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막사에 이름 새겨진 동판 부착
육사 "용기와 헌신, 봉사의 본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 미국 방문 당시 직접 휠체어를 미는 행동으로 깊은 경의를 표한 6·25전쟁 참전용사 랠프 퍼킷 주니어(96) 예비역 육군 대령이 모교인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에 헌액됐다. 퍼킷은 올해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우리 국가보훈처와 한미연합사령부가 공동으로 선정한 6·25전쟁 10대 영웅에 선정된 바 있다.

28일 미 육사에 따르면 지난 23일(현지시간) 육사 내 맥아더 막사에 퍼킷의 이름과 공적이 새겨진 동판을 부착하는 의식이 거행됐다. 육사 졸업생이자 미국의 대표적 전쟁 영웅인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 이름을 딴 맥아더 막사는 생도들을 위한 생활관의 일부다. 육사 졸업생 가운데 미국에서 군인에게 주어지는 최고 영예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 수훈자들의 이름과 공적을 새긴 동판을 이 막사 벽면에 부착하는 것은 육사의 오랜 전통이다.
지금까지는 76개의 동판이 있었는데 이번에 퍼킷이 헌액되면서 동판 수도 77개로 늘었다.

퍼킷은 6·25전쟁 첫해인 1950년 11월 25일 미군과 갓 압록강을 넘어 참전한 중공군이 평안북도 운산 청천강 일대에서 격돌한 전투 당시 용맹을 떨쳤다. 병력에서 10대1로 우세한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밀린 미군은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퍼킷은 중공군 수류탄에 크게 다쳤음에도 “내가 남아 부대의 안전한 철수를 돕겠다”며 끝까지 버텼다. 마지막 순간에야 구조돼 이후 치료를 위해 후송됐다. 동판 헌액식에서 스티븐 길랜드 육사 교장은 퍼킷을 “용기와 희생, 사심없는 봉사의 본보기”라고 부르며 찬사를 바쳤다.
전쟁 당시 이미 퍼킷에게 훈장이 수여됐으나 그 훈격이 공적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70년이 지난 2021년에야 미 행정부는 퍼킷에게 최고 훈격의 명예훈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그해 5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백악관에서 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퍼킷의 목에 훈장 메달을 걸어줬다.

최근 미국을 국빈으로 방문한 윤 대통령은 4월 25일 수도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6·25전쟁 참전용사 본인과 후손 등을 초청한 가운데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오찬을 열었다. 명예훈장 수훈자이자 6·25전쟁 10대 영웅의 한 명인 퍼킷도 당연히 자리를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고령으로 거동이 힘든 퍼킷의 휠체어를 직접 밀어 행사장 중앙 무대로 이동하는 등 극진한 예우를 갖췄다. 퍼킷 등 생존해 있는 미국인 참전용사 3명에게 우리의 태극무공훈장도 수여했다. 윤 대통령은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도 없을 것”이라며 퍼킷을 비롯한 참전용사들한테 여러 차례 허리 숙여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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