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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폭락, 해외자본에 잠식” vs “왜곡된 지배구조 개선” [심층기획-'삼성생명법' 뜨거운 감자 재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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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2-06 07:00:00 수정 : 2022-12-06 03: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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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수’ 법안 이번엔 통과될까

보험사 지분 ‘시가평가’ 추진
삼전 주식 8.51% 가진 삼성생명
안건 통과 땐 자산 3% 초과분 처분
주식 31조 중 21조 매도 불가피

시장 충격 우려 목소리
삼전 주식 처분 땐 ‘블록딜’ 발생
대량 지분 매각 시장 혼란 불가피
지분율도 낮아 지배구조 불안정 ↑

이재용 새 시대 여는 법
ESG평가 지배구조부문 B+ 혹평
박용진 의원 “반칙·특권 유물 버려
투명 경영으로 李 회장에게 유익”

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뜨거운 입법 화두 중 하나는 ‘삼성생명법(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2014년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후 별다른 진척 없이 폐기를 거듭했던 삼성생명법은 지난달 다시 한 번 상임위 법안소위에 상정돼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논의는 이제 시작이지만 벌써 국회 안팎에서는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1월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삼성생명법 토론회에서 법안을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가운데)과 패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다만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법안이 상정된 지난달 22일 정무위원회 법안소위가 변화한 분위기를 대변한다. 이날 출석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삼성생명법 관련 질의에 원론적 입장만 고수한 채 미흡한 답변으로 일관하자 야당 의원들뿐 아니라 정무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도 “금융위 답변이 무책임하다”며 “(삼성생명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상황이 이제 됐다”고 지적했다. 법안 통과까지 아직 갈 길은 멀지만 21대 국회에선 이전과 다른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왜 지금 삼성생명법인가

 

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법의 핵심은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 산정 시 채권 및 주식소유 금액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를 기준으로 삼도록 바꾸는 것이다. 현행법상 보험사는 위험 분산을 위해 타 회사 주식을 총자산의 3% 이하로만 소유할 수 있는데 산정 기준은 취득원가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지분의 8.51%에 해당하는 5억815만주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취득원가인 1071원으로 계산하면 약 5444억원으로 올해 9월 기준 삼성생명 총자산인 약 314조원의 3%(약 9조4296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액수가 된다. 그러나 이날 종가인 약 6만300원으로 계산할 경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총 30조6414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총자산의 3%를 초과하는 약 21조2000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왜 하필 삼성전자의 주가가 이른바 ‘6만전자’로 떨어진 지금 논의에 다시 불을 지피느냐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삼성생명이 주식을 매각해야 할 경우 손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뉴스1

그러나 입법을 추진하는 측에서는 삼성의 경영 세대교체가 이뤄진 지금이야말로 삼성생명법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지난 10월27일 삼성전자가 이사회를 열고 이재용 회장 승진을 의결하면서 본격적인 ‘이재용 시대’가 문을 연 만큼 구시대의 논란을 청산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안 통과를 주도하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이날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이 회장이 아버지 시대에 반칙과 특권으로 설계된 ‘구시대의 유물’을 버리고 깨끗하고 투명한 경영으로 ‘이재용의 새 시대’를 열 수 있게 오히려 도와주는 법이 삼성생명법”이라며 지금이 법안 시행의 적기라고 말했다.

 

논쟁을 오랜 시간 끌어온 만큼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다는 문제의식도 상당하다. 마찬가지로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삼성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때가 왔다. 막연하게 ‘삼성이 외국에 넘어가고 M&A(인수합병) 될 거다’ 이런 비과학적 발언이 아니라 진지하게 테이블에 올려놓고 문제가 있다면 어떤 보완책을 어떻게 만들 건지 같이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분율이 떨어지는 게 문제라면 자사주를 살 수 있게 자본시장법을 바꿔 자사주를 사게 하는 방법도 있다고 외국인투자촉진법이 애매하면 강화할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을 가능한지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라며 “보험업법 자체에 문제가 있고 바뀌어야 한다는 데는 여야가 컨센서스(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충격 우려 vs. 지배구조 개선 호재

 

삼성생명 등 법안에 반대하는 측은 대규모 지분 매각으로 인한 시장 혼란 우려를 제기한다. 삼성생명이 21조원이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하게 되면 ‘블록딜(대규모 물량이 장외거래 시간에 통으로 거래되는 것)’이 발생해 주가가 하락하거나 대량 매각을 받아줄 수 있는 해외 자본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생명 입장에선 대체 투자처를 찾아야 하는 부담도 크다. 대체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우량주를 강제로 매각해야 하게 되면 주주 및 보험계약자들의 반발 가능성도 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뉴스1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도 우려가 나오는 부분이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해오던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도 낮아질 수밖에 없어 지배구조의 불안정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안에 찬성하는 측은 이 같은 우려의 타당성에 의구심을 표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삼성생명법 토론회에서 매각 시 시장 충격 우려에 대해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주식 매각 시 삼성그룹 총수 일가나 그 계열사들이 손을 놓고 있으리라는 것은 소설에 불과하다”며 과거 삼성카드가 금융산업의 구조개편에 관한 법률(금산법) 위반으로 에버랜드 주식을 매각할 당시 총수 일가가 해당 주식을 매집했던 사례를 들었다. 

 

우량 투자처 상실에 따른 주주 및 보험계약자의 반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 교수는 “자산 운용 차원에서 우량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에 삼성생명의 총 투자자산 상당 부분이 집중되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삼성생명법이 오히려 지배구조 개선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내년부터 시가 평가가 원칙인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이 국내에 도입되는 상황에서 결국 시가 산정으로의 변화는 피할 수 없고, 오히려 왜곡돼있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바로잡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삼성생명법의 기대 효과 중 하나로 “총수일가가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결과로서 이윤을 획득하도록 유인함으로써 이들의 사익이 기업 이익과 더 일치하도록 만드는 출자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평가에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은 지배구조 부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ESG기준원(KCGS)의 올해 평가에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는 동일하게 환경과 사회 부문에서 각각 A와 A+를 받았지만 지배구조에서는 B+를 받았다. 삼성생명법으로 왜곡된 지배구조를 바로잡는다면 더 좋은 평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법안을 지지하는 측의 주장이다. 

 

◆국회 논의 여정은 이제 시작… 정기국회 안 처리는 요원 

 

19대·20대 국회에서 진척 없는 논쟁 끝에 폐기된 법안이 여야의 의견 합치로 다시 본격적인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은 그 자체로 상당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연합뉴스

다만 당장 법안 통과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재계 반대가 여전한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 도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서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국회가 예산안 등을 두고 공전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 통과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법안심사 소위에서도 삼성생명법이 논의될 예정이었지만 여당 측이 예산안 문제로 회의에 불참하며 논의가 무산된 바 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박 의원과 이 의원은 이번 정기국회 안에는 어렵더라도 21대 국회가 막을 내리기 전까지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입법활동을 지속해나가겠단 입장이다. 박 의원은 “삼성 측에서도 무작정 버티고 ‘배 째라’식으로 나오지만 말고 같이 논의했으면 한다. 요구할 게 있다면 그 요구를 얘기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어떤 우려가 있는지, 어딜 보완해야 하고 뭐가 필요한지 말해달란 것”이라며 계속해서 논의를 진척시켜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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