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30인 중 ‘최고 활약’
21C 첫 1점대 ERA·20승 정조준
박철순 등 역대 4명만 이룬 위업
2023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30명의 외국인 선수 중 최고는 단연 NC 우완투수 에릭 페디(30)다. 페디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5선발로 뛰며 승보다는 패가 더 많고(6승13패), 5점대 평균자책점(5.81)에 그쳤다. 그러나 페디는 태평양 건너 한국에서 역대 최고 외국인 투수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페디는 지난 8일 인천 SSG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로 시즌 15승(3패)을 신고했다. 19경기만으로 페디는 1985년 김일융(당시 삼성)이 갖고 있던 역대 최소 경기 15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김일융이 선발로 10승, 구원으로 5승을 거둔 반면 페디는 선발로만 15승을 거둬 그 순도는 더욱 높다. 아울러 평균자책점(ERA)도 2.10에서 1.97로 낮추며 1점대에 복귀했다. 다승과 평균자책점 부문 선두다.

이제 관심은 페디가 KBO리그에서 21세기 최초로 20승과 1점대 평균자책점을 동시에 달성할 것인가에 쏠린다. 20승은 2020년 라울 알칸타라(두산·20승)가 가장 최근 달성했고, 1점대 평균자책점은 2010년 류현진(당시 한화·1.82)이 마지막이다.
현대 야구엔 5선발 체제와 선발-불펜의 분업화가 확고하게 자리 잡아 20승과 평균자책점 1점대를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워졌다. 20승과 1점대를 동시에 올린 선수를 찾으려면 1900년대, 20세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최초는 ‘불사조’ 박철순(당시 OB)이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24승4패 7세이브 1.84를 기록했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거둔 ‘무쇠팔’ 고(故) 최동원(당시 롯데)이 1985년 20승9패 8세이브 1.92로 두 번째였다. ‘국보’ 선동열(당시 해태)은 1986년(24승6패 6세이브, 0.99)과 1989년(21승3패 8세이브, 1.17), 1990년(22승6패 4세이브, 1.13) 세 차례나 기록해냈다. 가장 최근은 김현욱(당시 쌍방울)이 1997년 올린 20승2패 6세이브 1.88이다.
페디는 평균 시속 149㎞의 투심 패스트볼과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유행하는 슬라이더의 횡적 움직임을 극대화한 스위퍼가 주무기다. 구위만 놓고 보면 1점대 평균자책점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승리엔 타선의 도움이 필요한데 경기당 5.16점의 지원을 받고 있어 운도 따른다.
NC는 8일 기준 51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페디는 10번 내외로 선발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남은 일정에서 5승을 추가하며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한다면 페디는 가장 강력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떠오르게 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