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잃은 뒤 20여곳 직장 옮겨 다녀
법원 “3억8000만원 배상하라”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왼눈을 실명한 대학생이 37년 만에 국가로부터 손해배상금을 받게 됐다.
20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A(59)씨는 대학생이던 1986년 11월 부산의 대학교에서 열린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 경찰은 시위 진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A씨는 최루탄 파편에 맞아 왼쪽 눈이 실명됐다.

A씨는 보상받기 위해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부산경찰국은 “최루탄에 의해 다친 점은 인정하지만 보상 문제는 경찰관의 소관이 아니므로 내사 종결했다”고 통보했다. 선거로 정권이 바뀐 1988년 7월에도 A씨는 민원을 제기했으나 “이미 종결된 사건으로 추가 조사할 것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A씨는 실명 후 지금까지 20여곳의 직장을 옮겨 다니며 불편을 겪었다. 어렵사리 잡은 직장에서는 “한쪽 시력만으로는 안전한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수습 기간이 끝나자마자 쫓겨나기도 했다.
지난 2020년 A씨의 아버지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 신청서를 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는 A씨에게 사과하고 배상 등 화해를 이루는 조치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A씨는 이 결정을 근거로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다.
공단은 국가가 안전을 확보하지 않은 채 시위를 진압해 A씨의 실명을 초래했음을 주장하며 배상액으로 2억5000만원을 청구했다. 정부는 소멸시효를 내세웠다. 또한 시위대를 향한 최루탄 발사 행위는 법규에 따른 정당한 직무수행이었음을 강조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국가는 A씨에게 1억4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했다. 특히 배상액 중 1억3000만원은 사건 발생일부터 연 5%의 이자를 적용하라고 판결해 전체 배상액은 3억8000만원이다.
A씨의 소송을 진행한 강청현 변호사는 “오랜 세월 고통 속에서 살아온 피해자가 뒤늦게나마 국가로부터 사과와 배상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