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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고향이자 송해 잠든 곳에서…김신영표 전국노래자랑 ‘딩동댕동’

입력 : 2022-09-04 21:05:09 수정 : 2022-09-04 23:12:51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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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 새 MC 데뷔

이상벽 등 쟁쟁한 선배 제치고 꿰차
김상미 CP “희극인에 라디오도 진행
남녀노소 누구나 소통 가능한 인물”

“7살 때 아버지와 이 무대 위에 올라
이제는 MC 맡아 ‘금의환향’한 기분
송해 선생님 뜻 본받아 최선 다할 것”

“전국∼ 노래자랑∼!”

 

전 국민을 일요일 안방극장 앞으로 불러 모으던 낭랑한 외침이 지난 3일 대구 두류공원 코오롱 야외음악당에서 다시 울려 퍼졌다. 34년간 들렸던 송해의 구수한 목소리가 아닌 명랑한 음성의 주인공은 이날부터 KBS1 간판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 진행을 맡은 희극인 김신영이었다. 대구는 김신영의 고향이자 송해가 묻힌 곳이다. 1989년 7살에 아버지와 함께 ‘전국노래자랑’ 예선 무대(탈락)에 올랐던 어린 소녀가 30여년이 흘러 진행자로 다시 같은 무대에 오른 것이다. 오후 2시, 예정된 녹화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제작진 안내 멘트와 김신영의 부캐릭터인 ‘둘째이모 김다비’ 노래 ‘주라주라’가 흘러나왔다. 관객들은 환호하며 김신영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곧바로 김신영이 맑고 우렁차게 “여러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는 인사말과 함께 무대에 섰다. “오늘 제가 처음 녹화하는 뜻깊은 날입니다. 대구직할시 중구 남산동! 직할시 시절부터 함께했는데 대구에 와서 고향 분들을 만나니 금의환향한 기분입니다.” 관객들은 환영의 박수를 보냈고 김신영은 화답하듯 어색함 없이 첫 녹화에 임했다.

“일요일의 막내딸” 첫 인사 송해 뒤를 이어 KBS1 간판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 새 MC를 맡은 김신영이 지난 3일 오후 대구 달서구 코오롱 야외음악당에서 첫 진행을 하고 있다. 김신영을 새 MC로 선택한 데 대해 방송가에서는 송해와 같은 희극인 출신으로 라디오를 10년 이상 진행한 점, 함께 방송하는 이들이 편안함을 느끼도록 녹화 분위기를 만든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뉴스1

‘전국노래자랑’의 상징과도 같은 진행자의 ‘전국∼’ 선창과 관객의 ‘노래자랑!’ 후창도 능숙하게 이끌었다. 김신영은 “(제가) ‘전국~’ 이렇게 하면 선생님들은 시원하게 ‘신영아 잘해라. 대구의 이름을 알려라’하는 마음으로 ‘노래자랑~!’ 해주시면 됩니다. 뒤에 잔디(에 앉아있는) 선생님들도! 함 해보께요”라며 함성을 유도했다. 관객들은 적극 호응했고, 김신영은 “우리 슨생님들 증말 히트다. 히트!”라며 특유의 사투리 입담을 뽐냈다.

 

리허설 이후 “딩 동 댕 동” 실로폰 소리가 울려 퍼졌고, 김신영이 “전국∼”을 외치자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 “노래자랑~”이라고 후창했다. 이렇게 시작된 녹화는 2시간 동안 쉼 없이 진행됐다. 김신영은 관객들과 이야기하고 웃고 춤추면서 무대를 지켰다. 특히 무대에 오른 출연자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 출연자들이 댄스곡을 부르면 손뼉을 치며 관객 호응을 유도했고, 발라드를 부르면 양팔을 흔들었다. 어린이 출연자에게는 존댓말을 쓰면서 이야기를 이끌었다. ‘엄지 척’ 포즈를 취하거나 손하트를 날리며 에너지 넘치는 모습도 보였다. 생전 송해가 그랬던 것처럼.

 

첫 녹화를 무사히 마친 김신영은 “일요일의 막내딸이라고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마무리 인사를 끝으로 무대에서 내려왔다.

 

◆새 전국노래자랑 진행자가 만든 신드롬

 

지난달 29일 늦은 오후 KBS가 발표한 선택은 방송계는 물론이고 많은 사람에게 놀라움을 줬다. ‘전국노래자랑’ 새로운 MC로 김신영이 발탁되리라곤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그런데 KBS가 ‘최초 여성 MC’라는 타이틀까지 주면서 김신영을 선택한 데에 업계에서는 ‘충격’이 컸다. 1988년부터 34년 동안 송해가 맡아온 대표적인 장수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 후임을 누가 맡을지는 국민적 관심사였다. 송해가 지난 6월 세상을 떠난 이후 임수민 아나운서와 이호섭 작곡가가 임시 MC로 빈자리를 잠시 메꿔왔다.

