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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식의세계속으로] 관광 부활로 치솟는 박물관 입장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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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27 23:37:10 수정 : 2023-03-27 23: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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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요 박물관·미술관 관람료 대폭 올려
동아시아 관광객 호구 여겨… 차별정책 불쾌

해외여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의 큰 타격을 받은 분야다. 그 가운데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관광명소들은 개점휴업 상태가 되거나 심지어 일시적으로 폐쇄하는 일도 잦았다. 물론 일부 예술 애호가들은 고요하고 한적한 박물관을 찾아 침착하게 예술품을 감상하는 특수한 상황의 사치를 누릴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잦아들고 마스크를 벗어던지면서 해외여행과 문화관광의 시대가 다시 열렸다.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관광객은 사라졌고, 올 초까지 철저한 코로나19 방역을 했던 중국 관광객이 아직 예전의 수준을 되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올해 주요 관광 명소는 코로나19 이전 2019년에 육박하는 수준의 방문객을 맞을 예정이다. 세계 관광객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작품을 구경하는 예전의 번잡한 환경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세계의 관광객들에게는 불행하게도 박물관이나 미술관 입장료는 인상(引上)의 바람을 타고 있다. 코로나19 때 관람객의 축소와 시설의 폐쇄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가격을 올려 손해를 보충하자는 논리다. 게다가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일반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에너지 가격의 폭등은 대규모 문화 시설의 관리비를 폭증시켰다. 일례로 올해 문을 여는 이집트의 그랜드 박물관은 외국인 30유로(약 4만2000원), 자국민 4.5유로(약 6300원)의 입장료를 받을 예정이다.

지난 24일 프랑스 르몽드지의 논설이 보여주듯 선진국들도 노골적으로 입장료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관광업계의 다양한 보고서에 따르면 입장료를 올리더라도 어차피 멀리서 여행 온 관광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주머니를 열 것이라는 예측이다. 따라서 한번 구경하고 다시 방문하지도 않을 외국인들에게 돈을 좀 더 받으면 국민의 세금도 아끼고 시민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럽과 미국의 주요 박물관·미술관을 방문하는 주요 고객인 동아시아 관광객을 ‘호구(虎口)’로 여기는 이런 접근법은 불쾌하기 그지없다.

프랑스는 루브르 왕궁을 대중에게 개방하여 박물관으로 만든 혁명의 조국이고 200여 년 전에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선언한 나라가 아닌가. 하지만 2023년 현재 루브르박물관에 입장하려면 무려 17유로(약 2만4000원)라는 상당한 돈을 내야 가능하다. 26세 이하의 유럽 청소년은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지만 말이다. 무료입장하는 사람들은 관람객의 40% 정도인데 결과적으로 미국이나 중국 관광객의 돈으로 유럽의 청소년을 박물관에 입장시키는 셈이다.

오히려 모든 관람객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공공재로서의 박물관·미술관은 자본주의의 나라 미국의 워싱턴DC 국립박물관이나 영국의 내셔널 갤러리 등이다. 미국도 뉴욕은 사정이 다르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원래 자유롭게 기부금을 내도록 했으나 관람객의 인색함에 수익이 너무 적어 2018년부터 30달러(약 3만9000원)의 고액 입장료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혜택을 보면서도 비용은 부담하지 않는 사람들과 그로 인한 공공재의 비극은 분명 존재한다. 또 교육을 위한 청소년의 무료입장이나 박물관이 있는 도시 시민들의 특권도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예술과 문화 영역에서 국가나 지역에 따라 차별을 두는 정책은 옹졸해 보인다. 박물관·미술관이 품고 있는 지혜의 빛과 아름다움은 한 집단이나 나라가 독점할 수 없는 인류 전체의 보물이기 때문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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