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세상 떠난 뒤 더 유명해진 천재 피아니스트의 모든 것

입력 : 2022-10-08 01:00:00 수정 : 2022-10-07 20:04:26

인쇄 메일 url 공유 - +

뜨거운 얼음: 글렌 굴드의 삶과 예술/케빈 바자나/ 진원 옮김/ 마르코폴로/ 3만7000원

 

50번째 생일을 맞은 지 얼마 뒤인 1982년 10월4일 세상을 떠난 뒤에도 오랫동안 산 사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 클래식 연주자가 있다. 피아니스트로선 최초로 죽은 뒤에 그래미상을 받기도 했다. 캐나다 출신 ‘천재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가 주인공이다. 굴드의 음반은 그가 죽은 뒤에 더 잘 팔렸다. 예컨대 사후 20년이 지난 2002년 재발매된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은 그해 가장 많이 팔린 클래식 음반으로 손꼽힐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굴드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방송 프로그램·전기·정기간행물·단행본·문헌이 쏟아지고, 영화제·강연·토론회·전시회 등이 세계 각지에서 열렸다. 굴드가 태어나고 자랐던 캐나다 토론토의 굴드 관련 명소들은 성지가 됐고 그곳을 방문하는 ‘굴드 투어’ 열풍이 일기도 했다. 그는 죽고 나서 캐나다에서는 물론 전 세계 클래식계의 신화가 됐다.

케빈 바자나/ 진원 옮김/ 마르코폴로/ 3만7000원

이렇게 된 데는 생전에 곡을 유별나게 해석한 음악 자체가 위대하기도 했지만 그의 독특한 성격과 기행도 한몫했다. 굴드는 클래식 음악사에서 리스트(1811∼1866, 헝가리)와 파데레프스키(1860∼1941, 폴란드) 이래 가장 유별난 성격을 지닌 연주자로 평가된다. 23살 때인 1955년 미국 뉴욕의 한 스튜디오에서 녹음할 때 일화가 유명하다. 초여름 날씨였는데도 외투에다 머플러, 장갑을 끼고 나타난 굴드는 보통 피아노 의자와 다른 접이식 의자까지 들고 왔다. 연주가 시작되기 20분 전에는 뜨거운 물에 두 손을 담그고 자신이 준비한 타월로 손을 닦았다. 연주할 때는 반복적으로 몸을 구부렸다 펴면서 콧노래를 불러 녹음 엔지니어들을 진땀 나게 했다.

그는 31살에 공연 생활을 접고 토론토에서 칩거하다시피 하며 녹음 음반으로만 음악을 들려줬다. 이처럼 성공한 주류 음악가였음에도 관습에 저항한 아웃사이더 이미지와 기이한 기질은 많은 추종자를 양산할 만큼 매력 포인트였다.

하지만 음악사학자로 굴드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전문가인 저자는 “모든 맥락을 배제한 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굴드 사후에 숭배하는 경향을 우려하고 바로 잡아주려 한다”며 20년에 걸쳐 조사한 굴드의 사적·공적인 모든 삶을 조명한다. 책은 굴드의 팬과 클래식 애호가뿐 아니라 그를 잘 모르는 독자까지 신비스럽고 기이한 천재 음악가의 실체를 흥미진진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지금까지 굴드의 삶을 다룬 책 중 최고라고 해도 손색없는 ‘글렌 굴드 평전’이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미연 '깜찍한 볼하트'
  • 이민정 '반가운 손인사'
  • 이즈나 정세비 '빛나는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