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올해의 음악가’로 선정돼 한국을 찾았던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39)가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명문 악단인 루체른 심포니와 다시 한국 무대에 선다. 여덟 살 때 처음 연주한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오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들려준다.
하델리히는 최근 세계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이 곡에 대해 “저를 바이올리니스트로 이끈 작품인데 부드럽고 아름다우며 순수하다”면서 “우리의 존재와 근본적 진실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그 너머에 있는 것에 대한 어떤 찰나를 보여 주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오케스트라와 솔로 악기의 조화가 중요한 곡이라고도 했다. “오케스트라가 반주 그 이상의 위치를 갖고 있어 바이올린 레퍼토리(연주곡)에서 약간 특이한 위치를 차지해요. 독주 바이올린은 악보에서 단지 하나의 목소리일 뿐이고, 이 작품에서는 주제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와 많은 순간을 동행해요. 실내악처럼요.”

독일인 부모 아래 이탈리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하델리히는 다섯 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해 일곱 살에 데뷔하는 등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열다섯 살 때 가족 농장에서 불이 나 심한 화상을 입은 뒤 연주를 접게 됐다. 하지만 삶의 중요한 의미가 된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피나는 노력 끝에 재기했다. 스물두 살이던 2006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콩쿠르 우승을 계기로 주목받으며 세계 무대를 누비는 연주자가 됐다. 그는 “음악은 말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깊이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음악이 가진 감정과 서사를 관객에게 최대한 전달하고 나누는 게 음악가로서의 목표”라고 했다. 2021년부터 미국 예일대 음대 교수로 활동 중이기도 한 하델리히는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 제 모습이야말로 가장 저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며 “때로는 바이올린이 제 목소리 같기도 하다. 저의 일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에겐 한국이 특별한 나라 중 하나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면서 한식을 먹으러 한인 타운에 자주 갔고, 좋아하는 온라인 게임 ‘스타크래프트’와 관련해 한국 게이머들의 경기를 즐겨 본다고. “지난번 내한 공연에서 만난 한국 관객들도 열정적이고 친절했어요. 한국에 다시 돌아올 날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1805년 창단된 루체른 심포니는 세계적 음악 축제인 ‘루체른 페스티벌’의 정규 프로그램을 맡는 악단으로, 2021년 상임 지휘자로 임명된 미하엘 잔덜링이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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