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공정하게 스트라이크·볼 판정"… KBO에 '로봇심판' 뜬다

2024시즌 ABS·피치클록 도입

위치추적 시스템으로 공 쫓아
로봇이 스트라이크 여부 판단
투구 시간 제한하는 피치클록
구체적 시간은 아직 안 정해져
KBO, 시스템 고도화 등 작업
시간 단축·공정성 향상 기대감

이제 심판판정 공정성 문제가 기술의 힘으로 사라지게 될까.

2024시즌 프로야구가 개막하면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은 심판이 아닌 일명 로봇심판이라 불리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을 통해 이뤄진다. 여기에 더해 제한된 시간에 투수가 공을 던져야 하는 피치클록도 새롭게 적용된다. KBO는 두 제도가 공정한 판단은 물론 경기 시간 단축까지 끌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BO 공식 기록 업체인 스포츠투아이 관계자가 지난 4월 3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23 전국고교야구대회 광주동성고와 경북고의 16강전에서 자동 볼 판정 시스템을 이용해 투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KBO는 18일 2023년 제4차 이사회를 열고 피치클록과 ABS의 리그 도입 시기를 2024시즌으로 확정하고 관련 설비와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ABS와 피치클록 도입은 KBO가 지난 7월 ‘팬 퍼스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레벨 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앞서 KBO는 ABS와 피치클록 등을 도입하면 리그의 경기력이 향상되는 건 물론 팬들의 만족도까지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KBO는 두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그동안 시스템 및 하드웨어 검토, 리그 도입 시 경기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또한, 실행위원회 등을 통해 각 구단과 해당 내용을 공유하고 개선점을 보완했다.

ABS 시스템은 위치추적 시스템으로 공의 궤적이 수트라이크존에 들어왔는지를 로봇이 판단한 뒤 이를 심판이 귀에 차고 있는 이어폰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프로야구 규칙과 제도를 선도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아직 도입하지 않았다.

우선 KBO는 ABS 시스템 도입을 위해 2020시즌부터 퓨처스리그에서 시스템 고도화 작업을 진행했다. KBO는 볼-스트라이크 판정의 정교함과 일관성이 유지되는 것은 물론, 판정과 결과가 심판에게 전달되는 시간 단축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KBO 관계자는 “ABS로 투수와 타자가 동일한 스트라이크 존 판정을 적용받을 수 있어 공정한 경기 진행이 가능해진다”며 “KBO는 축적된 ABS 시스템과 가장 효율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 하드웨어 선정 작업 등을 정교하게 진행해 2024시즌 시범경기부터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ABS가 도입될 경우 심판은 스트라이크 볼 판정에 대한 논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된다”며 “도입 전부터 심판들의 의견도 수렴했는데 대부분 ‘빨리 도입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고 강조했다.

피치클록에 대해 KBO는 올 시즌 이를 적용한 메이저리그의 경기 소요 시간 변화 및 도루 등 경기 지표 변화, 관중의 만족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봤다. 또 KBO 리그 투수들의 평균 투구 인터벌을 전수조사했고 평균 견제 시도 횟수와 타자의 타격 준비 완료 시점 등 세부 지표도 함께 파악했다. 이러한 종합적인 분석 결과 KBO 리그에 적합한 피치클록 규칙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내부 시행 내용을 검토 중이다.

피치클록 제한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20초로 제한됐지만 주자가 있을 때는 투구 시간을 제한하지 않았다. KBO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시간이 정해지지 않아 공개하기 어렵다”며 “주자 유무와 상관없이 피치클록이 적용되지만, 시간은 다르게 책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시안게임에서 피치클록을 경험했던 선수들은 오히려 투수에게 유리해질 것이라며 반겼다. 한화 문동주(20)는 “투구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아무렇지 않았고, 개인적으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타자들을 압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KT 박영현(20)은 “아시안게임에서 20초 제한이 있어 투수 입장에서 신경 쓰였기 때문에 불필요한 동작을 줄이고 빠른 피칭을 준비했다”며 “그러다 보니 마운드에서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필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