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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집은 응급실 아니다”…무례한 동네 주민들에 아내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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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27 16:15:37 수정 : 2022-08-27 18:2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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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의사 남편 둔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충 토로
일부 주민들, 밤낮없이 아이 아픈 문제 전화·카톡으로 문의
“병원에 있을 때나 의사지, 퇴근하고 쉴 때도 의사는 아냐”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남편이 ‘소아과 의사’라는 사실이 동네 주민들에게 알려진 후 일부 무례한 주민들의 행동 때문에 이사까지 하게 됐다는 사연이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글쓴이는 “의사네 집은 응급실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고통스러웠던 마음을 표현했다.

 

지난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의사네 집은 응급실이 아니에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동네에서 작은 소아과를 운영하는 남편과 4세 딸을 둔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A씨는 “남편의 소아과와 20분 정도 걸리는 아파트로 이사를 왔는데, 같은 아파트 주민들 때문에 다시 시댁 근처로 이사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우리 부부는 모두 아이를 너무 좋아하고 아이들이 병원에 오면 안쓰러워 한다. 다 내 딸 같고 그렇다”면서도 “이건 엄연히 남편이 (의사로) 병원에서 가운 입고 있을 때나 그렇다. 퇴근하고 집에서 밥 먹고, 쉬고, 잘 때도 의사는 아니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조리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친해진 사람들에게 남편이 의사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한 주민이 남편의 소아과에 방문했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됐고, 동네에는 A씨의 남편이 소아과 의사라는 이야기가 소문났다.

 

그 이후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일부 주민이 A씨의 전화와 카카오톡으로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해 “아이 영양제는 뭘 먹여야 하냐”, “아이가 아픈데 어떻게 해야 하냐”부터 시작해서 한밤 중에 전화해서 “응급실 가야 하는 거냐”, “아이 치아가 아픈데 어떡하냐” 등의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한 주민이 아파트 단체 대화방에 “○동 ○호 ○○아버님이 소아과 의사시니 저희 아파트 어린이 주치의 해주시는 거 어떠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 때문에 A씨 남편이 소아과 의사라는 사실이 다 퍼졌다.

 

결국 A씨 남편은 아이가 아플 때 대응 방법, 어떤 병원에 가야 하는지 등을 안내문으로 만들어 공유한 뒤에 “퇴근 후엔 진료를 보지 않으니 개인적 연락은 삼가달라”고 요청한 뒤 대화방을 나갔다.

 

그러자 아파트 내 소식을 듣기 위해 단체 대화방에 남아있던 A씨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A씨가 “모른다”고 일관하자 일부는 늦은 밤에도 A씨의 집을 직접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심지어 A씨 남편 차에 붙어있는 전화번호를 보고 연락하는 주민도 생기는 등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A씨는 “그때부터 주민들 연락 잘 안 받고 밤되면 인터폰을 꺼놓고 나니 조용해졌지만 유별난 주민들이 눈총을 주더라”라며 “그래도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누군가 제 험담한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험담 내용은 ‘의사면 돈도 잘 벌텐데’, ‘워킹맘도 아니면서 어린이집 보낸다’, ‘의사가 술 마시고 진료한다’ 등이었다.

 

A씨는 “결국 (주민들) 등쌀에 못 이겨 이사간다”라며 “우리 집이 응급실은 아니잖냐. 마치 의사는 봉사직인 것처럼 자다 말고 나가서 아픈 애 봐줘야 하냐. 응급이면 응급실을 가거나 5분이면 오는 응급차를 타야지. 단지 내에서 우리 집까지 뛰어오면 5분은 더 걸린다. 그 시간에 큰 병원 응급실을 가라”고 꼬집었다.

 

또한 “우리 남편 무료로 의대 다닌 거 아니다. 국가에서 전액장학금 준 것도 아니고, 개인 병원 월세 내고 간호사분들 급여 주는 개인사업자”라며 “물론 같이 있다가 옆에 아이가 쓰러지거나 무언갈 잘못 삼키면 당연히 돌봐주고 구급차 불러준다. 그래도 자는 사람 집까지 찾아와서 문 두드리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특히 “일주일에 한두 번 이런 일 겪으면 정말 사람이 예민해진다. 하다못해 어른 아픈 거까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며 “돈 아까워서 응급실 안 가시는 건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간혹 돈 드리면 되지 않냐는 건 너무 몰상식한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A씨는 “이제 떠나갑니다만, 주변에 의사를 너무 괴롭히지 말아달라. 그 의사들도 사람이고 자영업자 또는 직장인”이라고 마무리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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