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사무총장 중재로 전격 합의
헝가리도 “튀르키예 동의 땐 찬성”
스웨덴 “튀르키예 EU 가입 지원”
美 의회, F-16 수출 보류 재고 시사
“내주 튀르키예에 공급 결정 논의”
우크라 나토 가입 여부 남은 의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이단아로 불렸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스웨덴의 나토 가입 반대 의사를 철회하며 외교적 승부수를 띄웠다. 이에 화답하듯 스웨덴은 튀르키예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지지하기로 약속했고, 튀르키예에 대한 F-16 전투기 판매에 부정적이었던 미국 의회는 재검토를 언급했다.
나토는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10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에르도안 대통령,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간 3자 회담 결과 “튀르키예가 스웨덴 나토 가입 비준안을 의회에 제출하고 처리를 위해 의회와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언론 발표문을 통해 밝혔다. 튀르키예 여당연합이 의회 과반을 점유 중이고 야권은 애초부터 반대하지 않아 스웨덴은 사실상 32번째 나토 회원국 자리를 예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함께 몽니를 부리던 헝가리도 그동안 “튀르키예가 동의할 경우 따르겠다”고 밝혀 온 만큼 스웨덴 나토 가입 비준 절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를 중재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튀르키예의 스웨덴 나토 가입 지지는 동맹국들을 더 강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역사적인 조치”라고 환영했다. 지난 4월 핀란드가 31번째 회원국으로 합류한 데 이어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확정되면 나토 영역은 발트해를 넘어 1609㎞ 이상으로 확장된다. 냉전 시기 러시아 위협에 대응해 12개국 회원국들과 함께 발족한 서방 군사 동맹체가 이제 자유 진영의 방패로 역할을 재정립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웨덴은 나폴레옹 전쟁(1803∼1815) 이후 중립국 지위를 유지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역내 안보 위험이 커지자 지난해 5월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 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웨덴이 튀르키예의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옹호한다는 이유로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비준하면서도 스웨덴의 합류에는 완강히 반대해 왔다.
튀르키예는 이를 지렛대 삼아 EU 가입과 F-16 획득의 물꼬를 튼 것으로 분석된다. 회담이 끝나고 공개된 발표문에는 “스웨덴은 튀르키예의 EU 가입 절차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빌뉴스로 향하기 전 “50년 넘게 EU 문 앞에서 기다려 왔다. 튀르키예에 문을 열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튀르키예에 200억달러(약 26조원) 규모의 F-16 전투기 수출을 보류했던 미국 의회도 이날 재고의 뜻을 내비쳤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민주당 소속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아마도 가능하다면 다음 주에 튀르키예에 대한 F-16 공급 결정을 논의할 것”이라며 “튀르키예가 주변 국가들에 대한 공격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정상회의 개막 전 스웨덴 합류 문제를 매듭지은 나토 정상들은 이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나토 집단방위 조항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를 당장 받아들일 경우 나토 회원국 전체가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회원국 대다수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신속 가입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꼽히는 정치·국방·경제 개혁 관련 절차를 면제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도 “지금은 전쟁 중이지만 당장 명확한 신호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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