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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까지 왔다”… ‘기근 선언’ 가까워진 소말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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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06 14:30:00 수정 : 2022-09-06 15: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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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2022년 말 소말리아 기근 선언 예상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인도적 지원 줄어
최근 네 차례 장마 기간에 비 안 내려
다가오는 장마철에도 비 안내릴 가능성 높아”

“기근이 문 앞에 와 있다.”

 

유엔(UN) 측이 올해 말 소말리아 남부 베이 지역에 대한 공식적인 기근 선언이 예상된다며 한 표현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외곽의 한 캠프에서 한 여성이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딸을 안고 있다. AP연합뉴스

AP는 5일(현지시간) 유엔의 인도주의 책임자 마틴 그리피스가 소말리아를 방문한 며칠 동안 너무 약해서 울기도 힘든 아기들이 굶주리는 걸 보고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고 취재진에게 전했다고 보도했다. 

 

소말리아에서는 적어도 100만명의 사람들이 최근 수십년 동안 기후변화로 야기된 극단적인 가뭄 때문에 살던 곳을 떠났다. 이런 심각한 가뭄은 에티오피아, 케냐를 포함해 아프리카 대륙 동북부를 뜻하는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 광범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식적인 기근 선언은 어려움에 처한 소말리아에 대한 지원이 너무 부족한 데다 늦다는 경고다. 기근은 식량 부족 상황과 함께 콜레라 같은 질병과 명백한 기아나 영양부족에 따른 높은 사망률을 뜻한다. 국제사회가 기근을 선언한다는 건, 자료상으로 가구 중 20% 이상이 식량 부족을 겪고 있고, 아동 30% 이상이 극도의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10명 중 2명 이상이 매일 죽어간다는 걸 말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소말리아가 겪는 재난을 더욱 심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제적 원조가 유럽에 집중되면서 소말리아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줄었기 때문이다. 소말리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 전체 밀의 최소 90%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공급받았고, 이후에는 식량 부족과 가격 급등에 큰 타격을 받았다.  

 

소말리아의 굶주린 가족들은 도움을 구하기 위해 수일 혹은 수주 동안 메마른 땅을 휘청거리며 걷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자신의 가족을 땅에 묻지만, 도시 외곽의 캠프에 도착해서도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외곽 캠프에서 지내는 파두모 아브디 알리요가 지난 주 영양실조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 두 아들의 무덤에 금속 뚜껑으로 흙을 다시 쌓고 있다. AP연합뉴스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외곽 한 캠프에서 지내는 파두모 아브디 알리요는 AP 기자에게 임시 주택 옆 어린 두 아들을 묻은 무덤을 보여주며 “나는 그 애들보다 먼저 죽고 싶었다. 그래서 그 애들이 나를 묻을 수 있었으면 했다”고 말했다. 1800가구가 지내는 그 캠프의 다른 주민인 사메 아단 모하메드는 자신과 자녀 8명이 마지막으로 먹은 식사가 하루 전의 쌀이었다며 오늘은 차만 마셨다고 했다.

 

소말리아에 대한 공식적인 기근 선언은 절실하게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일부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비극적이게도, 기근이 선언될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고 했다. 2011년 소말리아 일부 지역에 기근이 공식 선언됐을 때 사망자가 25만명 발생했다. 지난주 유엔 인도주의 기구는 “이번 상황은 2011년 기근의 반복이 아니다. 그건 훨씬 더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이 기구는 소말리아 전역의 영양센터에서 아동이 최소 730명 사망했고 21만3000명 이상이 죽음이 임박한 상태라고 전했다. 

 

소말리아를 포함한 아프리카의 뿔 지역은 지난 네 차례 장마 기간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다. 이는 지난 반세기 만에 처음이다. 더 암담한 건 다가오는 장마 기간에도 비가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역 기후 예측 센터 책임자인 굴리드 아르탄은 “안타깝게도 우리 모델들은 다섯 번 연속으로 실패한 장마철로 접어들고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며 “에티오피아, 케냐, 소말리아에서 우리는 전례없는 재앙 앞에 서 있다”고 말했다. 올해 3∼5월 강수량이 60년 만에 가장 낮았고, 내년 3∼5월도 전망이 좋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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