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주의력·인지력의 한계…미디어의 일방향성으로 부정적 영향”
“하루 2시간 이상 부모 없이 시청은 안돼…제한된 시간만 시청해야”

최근 우는 어린아이를 달래기 위해 부모들이 무작정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일이 빈번한데 앞으로는 자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 2세 이전 영유아들이 스마트폰에 과다하게 노출되면 사회성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어린 나이에 긴 시간 미디어에 노출되면 부모와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며 창의적으로 놀 수 있는 시간이 줄게 되면서 유아의 기억력‧주의력‧인지력의 한계와 미디어의 일방향성으로 인해 뇌 발달 민감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사회성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지적이다.
따라서 영유아가 스마트폰으로 미디어를 시청할 때 보호자와 함께 상호교류 속에 제한된 시간만 교육적인 프로그램을 시청하도록 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성구 교수 연구팀은 만 2세 이전 영유아의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미디어에 과다하게 노출될 경우 소아 발달 지연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30일 밝혔다.

연구팀은 2013∼2019년 사회성 발달 지연으로 치료받은 영유아 96명과 발달 지연이 없는 대조군 101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분석 대상 영유아의 부모와 인터뷰를 통해 미디어 노출시간, 시기, 형태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사회성 발달 지연 군에서는 만 2세 이전에 미디어를 시청한 비율이 95.8%에 달했지만, 대조군은 59.4%에 그쳤다. 또 평균 미디어 시청 시간도 2시간 이상 시청 비율이 사회성 발달 지연 군에서는 63.6%, 대조군에서는 18.8%로 각각 집계됐다.
미디어 시청 때 보호자 동반 여부도 차이가 있었다. 사회성 발달 지연 군에서는 아이 혼자 미디어를 시청한 비율이 77.1%였지만, 대조군은 이런 비율이 38.6%였다. 또 시청 프로그램의 유형에서도 영어과 동화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시청한 비율이 사회성 발달 지연 군보다 대조군에서 높았다.

사회성 발달 지연 군에서는 아이에게 미디어를 시청하도록 한 이유로 ‘부모의 우울·건강문제·맞벌이’(55%), ‘아이 달래기’(26.5%) 등을 주로 꼽았던 반면 대조군은 이런 답변이 각각 41.3%, 7.4%로 적은 편이었다.
미디어 노출이 아동 신경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논란이 있지만, 미국 소아과학회에서는 2세 이전 미디어 노출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
실제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한 관찰연구에서는 영유아의 미디어 노출이 인지과정보다 단순히 시각피질만 자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람과의 상호작용은 뇌 발달을 훨씬 더 활성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최근 사회성 발달 지연과 관련된 자폐스펙트럼장애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어 미디어 노출 증가와의 관련성에 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성구 교수는 “어린 나이에 긴 시간 미디어에 노출되면 부모와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며 창의적으로 놀 수 있는 시간이 줄게 된다”면서 “유아의 기억력, 주의력, 인지력의 한계와 미디어의 일방향성으로 인해 뇌 발달 민감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사회성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발달 지연 아이의 경우 부주의하고 지나치게 활동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부모들이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미디어 노출이 더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때는 영유아가 미디어를 시청하더라도 보호자와 함께 상호교류 속에 제한된 시간만 교육적인 프로그램을 시청하도록 하면 사회성 발달 지연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소아 건강 분야 국제학술지 ‘세계 소아 건강’(Global Pediatric Health) 최근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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