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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시험 승진’ 비율 하향 조정 검토...50년 된 승진제 개편되나

입력 : 2023-03-29 18:05:45 수정 : 2023-03-29 19: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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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에 제도 개편 추진

시험 준비 한다고 격무부서 기피
업무 떠안은 경찰 되레 승진 밀려
시험 승진이 심사 승진보다 9년 빨라
일각 “빽없인 시험이 가장 공정” 불만

경찰이 시험 결과로 승진하는 비율을 하향 조정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73년 경정 이하의 승진에 시험제도가 도입된 이래 50년 만의 변화다. 갈수록 업무보다 시험 준비에 매진하는 경찰관이 늘면서, 경찰 본연의 역량을 더 끌어올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현재 심사승진과 시험승진 비율은 각 50%로 유지되고 있다. 심사승진은 평상시 근무태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경력과 근무 성과, 적성 등을 기준으로 한다. 시험승진은 일정한 과목의 시험 결과와 함께 근무성적 평점과 교육훈련 성적을 합산하는 방식이다.

시험승진은 경찰관의 승진적체 완화 및 사기 진작, 심사승진의 공정성 문제 해소 차원에서 시행됐다.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심사승진보다 시험만 잘 보면 빠른 계급 상승이 가능해 경찰공무원의 ‘매력’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문제는 시험 준비로 격무부서를 기피하는 경찰이 늘어나고, 실무경험이 부족한 이가 승진하는 사례 등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업무에 매진한 직원들이 오히려 승진이 늦어지면서 사기 저하 요인이 된다는 우려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승진 제도가 경찰 조직 역량을 견인하고, 합당한 보상이 되려면 시험·심사승진 비율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전 계급에서 승진 소요 최저근무연수가 단축된다. 이에 따라 경찰들이 시험승진에 몰두하고 승진 공부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수사부서 기피 현상이 커질 수 있다는 내부 반응도 적잖다. 이 때문에 시험승진 비율을 줄이는 고육책을 내놓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행정안전부는 경찰 인사 개편안을 통해 순경 출신이 빠르게 간부로 승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에서 승진에 필요한 최저 근무연수를 줄이는 개선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최근 5년간 순경에서 경정까지 오르는 데에 심사승진은 평균 26.4년이 걸린 데 비해 시험승진은 17.6년 만에 가능했다. 경찰 관계자는 “요즘 젊은 경찰관들의 트렌드는 ‘고생해서 일 배우기보다 공부해서 승진하면 그만 아니냐’는 것으로 굳어졌다”며 “일·생활 균형을 챙기자는 인식이 대세가 되면서 예전보다 확실히 이런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시험승진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데 대해 일선에서는 불만이 컸다. 재작년 입직한 서울 지역의 모 순경은 “시험승진이 그나마 투명하고 본인 노력으로 승진할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며 “빽 없는 사람은 승진도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심사승진의 경우 “기준도 비공개이고, 지구대·파출소는 직원들의 근무를 잘 알지도 못하는 서장이 무엇을 보고 최종 결재를 하는지 의문”이라고도 말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파출소 소속 30대 경사는 “시험은 자기 실력으로 승부하는 것이고, 업무 역량을 보여주는 길”이라며 “심사승진은 상사와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승진의 기준이 업무·경험 자체가 돼야 한다는 점에서 시험승진을 줄이는 방향이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팽팽하다. 도봉경찰서 소속 한 40대 경위는 “현장을 오래 경험한 윗사람들 입장에서는 파출소와 기동대에서 수사·형사 경험 없이 시험 공부만 하고 현장을 모른 채 ‘선무당이 사람 잡는 경우’가 있어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고 밝혔다. 이윤호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국민 입장에서 꼭 공부 잘하는 경찰을 원하겠느냐”며 “심사승진과 시험승진 소요기간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시험으로 몇 배수를 뽑아서 심사를 하는 등 혼용하는 방법을 고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근속승진과 특별승진을 중심으로 승진체계를 개편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험승진 준비자를 배려하느라 근속승진자들이 일은 가장 많이 하면서 승진은 가장 늦다는 불만에서다. 최근 경감으로 퇴직한 A씨는 “폴넷(경찰 내부망) ‘현장활력소’ 게시판을 보면 근속승진·특별승진으로만 승진하게 하자는 이야기가 많다”며 “이렇게 되면 승진 부담이 줄어 일선 경찰이 업무에 더 충실하고 국민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혜·김나현·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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