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살 늦은 나이로 요리학교 들어가
다양한 호텔서 일하면서 경력 쌓아
과거 화려한 테크닉에 치중하기도
지금은 재료 본연의 스타일에 집중
화이트 라구·채끝 스테이크 시그니처
“조리도 중심이 잡혀야 퀄리티 유지”

어릴 때부터 요리하고 싶었던 바람이 있었지만 부모의 반대로 22살에 요리학교에 들어갔고 졸업 후 힐튼호텔에 취업했다. 당시 한식 세계화 붐이 일었던 시기여서 많은 기회를 만날 수 있었다. 경희대학교 대학원 프로젝트 중 한식 스타 셰프 프로그램에 합격해 경희대에서 한식 스타 셰프 과정을 이수했다. 숙명여자대학교 한식 스타 셰프 심화 과정에선 1등을 해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주중에는 힐튼호텔에서 근무하고 주말에는 롯데호텔에서 근무하면서 무궁화, 모모야마, 피에르 가니에르처럼 롯데호텔의 다양한 레스토랑에서 이루어지는 행사를 접하고 경험할 수 있었다. 이후 다양한 요리 대회에서 수상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여의도에 있는 콘래드 서울 오픈멤버로 이직하게 된다.
한식 베이스를 쌓아왔던 기존과 달리 콘래드 호텔에서 양식 베이스의 근무를 하다 보니 양식을 더 배우고 싶다는 갈증이 생겼다. 뉴욕에 가서 혼자 여행하고, 배우고 싶은 곳의 주방에서는 요리도 하면서 문화를 익히고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온 후 스와니에를 거쳐서 오스테리아 오르조, 모퉁이 우 RIPE를 거쳐 ㈜코어소사이어티를 만들고 아이스크림 소사이어티, 더 이탈리안 클럽, 카인다카츠를 운영 중이다.

김 셰프에게 음식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화두는 ‘와이(Why)’다. 왜 그 메뉴를 만드는지, 왜 자기 스타일을 만드는지, 이유가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김 셰프에게 음식을 만드는 과정은 단순히 맛있게 만들어야 하니까가 아니라 식재료는 무엇을 사용해야 하며 조리방법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본인만의 ‘와이’가 필요하기 때문에 왜라는 질문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질문과 고민이 없으면 제자리에서 발전이 없기 때문에 ‘와이’라는 질문이 부여되면서 내가 만들고 제공하는 음식의 가치와 본인의 캐릭터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현재 김 셰프를 대표하는 공간은 더 이탈리안 클럽으로 ‘서울의 오스테리아’라고 할 수 있다. 명확한 기준을 제공하는 곳은 없지만 서울형 오스테리아라는 느낌을 담고 싶은 바람으로 만들고 운영한다. 현재 김 셰프는 기교를 모두 빼고 굉장히 베이식하면서 완성도를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전에는 화려하고 테크닉적인 부분에 치중해 있었다면 지금은 기본에 충실하면서 최대한 색을 빼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언젠가는 간단한 색과 터치로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요리를 하고 싶은 바람으로 베이식을 지켜서 언제든 자주 찾을 수 있는 공간의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김 셰프의 음식이고, 더 이탈리안 클럽의 방향이다.
첫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화이트 라구’다. 더 이탈리안 클럽의 면을 뽑는 스타일은 기본적인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사용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일반 파스타 제면기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면 스타일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면을 접는 폴딩이다. 최대한 빨리 면을 많이 접어서 파스타면 특유의 툭툭 끊어지는 식감을 보완하고 텐션을 길게 만들어 줄 방법을 찾았다. 밀도를 높여서 파스타면 안에서 최대한 텐션을 주고자 한다. 마지막에 코냑이 들어가서 풍미를 올리고, 모든 고기를 다 넣고 볶지 않고 소와 돼지를 따로 조리해서 합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각각의 식재료가 가지는 맛을 최대치로 뽑아내기 위해 번거롭더라도 여러 단계를 거치는 조리방법을 통해서 더 이탈리안 클럽만의 농밀한 맛을 만들어내고 있다.

두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한우 채끝 스테이크다. 스테이크가 시그니처 메뉴라는 것이 평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더 이탈리안 클럽 스테이크는 단골 사이에서는 매우 유명하다. 좋은 한우를 골라서 제대로 익힌다는 가장 단순한 기본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더 이탈리안 클럽에서 제공하는 스테이크는 팬스테이크다. 지방의 분포도에 따라 익힘 정도를 결정하고 마지막에 볏짚으로 한 번 더 익혀서 나가는 스테이크다.

김 셰프는 고민하고 기술력이 많이 담긴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브랜드를 더 많이 만들 생각이다. 특히 좋은 품질을 항상 일정하게 내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김 셰프는 코어소사이어티란 회사 이름을 만들 때 ‘생각이 코어’라는 관점에서 출발했다. 김 셰프는 코어적 사고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련의 과정 안에 중심이 어디인지 알고 중요한 것들에 입각한 사고를 해서 좋은 퀄리티를 내자는 것이 목표이다 보니 코어적 사고를 하는 것이 회사의 슬로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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