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은퇴한 베네딕토 16세(95)의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황청이 명예 교황(Emeritus Pope)의 선종이라는 전례 없는 상황에 맞은 장례식을 고심하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 등 외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제265대 교황에 올랐으나, 8년 만에 고령 등을 이유로 자진 퇴위했다. 교황이 스스로 사퇴한 건 가톨릭 역사상 598년 만의 일이었다.
이후 그는 명예 교황으로 불리며 바티칸의 한 수도원에 머물며 기도와 묵상에 전념했다.
이날 BBC는 “가톨릭 교회는 지도자가 사망한 후 엄격한 의전을 시행하고 있지만 은퇴한 교황에게도 동일한 의전이 적용될지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교황청은 통상 교황이 선종하면 각국 정상에 비공식적으로 관련 사실을 알린 뒤 라디오 방송으로 이를 공식 발표해 왔다.
또 교황 직책을 대신하는 교황 궁무처장(Camerlengo)이 작은 은망치로 고인의 이마를 세 번 두드리고 이름을 부르면서 교황의 선종을 공식 확인하고, ‘어부의 반지’(초대 교황인 사도 베드로를 상징)로 불리는 교황의 인장 반지를 파기하는 절차도 있다.
이후에는 교황 궁무처장의 지휘하에 장례식을 진행하고 새 교황을 뽑기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 콘클라베가 준비된다.
하지만, 베네딕토 16세가 선종할 경우 이런 절차 중 상당수가 적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프란치스코 교황이 착좌해 있기 때문이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이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엄수돼 온 장례식도 추기경단 단장이 아닌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주관할 수 있다고 BBC는 내다봤다.
베네딕토 16세가 독립 국가인 바티칸시국의 국가 원수였기 때문에 외국 지도자들을 초청하는 국장 형식의 장례식이 열릴 가능성도 있지만, 이마저도 현재까지는 미지의 영역이라고 BBC는 덧붙였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바티칸이 베네딕토 16세의 장례식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퇴임한 교황의 경우 통상적인 절차를 밟을지는 불분명하고 바티칸은 해명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재임 중 퇴위한 교황은 베네딕토 16세가 처음이 아니지만 과거 사례를 참고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가장 최근 사례인 1415년 그레고리오 12세의 퇴위는 아비뇽 유수(1309∼1377년)를 계기로 두 명의 교황이 양립했던 이른바 서로마 교회의 대분열을 종식하기 위한 결단의 성격이 강했다고 BBC는 설명했다.
교황청 관련 전문가인 마시모 프랑코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절차가) 처음부터 다시 쓰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딕토 16세가 선종할 경우 전임 교황들과 마찬가지로 성 베드로 대성당 지하에 안장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딕토 16세의 전기 작가는 베네딕토 교황이 베드로 성당의 요한 바오로 2세 무덤 곁에 묻히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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