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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ISS 탈퇴 엄포에도… ‘우주 경제 잡아라’ 불꽃 튀는 선점 경쟁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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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2-24 22:00:00 수정 : 2022-12-25 14:4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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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경제의 신기원 ‘우주정거장’

인류 사망원인 1위 심혈관 질환 치료 등
ISS 연구소 구축 후 3000건 실험 진행
美 스페이스 등 기업들 앞다퉈 투자
‘메이드 인 스페이스’ 상품 시대 임박

나사, 우주 경제 가치 517조원 평가
선진국들 새 성장동력으로 투자 박차
ISS 공동 운영 러시아 돌연 탈퇴 선언
러 빠지면 ISS 추락·우주 미아 될 운명
우주 비즈니스 꿈꾸던 서방세계 당혹

미국 코네티컷주 파밍턴의 람다비전사(社)는 퇴행성 안구질환 환자의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단백질 기반 인공 망막을 만든다. 특이한 것은 이 회사의 인공 망막 연구가 이뤄지는 장소다.

람다비전은 지구 위 420㎞ 상공 저궤도(LEO·고도 2000㎞ 이하)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실험한다. 회사는 4월 ISS로 떠난 스페이스X 우주왕복선 크루드래건에 실험 키트를 실어 보냈고, 이때부터 6개월 일정으로 관련 연구를 했다.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 단계 중 3단계인 ISS

◆‘Made in Space’ 시대 온다

람다비전이 ISS를 택한 이유는 중력이 거의 없는 ISS의 이른바 미세중력(microgravity) 환경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생물·물리적 작용에 중력이냐 무중력이냐 하는 환경은 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람다비전의 경우 지상 연구실에서 인공 망막을 만드는 얇은 단백질 조직을 층층이 쌓아 올리면 중력에 의해 붕괴하거나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

미세중력 환경은 다르다. 미국 ISS국립연구소에 따르면 미세중력은 유전자 발현과 DNA 조절 변화, 세포 기능과 생리 변화, 세포의 3차원(3D) 응집 등을 통해 바이러스, 박테리아에서 인간에 이르는 다양한 유기체의 변화를 유도한다. 미세중력 상태에서는 강도는 높으면서 무게는 가벼운 새로운 물질을 만들 수도 있다. 고순도 의약품을 제조하는 데 무중력이 필수 공간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초(超)소형화가 관건인 반도체를 미세중력 상태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미국 등에서는 이미 연구 중이다.

물론 지구에서도 무중력 상태를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가짜(인공) 무중력 상태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무중력 유지 시간도 너무 짧아 충분한 효율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ISS연구소는 그래서 미세중력 환경이 갖춰진 ISS에서 생명과학, 생명공학, 에너지 및 바이오연료, 물리·재료과학 등의 분야를 연구한다. 미국이 ISS를 쏘아 올린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별도의 국립연구소를 만들어 운영하는 이유다. 이 연구소는 ISS 구축 후 최근까지 3000여건에 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가장 최근 연구는 골다공증과 면역결핍 치료제 연구, 인류 사망 원인 1위인 심혈관 질환 치료법을 개선하기 위한 줄기세포 실험 등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ISS로 가져가 백신 개발 연구를 했다. 성공하면 모두 고부가 가치 창출이 가능한 분야다.

람다비전도 ISS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연구한다. 그렇다 해도 람다비전 연구원이 ISS에 갈 필요는 없다. 이 회사와 협업하는 스페이스탱고가 지상에서 우주 원격 실험을 가능케 한 솔루션을 제공했다.

람다비전 설립자 니콜 와그너 박사는 “우리 목표는 ISS나 미래의 상업용 우주정거장에서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것”이라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캐나다 우주비행사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실험하는 모습. 나사 제공

◆우주정거장은 우주경제 플랫폼

LEO에서 창출되는 산업, 이른바 우주경제를 선점하기 위한 주요국과 기업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우주정거장은 바로 우리 앞에 다가온 우주경제의 핵심 플랫폼이다.

최근 중국이 자체 우주정거장 톈궁(天宮)을 완성하면서 미국·러시아가 주도한 ‘유일(唯一) ISS 시대’가 저물면서 우주경제 경쟁은 더욱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대 말이면 ISS와 톈궁 외에 또 다른 우주정거장이 LEO에서 작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러시아가 자체 우주정거장을 2028년쯤 완공한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러시아는 1998년부터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등 ISS를 운영하는 15개국 중 하나다.

