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과잉 불필요” 인식에 코로나 겹쳐
‘일상회복’으로 올해 우유급식 다시 늘까
초등 2학년 아이를 둔 직장인 임모(39)씨는 최근 학교에서 ‘우유급식’ 수요조사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그는 우유급식 참여 여부에 ‘아니오’라고 표시했다. 임씨는 “아이가 원래 우유를 좋아하지 않아 억지로 먹이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우유급식을 선택하지 않는 부모는 많다. 이유도 “집에서 우유를 먹기 때문에”, “아이가 특정 브랜드의 우유만 먹어서”, “우유를 먹으면 배가 아프다고 해서”, “2교시 후 우유를 먹으면 점심을 많이 먹지 않기 때문에” 등 여러가지다.

22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급식을 선택한 학생은 147만6000명, 전체 학생의 27.8%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10년 전인 2012년 52.5%의 절반가량이다.
우유를 가장 많이 먹는 학생들은 나이가 어린 초등학생이다. 우유급식 비율은 초등학교에서 38.2%로 가장 높았고 중학교 18.2%, 고등학교 14.6%로 낮아졌다.
초등 우유급식도 10년 전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숫자다. 2012년 초등학교에선 10명 중 8명 이상(82.2%)이 우유를 마셨다. 우유급식을 먹는 어린이가 10년 만에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우유는 왜 이렇게 인기가 없어졌을까.
우유는 영양 섭취가 충분하지 않았던 시절 저렴한 가격에 높은 영양을 공급할 수 있는 ‘완전식품’으로 여겨져 1960년대부터 급식으로 제공되기 시작했다.
우유를 싫어하는 학생, 우유를 먹으면 탈이나는 학생도 예외 없이 우유를 받았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우유급식은 필수인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 사이 국민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영양 수준이 크게 개선되면서 우유급식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다.
적은 양으로 많은 영양을 공급할 목적이었던 우유급식은 ‘영양과잉’ 시대에 더는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오히려 현재 어린이·청소년에게 부족한 무기질 보충을 위한 채소·과일 제공이 낫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런 분위기에 우유급식을 선택하지 않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우유급식 비율은 2019년 전체 학생의 절반인 50.3%로 떨어졌다.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유급식도 직격탄을 맞았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 많아져 우유급식 비율이 2020년 29.2%, 2021년 28.1%로 급감했고 지난해엔 더 떨어졌다.
팬데믹 3년차로 대부분 정상수업이 이뤄졌으나 마스크 상시착용 방침 때문에 우유급식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지속된 것으로 풀이된다.
우유급식 급감에 낙농업계는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우유급식에 사용된 원유는 5만t으로 전체 원유 생산량의 3.7%를 차지했다. 전 국민 우유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원유가 남아 걱정인 낙농업계에는 우유급식 시장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낙농진흥회는 찾아가는 우유교실, 우유급식 우수학교 선정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우유 섭취의 장점을 홍보하고 있지만 수요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올해는 일상회복과 함께 실내마스크 의무가 전면 해제된 만큼 우유급식률 상승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무상급식이 아니고 자의로 선택하는 것이다 보니 우유급식 비율을 늘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전체적인 우유 섭취 감소 추세라 올해도 우유 소비량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대리점 상황을 살펴보면 올해는 우유급식 수요도 조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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