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기온이 온난해지면서 식생과 서식 환경도 변하고 있다. 북극 식물이 오히려 더 잘 자라면서 노르웨이 북쪽 스발바르 제도에 사는 스발바르 순록 번식도 활발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26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기온 상승으로 식물 생장이 활발해지면서 스발바르 순록의 서식 지역도 넓어졌다. 북극점에서 불과 500마일(800㎞) 정도 떨어진 스발바르 제도에 사는 스발바르 순록은 최근 서식지가 빙하로 덮인 일부를 빼고 제도 전 지역으로 확장했다.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면서 최근 몇 년간 극지방에서는 눈 위로 비가 내린 뒤 땅이 얼면서 순록 등 동물이 먹이를 찾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순록은 눈을 파고 이끼 등 낮게 자란 식물을 먹는데 비로 땅이 얼면 먹이가 부족해진다. 이 때문에 툰드라 등 러시아에서 순록이 대규모로 굶주린 채 사망하거나 캐나다와 알래스카에서 순록 개체 수가 감소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다른 북극 지역처럼 스발바르 제도도 과거보다 눈이 더 많이 내리고 그 위로 비가 내려 얼어붙기도 했다.
그러나 스발바르 제도에서만큼은 순록 개체 수가 증가세를 보인다. 주요 이유로는 먹이의 변화가 추정된다. 핀란드 오울루대 박사과정 학생인 타마라 힐투넨과 연구생들이 이를 모니터링해 국제학술지 ‘글로벌 체인지 바이올로지’에 게재한 결과를 보면 이끼류 등에서 ‘그라미노이드’라 불리는 풀류로 순록의 식단이 바뀌었다. 이런 식이 변화가 나타나는 시기는 1996년에서 2012년 사이로 관찰됐는데, 눈 위로 비가 내리거나 북극 여름철 기온이 상승하는 현상이 보편화한 시기기도 하다.
이 연구를 지도한 제프리 웰커 오울루대 교수는 “그라미노이드 줄기는 1㎝ 정도 얼음이 얼어도 동물이 먹이활동을 할 수 있을 만큼 자란다”며 “순록은 먹이를 구하기 어려운 겨울에도 생존할 수 있을 만큼 영양분이 풍부한 풀을 공급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토양 온도가 상승하고 땅에 순록 배설물이 쌓이면서 그라미노이드 생장은 유리해지고 이는 다시 스발바르 순록에 이득이 된다.
다만 북극 온난화가 스발바르 순록에 마냥 긍정적인지는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야코 풋코넨 노스다코타대 교수는 “반길 소식”이라면서도 “자연은 서로 연결된 끝없는 거미줄과 같아 일부 변화는 순록에게 좋을 수 있어도 일부 변화는 해로울 수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스칸디나비아에서도 눈 위로 내린 비가 곰팡이류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보고가 있지만 또 다른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웰커 교수는 스발바르 제도에서 관찰된 변화가 다른 북극 지역에도 적용되지는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발바르에서는 순록이 변화에 적응한 모습이 나타났지만 알래스카 등 다른 지역은 감소세”라며 “한 곳에서 나타난 현상이 다른 지역에서 같게 적용되지 않는 북극의 복잡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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