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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구한 공산주의자' 나폴리타노 前 대통령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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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9-23 16:00:00 수정 : 2023-09-23 14:26:35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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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원 출발해 사회민주주의 전향
2006년 대통령에 당선돼 9년간 재임
89세이던 2015년 고령 이유로 사임
伊 국가원수로는 첫 방한 기록 세워

이탈리아 국가원수로는 유일하게 한국을 방문한 조르조 나폴리타노 전 이탈리아 대통령이 9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질적인 정치 불안에 시달리는 이탈리아는 고인이 대통령으로 재임한 약 9년 동안 5명의 총리가 배출됐다. 하지만 고인은 좌우 양 진영으로부터 모두 신뢰를 받으며 정부가 아예 구성되지 못하는 혼란이 벌어지지 않게끔 국정을 잘 관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5년 1월 고령(89세)을 이유로 사임한 조르조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이 관저를 떠나며 환송객들에게 모자를 벗어 인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dpa 통신 등에 따르면 나폴리타노 전 대통령은 이날 입원해 있던 로마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고인은 89세이던 2015년 고령을 이유로 대통령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뒤 심혈관 질환을 앓아왔으며 한 차례 대동맥 수술을 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나폴리타노 전 대통령은 1925년 나폴리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정치에 뜻을 품고 17세이던 1942년 공산당에 가입했다. 1953년 처음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이래 하원에서 중량감 있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 했다. 1956년 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합류했고, 1962년 제10차 전당대회를 계기로 공산당 최고위원에 올랐다.

 

공산주의자로 출발했으나 이념적으로 중도에 가까웠고 결국 사회민주주의자로 전향한 고인은 1992년 하원의장이 돼 1994년까지 재직했다. 이후 중도 좌파 연립정부가 출범하며 1996∼1998년 내무장관을 지냈다.

 

고인은 정계 원로로 인정을 받아 종신 상원의원으로 있던 2006년 81세 나이에 이탈리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탈리아는 의원내각제 국가로 임기 7년의 대통령은 상징적인 국가원수에 불과하고 실권은 총리한테 있다. 문제는 이탈리아가 고질적인 정치 불안에 시달리는 나라라는 점이다. 고인이 대통령으로 재직하던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과중한 국가 부채 문제까지 이탈리아를 덮쳤다.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해 2015년까지 9년간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총리가 무려 5번이나 바뀌었다.

 

2009년 7월 조르조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오른쪽)이 로마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탈리아 대통령이 의례적 존재라고는 해도 의회에 확고한 다수당이 없어 총리를 선출하기 어려울 때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고 내각을 구성하는 것은 대통령의 몫이다. 고인은 대통령 임기 동안 이 권한을 십분 활용해 어떻게든 총리를 뽑아 내각을 꾸리도록 함으로써 이탈리아가 무정부 상태의 혼란에 빠지는 것을 막았다.

 

이를 두고 대통령이 의례적 국가원수에 머물지 않고 정치 무대에서 주연으로 활동했다는 뜻에서 고인을 왕에 빗댄 ‘킹 조르조’라는 별명이 생겨났다. 국제사회로부터 “벼랑 끝에 놓인 이탈리아를 구한 공산주의자”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이 고인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산주의자”라고 부른 것은 유명한 일화다.

 

7년 임기가 끝나는 2013년 퇴임하려 했던 고인은 이탈리아 모든 정파들로부터 “계속 대통령을 맡아 달라”는 간청을 받고 연임을 택했다. 하지만 새로운 7년 임기 중 2년이 지난 2015년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끝내 사임했다.

 

2009년 9월 방한한 조르조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대화하며 청와대 본관으로 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오른쪽은 부인 김윤옥 여사. 세계일보 자료사진

고인은 재임 중 한국을 찾은 유일한 이탈리아 국가원수이기도 하다. 2009년 9월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는 처음 한국을 방문해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한국·이탈리아, 한국·유럽연합(EU) 간의 협력 강화를 다짐했다. 한국은 김대중(2000년), 노무현(2007년), 이명박(2009년), 박근혜(2014년), 문재인(2018년) 등 역대 대통령들 거의 모두가 이탈리아를 방문한 반면 이탈리아 대통령의 방한은 2009년 이후로는 성사되지 않고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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