주민 85%가 난민 신세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베들레헴 시당국은 가자 주민들과 연대하는 의미에서 올해 공개 기념행사를 취소했다. 예루살렘의 여러 교회 총대주교와 수장들도 지난달 성명을 내고 신도들에게 “불필요한 축제 활동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성모 마리아가 구유에서 예수를 낳았다는 동굴 위에 세워진 베들레헴 예수탄생교회 밖 구유 광장을 찍은 외신 사진을 보면, 지난해 12월24일에는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관광객들로 북적거렸으나 올해 12월20일엔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도 세워지지 않았고 몇몇 아이들이 공 차는 모습만 담겼다.

요르단강 서안지구 베들레헴 예수탄생교회 밖 구유 광장이 지난해 12월24일(위)에는 산타 복장을 한 관광객들로 가득한 반면, 올해 12월20일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도 없이 한적한 모습이다. 베들레헴=AFP연합뉴스

지난 10월7일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잔학무도한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검문이 강화돼 예루살렘에서 베들레헴으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다.

 

베들레헴 인근 팔레스타인 마을 알샤와라에 사는 알리 타벳은 “아들이 올해는 왜 크리스마스 트리가 없느냐고 물어보는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기독교 형제들과의 관계가 돈독해 성탄절마다 베들레헴을 방문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정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성탄절 연휴 기간 관광 수입에 크게 의지하는 베들레헴 경제도 큰 타격을 받았다. 순례객, 관광객 수가 전쟁 여파로 코로나19 대유행 때보다도 줄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대인 1927년부터 올리브 나무로 예수 탄생 장면을 정교하게 새긴 조각 등을 팔아온 베들레헴의 한 기념품 상점 주인은 “이런 성탄절은 본 적이 없다”며 “지난 3개월간 단 하나도 팔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베들레헴 예수탄생교회 밖 구유 광장에 한 여인이 죽은 아이를 흰색 이불로 감싸 안고 있는 모습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베들레헴=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에서는 처음으로 2012년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예수탄생교회도 사정은 마찬가지. 평소 같으면 예수가 탄생한 동굴을 보러 온 순례객들의 줄이 외부 주차장까지 이어지지만, 최근에는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하다고 CNN은 전했다.

 

예수탄생교회의 그리스 정교회 사제 스피리돈 샘모어 신부는 “성탄절은 기쁨, 사랑, 평화인데 우리에겐 평화도 기쁨도 없다”며 “결정권을 가진 전 세계 모든 지도자들에게 하나님께서 전 세계의 평화를 이룰 수 있는 빛을 주시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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