 

상징적 자리인 만큼 KBS는 수개월이 지났는데도 후임자를 선뜻 발표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오랫동안 구수하고 푸근한 이미지로 진행을 맡아온 송해를 대체할 만한 사람을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아나운서 이상벽(75)과 ‘뽀빠이’ 이상용(78)을 비롯해 방송인 이수근(47), 강호동(52) 등이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KBS는 후보군에도 없던 김신영을 후임자로 선정했다. 송해가 처음 MC를 맡은 나이가 61세였음을 고려하면, 1983년생으로 올해 40세인 김신영은 상당히 젊다. 더욱이 1980년 이한필을 시작으로 역대 MC는 모두 남성이 맡아왔다. 그렇다면 왜 KBS는 김신영을 선택했을까.

 

우선 가장 큰 이유는 송해와 같은 ‘정통 희극인’이라는 점이다. 김상미 ‘전국노래자랑’ 책임프로듀서(CP)는 “송해 선생님이 살아 계실 때 후임은 본인처럼 ‘희극인’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송해 선생님이 ‘전국노래자랑’을 처음 맡았을 때도 ‘가로수를 누비며’란 라디오 프로그램을 오래 진행하고 계셨는데, 김신영도 10년 동안 생방송으로 라디오 프로그램(‘정오의 희망곡’)을 통해 청취자들을 만나 순발력과 성실성에 믿음이 갔다”고 섭외 계기를 설명했다.

김신영은 2003년 SBS 개그콘테스트 ‘단무지 브라더스’로 데뷔(SBS 7기 공채 개그맨)한 뒤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에서 ‘행님아’라는 코너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KBS1 ‘스타골든벨’, MBC ‘무한도전’ ‘무한걸스’ 등에 출연해 입담을 뽐냈으며 K-STAR ‘식신로드’, KBS2 ‘청춘불패 시즌2’ 진행도 맡았다.

 

더욱이 2008∼2010년 MBC 표준FM ‘심심타파’를 시작으로, 2012년부터 지금까지 MBC FM4U ‘정오의 희망곡’ 진행을 맡고 있다. 10년 이상 라디오를 진행한 DJ에게 주어지는 ‘브론즈 마우스’도 수상했다. 매주 일요일 전국 팔도를 돌며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전국노래자랑’ 촬영 환경을 TV와 라디오를 통해 이미 경험한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전국노래자랑’ MC는 진행만 잘한다고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개그우먼으로 시작한 김신영은 여성 예능인으로서 갖는 한계도 뛰어넘고, 라디오를 10년간 진행하며 끊임없이 청취자와 소통했다. 성실함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전국노래자랑’은 단순히 노래 경연 프로그램으로 치부할 수 없다. 지역 향토 음식과 문화를 소개하고, 출연자들이 준비해 온 온갖 물건들이나 특산품을 진행자에게 선물로 주거나 강제로 먹이기도 한다. 진행자 대응능력을 시험하는 녹화 현장 돌발 변수도 많다. 진행자 순발력과 임기응변이 중요하다. 타고난 ‘끼’가 있어야 한다. 김신영의 ‘끼’는 넘쳐난다. 희극인에 이어 라디오 DJ, 심지어 걸그룹 ‘셀럽파이브’와 트로트 가수 ‘둘째이모 김다비’로 활동하면서 음반도 냈다. 최근에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 출연, 정극 연기를 선보였다.

 

‘전국노래자랑’의 시청자를 고려한 면도 있다. 프로그램의 주요 시청자는 노년층에 쏠려 있다. 더불어 버스터미널 등 공공장소에서 ‘전국노래자랑’이 자주 방영된다. 그러다 보니 진행자 품격이 중요하다. 김신영은 데뷔 이후 안 좋은 소식으로 구설에 오른 바가 없다. 여기에 김신영을 통해 젊은 세대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김신영이라는 젊은 여성을 MC로 선정함으로써 시청자 외연을 확장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송해처럼 개그맨이면서 연기 퍼포먼스가 되는 사람, 사람들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사람, 특별한 물의를 저지르지 않았던 사람이라는 점에서도 김신영이 적격”이라고 평가했다. 김신영이 진행하는 ‘전국노래자랑’ 첫 무대는 다음 달 16일 낮 12시10분에 방송된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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