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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살길”… 조선업 ‘원·하청 임금차 최소화’ 상생협약

입력 : 2023-02-27 19:40:00 수정 : 2023-02-27 23: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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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첫발

원청, 적정수준의 기성금 지급
하청은 임금 인상률 높이면서
정당 보상 지급체계 마련 노력
용접 등 업무에 우선 적용키로
공동복지기금 출연 확대 계획도

‘사회적 대화 모델’로 확산 기대

정부가 지난해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파업이 종료되고 7개월여 만에 원청과 하청 간 상생협약 체결을 이끌어냈다. 조선업의 고질적인 이중구조 문제에 대해 원청과 하청의 협력으로 실마리를 풀게 된 것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노동개혁의 과제로 내건 정부는 조선업 상생 모델을 다른 업종으로 확산시킨다는 구상이다.

 

고용노동부는 27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조선 5개사의 원청업체와 협력업체가 참석한 가운데, ‘조선업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법적 강제나 재정 투입이 아닌 원청과 하청의 대화로 상생안을 도출해낸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7일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영빈관에서 열린 조선업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상생 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월 대우조선해양 파업의 후속 조치로 그해 11월 ‘조선업 상생협의체’를 발족했다. 파업으로 격하게 대립하던 원·하청이 파업의 핵심 현안이던 임금격차 해소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마주 앉은 것이다. 협의체가 꾸려진 초기만 해도 조선업 이중구조 해소는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상생협의체가 꾸려지고 110일 만에 나온 협약에는 하청의 임금 인상을 위한 양측의 협력 내용이 담겼다. 먼저 원청은 하청의 임금 인상률 개선을 위해 적정 기성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공사 대금인 기성금은 하도급 구조의 가장 아래에 있는 하청 근로자의 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번 협약으로 기성금이 인상되면 하청 근로자의 임금 인상률 역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원·하청 간의 임금체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에스크로(Escrow) 결제 제도도 활용하기로 했다. 에스크로 계좌를 활용하면 계좌가 은행 등의 감시하에 놓여 임금체불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아울러 일한 만큼의 정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숙련 중심 임금체계로의 개편도 추진한다. 특히 용접과 같은 특정 공정에 임금체계 개편을 우선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원청은 하청의 보험료 납부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정부는 연체금 면제 및 체납처분 유예 등의 조치를 시행한다. 원·하청 종사자의 복지 증진을 위해 공동근로복지기금 출연도 확대할 계획이다.

상생협약 체결식에 참석한 이상균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는 “우리나라 조선업이 세계 1위의 위치를 굳건히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협력업체들과 함께 노력해왔기 때문”이라며 “상생협약을 적극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무덕 현대중공업사내협력사협의회 회장은 “협력업체 근로자의 임금·복지 수준 향상으로 청년·고령자들이 조선업계에 유입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협약은 조선업 원·하청이 상생을 위해 협약을 이끌어냈다는 의미에서 더 나아가 정부 노동개혁의 일환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의 모델이 될 전망이다. 앞서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조선업 상생협력 모델의 성과는 향후 다른 산업·업종으로 확산되고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정부 지원이 대증요법이 될 수는 있으나, 산업과 시장의 자체적 구조개선이 없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는 노동과 공정거래, 산업 등을 포괄하는 ‘이중구조 해소 종합대책’을 4월 중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27일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영빈관에서 열린 조선업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상생 협약식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두겸 울산시장, 조선 5사 원청·협력업체 대표 등이 협약서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노동계는 이날 협약을 두고 “노조를 배제한 반쪽짜리”라고 평가 절하했다. 조선업종노조연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에 관해 구체적인 계획 없이 말만 번지르르한 수준으로 협약을 체결했다”며 “(협약과 같은) 선언을 지금까지 많이 봤지만 모두 지켜지지 않고 문서에만 남았다. 향후 5년간의 구체적인 목표와 상세 계획이 따라야 한다”고 비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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