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콩쿠르 석권·월드 스타로 성장
황수미·임지영 등 젊은 음악가 조명
부모·교사 등 최선의 ‘교육 서포트’
한명 연주자 탄생 ‘가족 프로젝트’ 같아
테크닉과 함께 감정 표현력도 풍부
유럽과 달리 관객층도 젊어 신선감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역대 최연소 우승(임윤찬),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 우승(최하영), 장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양인모). 올해 세계적 권위의 국제콩쿠르에서 우리나라 젊은 음악가들이 거둔 성과다. 앞서 지난해에는 피아니스트 박재홍(이탈리아 부소니 콩쿠르), 서형민(독일 본 베토벤 콩쿠르), 김수연(캐나다 몬트리올 국제콩쿠르), 이동하(체코 프라하의 봄 국제콩쿠르) 등이 세계 무대를 석권했다.

한국 음악가들의 활약은 클래식 본고장인 유럽과 미국을 압도한다. 이들은 각종 콩쿠르 상위권을 휩쓸고, 권위 있는 오케스트라 단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해외 전문가들은 한국 클래식의 경쟁력으로 음악 영재를 발굴해 세계 정상으로 키워내는 교육 시스템을 꼽는다. 벨기에 공영방송 RTBF의 클래식 음악 전문 프로듀서인 티에리 로로는 31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K클래식 제너레이션’에서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시스템을 집중 조명했다.
로로 감독은 1996년부터 매년 세계 3대 음악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중계해왔다. 그가 2012년 제작한 다큐멘터리 ‘한국 음악의 비밀’이 ‘국제 클래식 음악 콩쿠르에 진출하는 한국인이 왜 이렇게 많은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면, 이번 작품은 ‘어떻게 해서 한국인들이 이처럼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가’에 대한 탐구다. 한국과 독일, 벨기에 등을 오가며 201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과 2015년 이탈리아 부조니 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문지영, 2016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파이널리스트 피아니스트 김윤지, 2018년 영국 위그모어홀 국제 현악사중주 콩쿠르에서 우승한 에스메 콰르텟 등 젊은 한국 음악가 8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가 꼽은 ‘K클래식’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바로 개인과 부모의 희생이다. 감독은 음악가 한 명을 키우는 것은 일종의 ‘가족 프로젝트’라고 설명한다. 클래식 관계자들은 “콩쿠르는 학생의 노력뿐 아니라 교사와 부모가 최선을 다해 조건을 맞춰줄 때 훌륭한 성적이 나온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연주자들이 테크닉만 뛰어나다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최근 등장한 ‘K클래식’ 세대는 음악을 통해 내면의 이야기를 꺼내고 발산하는 에너지와 표현력까지 갖추고 있음을 강조한다. 부모의 헌신적 지원과 경쟁 위주 교육은 여전하지만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교육 시스템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최근 내한해 기자들과 만난 로로 감독은 “한국은 부모가 어떤 것이 아이에게 좋을지 얘기하고 적극적으로 배우게 한다. 아이가 연주 외에 다른 것을 아예 생각하지 않도록 지원도 해준다”며 “다른 사회적 생활이 없으면 감정 개발이 어려울 수 있는데 한국에는 연주도 굉장히 잘하면서 감정 표현도 해내는 연주자가 많다. 임윤찬은 지금 18살인데 거의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세계적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도 영화에서 “유럽에선 한국인을 시칠리아인에 비유한다. (감정을 억제하는 일본에 비해) 훨씬 감정이 풍부하고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클래식 애호가와 관객층이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젊다는 점도 ‘K클래식’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영화는 조성진이나 황수미에게 사진 촬영과 사인 요청이 쏟아지는 모습을 비추며, 유럽 공연장에선 이처럼 젊은 관객과 열성 팬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로로 감독은 “한국 음악가들이 유럽의 클래식 음악에 신선함을 주고 있다”며 “클래식 음악의 발상지인 유럽에서는 관객 대부분이 노년층이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클래식 음악가를 마치 ‘록스타’처럼 받아들이는 모습도 보인다. 클래식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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