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제작·배급, 배우, 감독 총출동…‘1000만’ 흥행 시동
6월 극장 관객 수 급증… 여름까지 이어질지 지켜봐야
할리우드 대작은 ‘미션 임파서블’, ‘인디아나 존스’ 등
기대치 상승… 관람 늘지 않으면 ‘승자 저주’ 빠질 수도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 ‘더 문’, ‘비공식작전.’
올해 첫 한국영화 히트작인 ‘범죄도시3’의 바통을 이어받는 여름 블록버스터 ‘빅4’가 흥행몰이를 시작했다.
밀수와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지난 20일과 21일 각각 제작보고회를 열며 본격적인 홍보에 들어갔다. 이어 더 문은 오는 27일 제작보고회를 열고, 당초 피랍으로 알려졌다가 제목이 바뀐 비공식작전도 조만간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영화는 개봉일도 확정한 상태다. 밀수는 오는 7월26일, 비공식작전과 더 문은 같은 8월2일,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공식적으로 개봉일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8월9일로 예상된다.
범죄도시3이 극장 관객이 뜸해진 어려운 환경 속에서 누적 관객 900만을 돌파하고 1000만을 바라보면서 이들 영화에 대한 흥행 기대감은 한층 커진 상황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영화의 면면만 놓고 보면, 1000만 흥행을 예상하는 게 이상하진 않다. 네 영화 모두 100억대 후반에서 200억대 후반의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갔고, 국내의 내로라하는 제작·배급사가 참여하고, 유명 감독과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기 때문이다. 소재도 다양하다.

◆여름 ‘빅4’는… 유명 배우·감독·제작
가장 먼저 제작보고회를 열고 개봉도 빠른 밀수는 ‘베테랑’, ‘베를린’, ‘부당거래’, ‘모가디슈’ 등의 수많은 히트작을 낸 류승완 감독이 연출을 맡고, 뉴가 배급을 담당했다. 필모 사상 처음으로 김혜수와 염정아가 함께 연기하고,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가 합을 맞췄다.
1970년대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살아가는 이들의 앞에 거대한 판이 펼쳐진다는 줄거리의 밀수는 가상의 도시 군천과 바다를 세트장으로 옮겼다. 바닷속 장면은 6m 깊이의 수조에서 촬영됐고, 수영을 못하는 염정아와 물 공포가 있는 김혜수가 오랜 시간의 노력과 함께 출연한 배우들의 도움으로 이를 극복하고 대부분의 연기를 직접 소화해냈다고 한다.

김혜수는 “그동안 연기를 오래 하고 인상적인 배역들도 했는데, 제가 그동안 했던 배역 중 가장 상스러운 배역으로, 너무 재미있고 신나게 했다”, “우리(배우)의 정체성은 팀이고 나의 정체성은 팀원이라는 걸 각인시킨 작품”이라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제작보고회에선 배우들이 연기 틈틈이 촬영한 뮤직비디오를 선보이며 팀워크를 과시하기도 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돼 버린 서울에서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생존자들의 이야기다. 황궁 아파트엔 이곳 입주 주민만 살 수 있고, 배급은 기여도에 따라 차등 분배된다.

넷플릭스를 통해 ‘지옥’, ‘D.P.’ 등을 선보인 제작사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의 영화로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등이 출연하고 ‘가려진 시간’을 연출한 엄태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작품의 스케일은 만만치 않다. 촬영을 위해 3층 높이의 아파트 내·외부를 1대1 스케일로 재현했고, 붕괴한 서울을 특수효과로 선보인다. 제작보고회에선 영화가 각 배우의 개성을 살린, 실제 누군가가 처할 수 있는 상황과 선택을 그렸음을 강조했지만 이병헌이 이번 영화의 구심점으로 느껴진다.
CJ ENM과 자회사가 제작·배급하는 ‘더 문’은 ‘신과 함께’ 시리즈로 두 번이나 1000만 관객을 달성한 김용화 감독의 작품으로 홀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와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의 사투를 그린다. 분자 물리학을 전공한 UDT 출신의 황선우는 대한민국 최초의 유인 우주선 ‘우리호’에 막내 대원으로 탑승해 달로 떠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태양풍이 우리호를 덮쳐 우주선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고 선우는 홀로 살아남아 까마득한 우주에 고립되고, 임무 완수를 위해 달로 내려가는 모험을 결심한다. 언뜻 할리우드 우주배경 SF물인 ‘마션’과 ‘그라비티’를 떠올리게 하는데, 여기에 구출이라는 요소를 어떻게 녹여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설경구, 도경수, 김희애 등이 출연한다.


비공식작전은 ‘끝까지 간다’, ‘터널’, ‘킹덤’의 김성훈 감독이 연출을 맡고, 하정우, 주지훈이 주연을 맡았다. 당초 피랍이라는 영화 제목은 진중한 드라마를 연상케 했는데, 바뀐 제목과 공개된 포스터엔 코믹함이 녹아있다. 영화는 모로코에서 70회차 촬영이 이뤄졌다. 김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광활한 배경의 장대함과 작은 서스펜스를 조화롭게 구성했다고 밝혔다.

◆흥행 변수는…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이들 영화의 선전은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우선 올여름 무더위에 지친 관객이 영화관 피서에 나설 것인가가 중요하다.
최근 범죄도시3의 흥행과 해외 기대작들의 개봉으로 전체 관객은 연초보다 늘어난 상황이다. 21일까지 올해 6월 누적 관객 수는 797만명으로 5월 228만명의 3배 이상으로 껑충 뛰었고, 아직 월말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음에도 명절 시즌이 있었던 1월의 446만명보다도 많다. 이런 상승 곡선이 여름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범죄도시2가 히트를 했지만 나머지 영화들이 부진했던 지난해 상황을 상기하면, 여름 시즌이 온다고 무조건 영화가 잘 될 거라 보긴 어렵다. 흥행세가 이어지려면 개봉할 영화의 완성도와 배우들의 연기가 뒷받침돼야 함은 불문가지다. 관객의 눈높이가 한층 높아진 만큼, 영화에 대한 평은 더욱 냉정해졌다. 큰 스크린은 매력적이지만 단점 역시 더 크게 보인다.
영화 간 경쟁도 관건이다. 현재까지 경쟁작으로 꼽히는 할리우드 여름 블록버스터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정도다. ‘바비’, ‘오펜하이머’도 있지만, 한국에서 대흥행을 하는 영화 코드는 아니다. 속단할 수 없지만, 외화의 영향보다 한국 영화 간 경쟁이 치열할 가능성이 크다. 모두가 승자가 되면 좋겠지만, 한국영화 개봉 일정이 몰려있어 전체 관객 수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뺏고 빼앗기는 경쟁 속에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

여름 시즌 흥행에 대한 기대감과 우려 속에 감독과 배우들은 영화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과 재미를 강조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바랐다.
류승완 감독은 “(영화는) 극장에서 상영되는 걸 전제로 모든 작업을 한다. 제 영화를 한 번도 휴대폰으로 본다거나 하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없다”면서 “단순히 ‘영화를 본다’가 아니라 경험한다, 체험한다는 것은 집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병헌은 “극장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영화를 TV를 통해 보게 되는 건 좀 아쉬운 부분”이라며 “이런 (블록버스터) 영화는 규모 자체가 굉장히 크고 압도되는 음악이나 장면들을 극장과 TV로 보는 것은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밀수와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화면 고화질의 아이맥스(IMAX)관 상영을 확정지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