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위기 당내 분열 고조
비명계 거취 압박에 선제 대응
‘영장심사 자신감 표출’ 해석도
친명 “필승 위한 결단” 치켜세워
與 “체포동의안 표결 회피 의도”
정의당 이정미 “만시지탄” 비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19일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은 예정에 없던 깜짝 발언이었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두고 ‘방탄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특유의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당 안팎의 복잡한 상황을 정면돌파해 내년 총선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최근 당내 상황은 복합위기 국면이었다. 민주당은 최근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된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방탄 논란에 휩싸였다. 이 대표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의 만찬 회동을 두고서는 ‘친중 논란’도 불거졌다.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을 혁신기구 책임자로 임명했다가 9시간 만에 철회한 것을 두고서는 “혁신이 아니라 자신을 지켜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는 리더십 논란까지 불거졌다.

그러다 보니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지 1년여, 당대표로 선출된 지 10개월여가 지났지만 ‘이재명 작품’이라 불릴 만한 구체적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적잖았다.
비이재명계(비명계)는 공개적으로 이 대표 체제 민주당 평가와 거취 표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결국 당 내홍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이 대표가 선제적으로 ‘내려놓는’ 모습을 취하며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친이재명계는 “이 대표의 결단”이라며 치켜세웠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자신에 페이스북에 “윤석열 검사독재정권과 맨몸으로 맞서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했다”며 “당내 분열의 불씨도 고려됐을 것이다. 탄압과 분열을 이기고 필승하시라”라고 썼다. 7인회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도 “이재명답다”라고 했다.
최근 이 대표가 대장동 재판과 선거법 재판을 치르며 자신감이 붙었다는 전언도 있다. 민주당의 핵심 관계자는 이날 세계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수사가 검찰의 시간이라면 재판은 우리의 시간”이라며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에 자신감이 붙은 것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했다지만 이 대표는 여전히 국회의원 신분인 만큼 회기 중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온다면 표결을 거쳐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당사자가 포기한다고 포기할 수 있는 권한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을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하지 않는 이상, 부결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한 친명계 의원은 “이 대표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회기 중 체포동의안을 전달한다면 그것대로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회기 전에 받을 수 있게 임시회 소집을 늦추는 방안이 거론된다. 지난 20대 국회,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도 이런 방법으로 체포동의안 표결을 거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민생·경제·정치·외교·안전을 포기한 5포 정권, 국민 포기 정권”이라고 비판하면서 “민주당은 국민을 포기하지 않겠다”라고 쓴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특히 검찰을 향해서는 “헌법 가치를 수호하고 국민 인권을 보호해야 할 검찰은 우리 대통령을 지킨다며 국민을 향해 쉼 없이 칼을 휘두른다”며 “압수수색, 구속기소, 정쟁에만 몰두하는 윤석열 정권을 두고 압·구·정 정권이라는 비난이 결코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여당은 “몰염치의 극치”라며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라고 깎아내렸다.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미 겹겹이 방탄조끼를 입어놓고서 사과 한마디 없이 큰 결단이라도 하는 듯했다”며 “5분 신상발언을 보는 듯한 몰염치의 극치”라고 평했다. 김웅 의원은 “대선 당시 이재명 같은 깨끗한 정치인에게는 불체포특권이 필요 없다고 했지만 지난 2월 바로 말을 바꿔 구속을 피했다”며 “체포동의안 가결 가능성이 높아 표결을 피하는 것이 이 대표로선 더 유리하다”고 꼬집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만시지탄”이라고 지적했다. 이정미 대표는 이날 SNS에 올린 글에서 “돈 봉투 의혹 체포동의안 표결 전에 이 선언이 나왔더라면, 진즉에 대선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떨굴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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