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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라이더들이 파업을 예고한 이유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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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4-20 14:25:09 수정 : 2023-04-20 15: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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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소속으로 일하는 라이더(배달기사)들이 어린이날인 다음달 5일 ‘공동 파업’을 예고했습니다. 이들은 기본배달료를 현행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파업을 하겠단 겁니다.

 

서울 시내에서 운행 중인 배민라이더스 배달 오토바이. 연합뉴스

이 같은 주장을 접한 소비자 반응은 차갑습니다. “평생 파업하라”는 비아냥부터 기사에 차마 쓸 수 없는 욕설을 하는 네티즌도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네티즌 대부분은 이들의 주장을 ‘소비자가 내는 배달비를 올리라’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이 요구하는 건 소비자들이 내는 값을 올려 이를 본인들에게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배달의민족이 가져가는 수수료를 줄여 본인들에게 나눠달라는 겁니다.

 

이들의 주장이 무엇이고, 현재 배달업계 수수료 체계가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 최대한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다.

 

①배민1

 

이번에 파업을 예고한 곳은 민주노총 산하 배달플랫폼노조입니다. 이 노조에 소속된 라이더들은 배달의민족과 위탁계약 형태로 계약을 맺고 있는데, 배달의민족에 있는 ‘배민1’ 배달을 전문으로 합니다.

 

배민1은 배달의민족이 2021년 6월 출시한 단건 배달 서비스입니다. 배달의민족과 같은 애플리케이션(앱)이 생기기 이전엔 라이더들이 2개 이상의 배달음식을 한 번에 음식점에서 받아와 이를 각 가정에 배달하는 게 흔했습니다. 앱이 생긴 뒤에도 이렇게 배달을 하는 라이더가 적지 않았고요.

 

배민1은 라이더가 한 번에 한 개의 배달만을 하는 서비스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조금 더 빠르게, 따뜻한 음식을 받을 수 있는 게 장점입니다.

 

②배민1 배달료

 

배달의민족은 배민1 배달료로 6000원을 책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일부 소비자들은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6000원이나 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하고 말이죠.

 

맞습니다. 소비자가 이 돈을 다 내는 게 아닙니다. 이 돈은 소비자와 자영업자가 나눠서 냅니다.

 

첨부한 사진은 한 가게의 배민1 배달료입니다. 소비자가 1만2000~3만원 미만을 주문할 땐 배달료로 3000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이때 나머지 3000원은 자영업자가 내는 겁니다. 3만원 이상의 음식을 주문할 땐 소비자가 2000원만 내면 됩니다. 그럼 자영업자가 4000원을 부담하는 겁니다.

 

자영업자는 이 6000원을 어떻게 낼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소비자에게 6000원을 다 부담시킬 수도 있고 아니면 본인이 6000원을 다 부담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전적으로 자영업자 선택이지만  자영업자 대부분은 3000~4000원 사이를 자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서 열린 배달의민족 배달라이더-사무직 공동파업 찬반투표 돌입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③라이더에게 가는 돈은 3000원

 

이렇게 배달료 6000원을 받은 배달의민족은 이중 3000원을 라이더에게 줍니다.

 

라이더들이 문제 삼는 부분은 이 부분입니다. 배달의민족이 가져가는 비율이 너무 크다는 거죠.

 

김정훈 배달플랫폼노조 배민분과장은 20일 “저희 입장은 배달의민족이 수수료를 너무 많이 남긴다는 것”이라며 “그 정도가 쿠팡이츠나 요기요 등 다른 회사에 비해서 심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그는 “소비자들이 배달료 책정 방식을 잘 몰라서 그런 것 같은데 소비자들이 내는 돈을 올려달라는 게 아니다”라며 “배달료 6000원 중 저희 노동력에 대해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게 라이더들이 기본배달료를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배민1 수수료 덕일까요.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영업이익 421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14.39%입니다. 전년 757억원 손실이었던 것에 비해 확 늘어난 수치입니다. 당기순이익도 2758억원으로 흑자전환을 했습니다. 배민1이 배달의민족 전체 음식 주문의 15%를 차지한다고 하니 그 영향이 없다고 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④할증

 

배민1 배달료가 일괄적으로 6000원인 것은 아닙니다. 배달거리가 675m까지일 때 그렇고, 그 이후 거리에 따라서 금액이 추가로 늘어납니다. 이 거리에 따른 금액도 위에 설명한 것과 같이 자영업자와 소비자가 나눠서 부담합니다.

 

날씨 등에 따른 추가 할증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배달의민족에서 부담하는 구조입니다. 6000원 배달에 날씨가 좋지 않아 1000원의 할증이 추가됐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총 배달료는 7000원이고, 이중 라이더는 4000원을 가져갑니다. 6000원은 소비자와 자영업자 부담, 1000원은 배달의민족 부담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⑤등골 휘는 자영업자들

 

라이더 이야기를 주로 했지만 배달주문을 받는 자영업자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위의 내용에서 볼 수 있듯 보통 자영업자들이 소비자보다 더 많은 배달료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영업자는 배민1 배달료에 더해 중개수수료도 배달의민족에 냅니다. 중개수수료는 음식값의 6.8%입니다. 2만원짜리 음식을 배달한다면 1360원을 내야 하니 이도 모이면 적은 돈이 아닌 셈입니다.

 

지난해 경기도 하남에서 디저트 가게를 오픈했던 유모(27)씨는 오픈 5개월 만에 장사를 접었습니다. 상가에 들어선 배달 전문 디저트 가게였는데, 유씨는 배달료 부담이 너무 컸다고 회상했습니다.

 

유씨는 “당시 배민1 배달료로 3500원을 부담했다”며 “배달료를 내고 6.8%의 수수료도 추가로 납부하고 나면 마진이 정말 거의 안 남았다”고 했습니다. 유씨는 아르바이트도 쓰지 않고 5개월간 매일 하루 12시간가량 일했지만 한 달에 100만원 정도밖에 벌지 못했다고 합니다.

 

유씨는 당시 한 달 총 수입 중 40% 정도는 배달료로 나갔다고 했습니다. 그는 “배민1의 수수료가 너무 부담스러웠지만 안 하면 경쟁에서 뒤처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며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장사를 하다 결국 안 될 것 같아서 접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함윤식 우아한형제들 부사장이지난해 10월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답변을 하고 있다. 뉴시스

⑥국회도 지적한 높은 수수료

 

결국 배달시장 전체를 봤을 때, 배달의민족 배민1 수수료가 애초에 너무 높게 설정돼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6000원은 어떻게 책정된 것일까요? 자영업자들과의 협의는 거친 것일까요?

 

국회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나온 적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소병철 민주당 의원은 함윤식 우아한형제들 부사장에게 질문합니다.

 

“배민은 배달료를 6000원으로 책정했다. 다른 회사보다 높은 편이다. 해당 배달료를 책정할 때 음식점주와 배달업 종사자와 협의해서 결정한 것이냐.”

 

이에 함 부사장은 배민1이 고급 서비스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함 부사장은 “배달료가 6000원이 된 것은 배민1 서비스 때문”이라며 “택시로 치면 모범택시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그는 “일반대행사는 한 건당 4000원의 배달료를 받는다. 여러 건을 묶어서 배달하는 묶음배달”이라며 “배민1은 단건배달이다. 배달료를 낮추기 위해 여러 형태의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함 부사장은 6000원이라는 배달료를 자영업자 등과 협의해서 정한 것은 아니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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