미·러는 2024년으로 정한 ISS의 운용 기한을 2030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고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제재가 급증하자 러시아는 돌연 계획대로 2024년까지 ISS에서 철수한다고 선언했다. 2030년 이후 자체 정거장을 만들려는 계획은 우주개발을 추진 중인 미국을 골탕 먹이려는 속내가 깔린 전략이다.

특히 러시아는 ISS의 러시아 모듈 3개를 떼어 가 이를 기반으로 하는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을 염두에 두고 있다.

ISS 구조물에 대한 권리는 참여국의 기여도에 따라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다. 그동안 각국의 소유 모듈, 투자 규모에 따라 체류 인원과 실험실 모듈 사용 시간을 정했다. 미·러에 이어 나중에 ISS에 실험실 모듈을 붙인 유럽우주국(ESA)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도 이 모듈이 자국 소유이지만 초기 기여가 없어 절반 정도밖에 이 실험실을 사용하지 못한다.

공언대로 2024년 러시아 소유 모듈이 떠나면 ISS는 추락하거나 우주를 떠돌 수밖에 없다. 당장 급하게 된 것은 미국이다. 최소 6년간 공백을 감내해야 한다. 이는 우주경제 육성에 가장 적극적인 미국 입장에선 당혹스런 상황이다.

나사는 상업용 LEO 경제 토대 구축을 기관의 핵심 전략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있다. 나사는 이 분야 선점을 위해 새 우주정거장을 갖기 전에라도 ISS에 모듈을 더 연결해 상업 연구나 경제 활동을 위한 기능을 늘리려고 했다. 민간 우주비행사의 체류 허용 등 ISS를 상업 영역에 개방하는 계획도 마련해 놓은 상태다.

악시옴 스페이스의 상업 우주정거장 예상도. 이 정거장은 초기 단계에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붙어 운영된 뒤 독립한다. 악시옴 스페이스 제공

나사의 이런 움직임은 우주정거장에서 창출될 부가가치가 상당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나사는 우주 비즈니스를 지구 상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나사 관계자는 “우주경제는 지난 10년 동안 60% 이상 확장됐으며 현재 약 4000억달러(약 517조5200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2040년까지 전체 우주경제 시장 규모를 연간 1조달러로 추산한 곳(씨티은행)도 있다.

미국의 다음 우주정거장은 이런 추세를 반영해 철저히 상업용으로 구상됐다. 블루 오리진과 시에라 스페이스, 노스럽 그루먼, 악시옴 스페이스, 록히드마틴 등 미국 회사는 2030년 이후 폐쇄될 ISS를 대체하는 우주정거장을 설계하고 있다. 2025년쯤 나사는 이들 회사 중 한 곳을 골라 우주정거장 구축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미국이 정부 차원의 우주정거장 계획을 세우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비용 문제도 거론된다. 미국은 ISS에 최근까지 1590억달러 이상, 연간 운영 비용 약 30억달러를 썼다. 이는 나사의 연간 유인 우주비행 예산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 단계 중 1단계인 살류트

◆러시아 진짜 ISS서 철수하나

문제는 러시아가 ISS를 떠나냐다. 러시아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올해까지 ISS에서 실험·연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을 비롯한 국내외 우주학계에서는 러시아의 이번 탈퇴 선언이 공갈에 그칠 공산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러시아의 ISS 탈퇴 선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크름반도 합병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던 2014년 5월에도 러시아는 미국과의 우주 협력 중단을 선언했다.

드미트리 로고진 당시 러시아 부총리는 트위터에 “나사가 우주비행사를 ISS에 보내려면 트램펄린을 사용해야 한다”고 했지만, 실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강성 국수주의자인 로고진은 이후 러시아 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미국 나사 격 조직) 국장을 한때 맡기도 했다.

이런 위협이 서방에 통할 수 있는 이유는 적어도 우주정거장 분야에서는 러시아가 미국보다 앞선 나라이기 때문이다. 과거 소련은 달 착륙 경쟁에서 미국에 패한 뒤 눈을 돌려 1971년부터 1986년까지 살류트(불꽃)란 이름의 우주정거장을 처음 띄웠다. 이는 미르(평화) 정거장을 거쳐 현재의 ISS 프로그램까지 확장했다.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 단계 중 2단계인 미르

미르는 1987년부터 폐기되기 전까지 총 13개국에서 62명의 외국 우주비행사를 맞았다. 이 중에서 미국 우주비행사가 미르에서 보낸 시간은 총 919일이다. 이는 1981년 시작된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통해 91차례 비행해 누적된 총 체류시간보다 5개월 정도 길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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