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최고의 미인을 뽑는 '미스 이탈리아' 대회에 성전환(트렌스젠더) 남성들이 대거 지원했다. 해당 대회가 정해둔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만 참가할 수 있다"는 규정에 반발해서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27일(현지 시간)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남성으로 성을 바꾼 성전환자 100명 이상이 '미스 이탈리아' 대회에 신청서를 냈다고 보도했다.
미스 이탈리아 주최 측이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만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자 이에 대한 반발심을 표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성전환 남성이 미스 이탈리아에 대거 지원한 계기는 지난 8일 '미스 네덜란드' 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트랜스젠더 여성 우승자가 나왔고 이후 이탈리아에서는 남성으로 태어난 트랜스젠더 여성을 미인 대회에 참가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논란이 불거지자 '미스 이탈리아' 대회를 주최하는 파트리치아 밀리리아니는 "최근 미인 대회는 터무니없는 전략을 사용해 헤드라인을 장식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규정에는 선천적으로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만 참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며 "이것은 매우 오래된 규정이며, 우리는 항상 이를 준수해왔다.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규정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성소수자 단체들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주장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또한 이탈리아 전역에서 열리는 '미스 이탈리아' 지역 선발 대회에는 트랜스젠더 남성들의 참가 신청서가 쇄도했다. 이번 대회에는 100명이 넘는 트랜스젠더 남성들이 지원했다고 알려졌다.
라치오 지역 예선 담당자인 마리오 고리는 "여성으로 태어났기에 참가 자격이 있지만 남성의 신체적 특징이 담긴 사진을 제출한 일부 신청자들도 있었다"며 "우리는 이 신청자들에게 연락해 대회 참가 여부를 확인했지만, 아직 답장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미스 이탈리아' 주최 측은 "여성으로 태어났다면 트랜스젠더 남성도 대회에 참가할 수 있지만 여성의 아름다움이 심사 기준이 될 것" 이라고 전했다.
올해로 84회째를 맞는 미스 이탈리아는 현재 각 지역 예선이 진행 중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