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장제도를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세대 간 ‘균형’과 현재 부담에 따른 미래 보상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미국의 저명 사회학자가 국민연금 개혁의 전제 조건으로 균형과 신뢰를 강조했다. 1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샘 리처드 교수(사회학)는 지난 달 15일 서울에서 가진 ‘2030 청년과 함께 하는 내일의 한국 복지’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이 같이 말했다.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주로 인종과 민족, 문화, 젠더 등을 연구하고 있는 리처드 교수는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이 교육·학교 프로그램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적 있다. 소통 중심의 리처드 교수 강의는 매 학기 760명 이상이 수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리처드 교수는 BTS(방탄소년단)가 지금처럼 세계적 스타가 되기 전인 2017년 한 강의에서 “BTS를 주목하라. 앞으로 ‘한류’를 모르면 21세기 시장경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밝힌 게 유튜브에서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리처드 교수는 한국 강연에서 “단일 문화를 지닌 한국은 짧은 기간 놀라운 발전을 이뤄냈으며 규율·규범을 중시하는 공동체 중심의 질서”라고 평가했다. 이어 출산율 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연금개혁 등이 성공하려면 균형과 신뢰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처드 교수는 “미래의 좋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 사이에도 균형이 필요하고 청년들이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요청하며 정책에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한국사회는 저출생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들에 대응하기 위해 더 많은 해외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하는 데 MZ세대의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교수의 이날 강연에는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사회학과 동료 교수이자 부인인 로리 멀비 교수도 함께 했다. 멀비 교수는 남편과 함께 대학 내 다문화대화센터 및 공공외교센터인 ‘World in Conversation’을 설립했고, 미국 최대 규모 강의인 ‘인종과 성별 및 문화 관계’ 과정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멀비 교수는 강연에서 “세대·인종·이념 간 갈등이 있을 때 상대편을 적으로 여기기보다는 생각지도 못한 시각과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협력자로 인식할 때 창의적인 해결책과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강연회 사회를 맡은 손윤희 복지부 청년보좌역은 “성공적인 미래의 복지 정책을 위해서는 정부에 대한, 그리고 세대 간 신뢰가 중요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청년세대가 자신의 목소리를 정책결정자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리처드·멀비 교수의 당시 강연 영상은 복지부 공식 유튜브 계정(복따리TV)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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