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폭등으로 ‘쇼핑 천국’ 된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생활고

남미 우루과이의 쇼핑객들이 독립기념일 연휴를 맞아 이웃 나라인 아르헨티나에 몰려갔다.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환율이 대폭 상승한 것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27일(현지시간) 우루과이 이민청 등에 따르면 독립기념일(25일) 연휴였던 23∼26일 아르헨티나로 향한 우루과이 국민은 11만839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우루과이 인구(350만명)의 약 3.4%에 달한다.

아르헨티나 시위대가 지난 24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인플레이션 대책, 일자리, 사회 복지 혜택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며 행진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P연합뉴스

주요 출국 경로는 육로로, 두 나라 국경 지대 우루과이강 위를 지나는 헤네랄 산마르틴 국제교와 헤네랄 아르티가스 국제교에 교통량이 집중됐다. 특히 독립기념일 당일인 25일에는 다리를 통과하려는 차량들이 긴 행렬을 이뤄 교통 체증도 발생했다. 우루과이 일간지 엘옵세르바도르는 “긴 연휴를 맞은 국민들이 환율 차이에 따른 더 나은 구매 조건을 가지고 이웃 국가로 탈출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아르헨티나는 우루과이와 칠레, 파라과이 등 인접국 국민들에게 ‘쇼핑 천국’ 같은 곳이다. 연간 100%를 웃도는 인플레이션 탓에 현지 통화인 페소화로 생활하는 아르헨티나 국민에게는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지만 달러화를 가진 관광객에겐 정반대 상황이다. 물가가 오른다고 해도 달러 가치 상승분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에서 이웃나라 국민들은 같은 물건을 자국 가격의 최대 반값에 살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아르헨티나에서는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비공식 환율이 공식 환율보다 2배 가까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10월 대선을 앞둔 아르헨티나에서는 유력 후보들이 앞다퉈 경제난·외환 위기 타개책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 예비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1위를 차지한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52) 후보는 달러를 공식 통화로 채택하자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이우중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