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이 올해 1분기 전년과 비교해 매출이 20% 오르는 등 최대 분기 매출을 경신한 가운데, 쿠팡의 와우 멤버십과 신세계의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멤버십 간 충성 고객 확보 경쟁이 핵심 분수령으로 떠오르고 있다. 쿠팡의 두 자릿수 성장에도 아직 절대 강자 없는 유통시장에서 이마롯쿠(이마트·롯데·쿠팡) 3사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콘퍼런스콜에서 “와우 멤버십을 지구상 최고 서비스로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오는 6월 야심작인 온오프라인 통합 멤버십을 출시하겠다고 나섰다. 유통업계는 “향후 700조원대 규모로 성장할 거대 유통시장에서 합산 시장점유율이 10% 남짓한 유통 3사 가운데 누가 더 많은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지가 미래 성장 동력의 핵심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쿠팡, 20%대 빠른 성장했지만…아직 절대 강자 없는 유통3사
10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1분기 매출이 전년 보다 20% 늘어난 7조3990억원(58억53만달러)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갱신한 데 이어, 분기 영업이익은 1억 달러 선을 처음으로 돌파하며 1362억원(1억677만달러)을 기록했다. ‘분기 매출 20% 성장’은 최근 유통과 쇼핑시장 흐름과 대비해 매우 빠른 성장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유통시장 규모(소매판매액·승용차 및 연료소매점 제외)는 125조20억원으로, 전년(120조1958억원) 대비 4% 성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집계한 올 1분기 매출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편의점(9.4%)이 가장 높았고 온라인유통(7.7%), 백화점(4.3%), 대형마트(0.3%) 순이었다. 김범석 창업자는 “유통 시장의 침체 속에도 계속 성장하는 이유는 고객이 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서 마주하는 제한된 상품군, 높은 가격 등과 매우 상반된 경험을 쿠팡에서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전체 유통시장에서의 쿠팡 점유율은 한 자릿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시장은 4660억달러(602조원·여행 및 외식 포함)에서 오는 2026년까지 5470억달러(약 71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600조원대 유통시장에서 유통 3사의 유통 부문 시장 점유율은 신세계·(5.1%·30조4602억원), 쿠팡(4.4%·26조5917억원), 롯데(2.5%·15조70억원) 순이다. 여기에 지난해 신세계 면세점 매출(3조4387억원), 롯데의 면세점(5조3469억원)·편의점 계열사 코리아세븐(5조4540억원) 매출을 각각 합산하면 신세계·이마트(5.6%) 비중이 높아지고 쿠팡(4.4%)이 롯데(4.3%)의 추격을 받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올 1분기 이마트(7조1000~2000억원), 신세계(1조8000억원) 등 이마트 신세계 매출을 합친 9조원대, 롯데쇼핑은 3조6000억원대 실적을 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 기준으로도 유통 3사 순위는 아직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김범석 창업자는 “3년 내에 5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는 거대한 유통시장에서 쿠팡의 시장점유율은 한 자릿수이며 쿠팡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쿠팡·신세계 ‘충성 고객 확보’ 경쟁 돌입…롯데도 체험형 매장 등 차별화
이처럼 절대 강자 없는 상황에서 김범석 창업자는 이날 와우 회원 대상의 쿠팡이츠 할인 혜택을 추가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멤버십 가입과 사용률을 더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앞서 지난 3월 연간 실적 발표에서 그는 “아직 2000만명 이상의 온라인 구매 고객이 와우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유료 멤버십 와우 회원이 1100만명을 돌파했지만 추가로 가입할 만한 잠재 소비자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쿠팡은 지난해 4월부터 와우 회원 대상으로 쿠팡이츠 배달음식 5~10% 할인을 탑재, 현재 서울 18개 지역으로 확대했으며 앞으로도 적용지역이 늘어날 예정이다. 와우 회원이면 구매 횟수와 상관없이 무제한 할인 가능하다. 월 4990원에 익일 배송인 로켓배송과 무료반품, 무료 로켓직구, 쿠팡플레이 무료시청 등 10가지 넘는 혜택에 쿠팡이츠 할인을 추가한 것이다. 김 창업자는 “쿠팡이츠 구매 와우 회원은 그렇지 않은 와우 회원보다 2배 이상 지출하며 일반 소비재 지출 수준이 높다”고 설명했다. 쿠팡이츠에서 배달음식 할인을 받아 소비한 와우 회원은 쿠팡 앱에서 별도 제품을 구매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으로, 쿠팡이츠 할인이 멤버십을 강화하는 주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신세계그룹은 오는 6월부터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출시로 맞불을 놨다. 옥션과 G마켓의 멤버십인 ‘스마일클럽’에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신세계면세점 등 오프라인 계열사를 포함해 혜택을 대대적으로 늘리겠다고 나섰다. 신세계그룹은 매월 최대 1만원 상당의 SSG닷컴 7% 할인 쿠폰(2장), SSG닷컴도 최대 2만원 상당의 5% 할인 쿠폰(3장), 1만5000원 이상 구매 시 매달 최대 3000원의 10~12% 할인쿠폰 등을 제공한다. G마켓은 무제한으로 5% 할인 쿠폰을 발급한다. 여기에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연회비 3만원을 전액 SSG머니로 캐시백해줄 예정이다. 기존에 스마일클럽 가입자는 일반 소비자에 비해 구매객단가가 약 2.1배 높고, 주문 건수는 2.8배 많다. 유통업계에서는 기존에 약 300~400만명에 달하는 스마일클럽 회원이 스타벅스나 백화점, 면세점 혜택이 추가된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유료 회원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마트, 롯데는 실적이 둔화 중인 할인 매장에 각종 오프라인 체험형 매장을 늘리면서 충성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참치 특화 정육점, 와인 특화점 등을 갖춰 리뉴얼해 최근 오픈한 인천 연수점이 대표적이다. 롯데도 이달 중순부터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업계 처음으로 150평 규모 매장에 테니스 코트를 차리고, 4000만 회원을 보유한 그룹 멤버십 서비스인 ‘엘포인트 멤버스’와 호텔 멤버십 ‘롯데호텔 리워즈’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 온라인 유통이 오프라인 유통을 추월한 경우는 드문 상황이다. 지난해 세계 1위 대형 할인점 월마트의 유통부문 매출은 797조원으로, 아마존(316조원)의 2배 이상이었다. 아마존이 온라인 중심의 유통 바람을 일으키며 승승장구 성장했지만, 아직도 글로벌 유통 최강자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셈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이 대규모 물류망과 빠른 배송 시스템으로 유통시장의 지형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되면서 이마트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온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진 유통시장에서 누가 고객을 더 감동시키느냐에 따라 승자가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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