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경찰이 쏜 최루탄에 의해 왼쪽 눈이 실명된 대학생이 37년이 지나서야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20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부산지법 동부지원 신헌기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국가가 A씨에게 1억4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1986년 11월7일 집회에 참석하다 최루탄에 의해 왼쪽 눈에 부상을 입었고, 두 차례의 수술을 했지만 결국 실명됐다. 당시 경찰은 A씨의 부상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A씨가 민원을 제기하자 ‘보상 문제는 경찰관의 소관이 아니므로 내사 종결한다’고 통보했다. A씨는 1988년 7월 재차 민원을 제기했는데, 경찰은 이때도 ‘이미 종결된 사건으로 추가 조사할 것이 없다’며 민원을 종결했다.

그대로 묻힐 뻔 했던 사건은 A씨의 아버지가 2020년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요청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위원회는 지난해 7월 15일 “국가는 (A씨에게) 구체적인 구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에 대해 A씨와 그 가족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최루탄 발사로 인한 A씨의 부상 치료비 및 치료기간, 후유증으로 발생한 실명 정도를 고려해 배상 등 화해를 이루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A씨는 부산지법 동부지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국가는 A씨의 손해배상 청구 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다. 민법에 따라 1987년 경찰에게 민원 통지 결과를 받은 때로부터 3년 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해야 하고, 국가재정법도 5년의 시효를 두고 있다는 이유였다. 국가재정법은 금전을 목적으로 하는 시효가 다른 법률에 규정이 없다면 5년을 시효로 본다.
하지만 신 부장판사는 국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 부장판사는 “이 사건은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해당한다”며 “민법의 장기소멸시효와 국가재정법의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에서 A씨를 변호한 공단 소속 강청현 변호사는 “오랜 세월 고통 속에서 살아온 피해자가 뒤늦게나마 국가로부터 사과와 배상을 받게 돼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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