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일상회복이 이뤄지면서 지하철 이용객이 덩달아 늘었고, 이에 따라 주취 사건·사고도 함께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역사 직원과 지하철 보안관 등이 주취자에 의해 폭언 또는 폭행 피해를 입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1분기(1∼3월) 지하철에서 취객 관련 민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가까이 늘었다고 26일 밝혔다. 공사 고객센터에 올해 1∼3월 들어온 취객 관련 민원은 총 2469건으로, 매월 800건가량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민원 접수 건수(1997건)와 비교하면 23.6% 증가했다.
주취 사고는 주로 에스컬레이터나 계단에서 발생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손잡이를 제대로 잡지 않고 이동하다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지는 사고다. 공사는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에서의 전도 사고는 본인뿐 아니라 함께 이동 중이던 타인까지 휘말릴 수 있기에 더욱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주취자가 역사 내 비치된 소화기를 갑자기 분사하며 난동을 부리거나 이유 없이 고객안전실에 들어와 문 앞에 주저앉아 귀가를 거부하고, 심지어 용변을 보는 등 기상천외한 행동도 있었다.
역 직원이나 지하철 보안관이 주취자에 의한 폭언·폭행 피해를 겪는 주취 폭력 사례도 꾸준히 늘었다. 2020년부터 지난달까지 공사 직원의 폭언·폭행 피해 중 272건은 주취자에 의한 것이었다. 전체 폭언·폭행 피해 중 주취자가 원인인 비율은 2023년 4월 기준 65.5%로 2020년 31.2%보다 배 이상 늘었다.

공사는 지난 25일 지하철 1·3·5호선 종로3가역에서 대한노인회·한국승강기안전공단과 합동으로 음주 후 지하철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고 직원 대상 폭력 방지를 호소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김석호 공사 영업본부장은 “지하철은 모두가 이용하는 공공시설로, 만취한 승객 1명의 부주의한 행동이 자칫 다수 이용객에게 큰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며 “음주 후에는 가능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직원들을 존중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