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도피’ 중인 배상윤(57) KH그룹 회장이 임직원을 동원해 수십억원의 도박 자금과 내연녀의 억대 생활비까지 지원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장수진 판사는 26일 범인도피 및 상습도박방조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KH그룹 총괄부회장 우모씨와 수행팀장 이모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우씨와 이씨는 태국 등 동남아 일대에서 체류 중인 배 회장의 황제 도피를 조직적으로 도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배 회장에게 검찰 수사 상황을 알리고, KH그룹 재무부사장 등 관련 피의자에 대한 조사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씨 등은 현지 호화 리조트, 골프장, 카지노 등을 드나드는 배 회장에게 그룹 소속 수행원을 보내 수발을 들게 하고 도박자금을 전달한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배 회장이 해외에서 이동할 수 있도록 12회에 걸쳐 항공권을 발권해 주고, 필리핀·싱가포르·베트남 도박자금 수십억원과 차명 휴대전화 등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 회장은 도피 전후로 횡령한 계열사 자금 중 수백억원을 이같은 카지노 도박으로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씨 등은 배 회장의 도피자금뿐만 아니라 내연녀의 생활비 1억원가량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이날 변호인을 통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앞서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방해’ 수사 과정에서 배 회장이 계열사에 40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이어왔다. 강원도개발공사는 2021년 6월 알펜시아 리조트를 KH그룹 계열사에 7115억원에 매각했는데, 당시 경쟁 입찰에 참여한 기업 두 곳이 모두 KH그룹 계열사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담합 의혹이 제기됐다. 배 회장은 650억원대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개인투자, 도박 등에 사용한 횡령 혐의 등도 받는다.
지난해 6월 사업상 이유를 들며 출국한 배 회장은 현재까지 해외 도피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 무효화 조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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