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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도 北 흉내 내나”…中, 왜 대만에 미사일을 쐈을까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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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14 06:00:00 수정 : 2022-08-14 09: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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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해협 일대의 바다가 한층 거칠어지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도발’로 받아들인 중국은 대만을 둘러싼 바다와 하늘에서 대대적인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보복성 대만 포위 훈련을 시작한 4일 중국군 동부전구 소속 부대가 장거리 실사격 훈련 도중 공개되지 않은 모처에서 다연장로켓을 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이 쏜 탄도미사일이 대만 영토를 지나갔으며, 양안 갈등의 완충지대로 여겨졌던 대만해협 중간선은 전투기들이 드나들면서 무력화됐다. 사실상 대만을 봉쇄해 압박하겠다는 의도다. 

 

이를 두고 군사력을 앞세운 중국의 ‘대만 봉쇄’가 한반도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점령 대신 고립…‘북한·이란 따라하기’ 관측도

 

중국군은 지난 2일 대만 주변 6개 항행금지구역을 설정한 뒤 대대적인 군사행동에 나섰다. 지난 4일 둥펑(凍風) 계열 탄도미사일 11발을 쐈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최소 4발은 대만 상공을 가로질러 바다에 떨어졌다. 

 

대만해협에서는 지난 3일 전투기들이 중간선을 넘었고, 4일은 장거리 실탄사격훈련이 실시됐다. 5일 진먼(金門)섬에 무인기가 투입됐고, 6일 자국 군함이 대만 해안과 산맥 윤곽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가깝게 접근한 사진이 공개됐다. 

 

8일에는 071형 상륙함과 공기부양정을 투입한 상륙훈련이 중국 관영 CCTV를 통해 알려졌다. ‘대만 통일 리허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이 연일 계속됐다.

 

하지만 대만 공격을 위해서는 이번 훈련보다 훨씬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중국군 동부전구 소속 부대에서 지난 5일 둥펑(EF) 계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공군이지만, 끝내는 것은 육군이다. 미사일과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대만을 초토화할 수는 있으나, 육군이 투입되지 않으면 대만 점령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대만에 지상군을 보내려면 상륙작전이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해병대 병력과 더불어 수직이착륙전투기와 대형수송헬기, 공기부양정을 함께 운용하는 4만t급 강습상륙함과 2만t급 상륙함, 공군 수송기가 다수 필요하다. 

 

이를 통해 육·해·공군과 해병대 수만명이 일시에 투입되는 대규모 상륙작전을 펼쳐야 한다. 

 

중국은 Y-20 수송기와 075형 강습상륙함, 071형 상륙함을 다수 확보했다. 미국 UH-60을 모방한 Z-20 수송헬기도 만들었다. 

 

하지만 강습상륙함에 탑재할 수직이착륙전투기 개발은 난관에 부딪힌 상태다. 미국도 F-35B를 개발하면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수직이착륙전투기 개발은 기술적 난도가 높다. 

 

다양한 전력을 조합해 상륙함대를 운용하고 대규모 병력을 해안에 투입하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중군 해군 육전대는 신형 상륙함이 배치되기 전까지는 함대사령부 방어 등에 주력했던 부대였다. 방어적 성격의 부대를 공격적으로 바꾸는 것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미국이라는 동맹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중국의 처지에서는 더욱 그렇다.

중국군 동부전구의 한 병사가 지난 5일 대만 인근 군사훈련 중 망원경으로 대만 쪽을 바라보고 있다. 보이는 선박은 대만 호위함 란양호. 대만의 산과 해안선 등이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로 추정된다. 신화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최근 실시한 중국의 대만 침공 시뮬레이션에서 중국군이 대만에 상륙, 일부 지역을 점령하나 상륙함대를 대거 잃을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은 미국의 지원이 있을 경우 수도 타이베이를 지킨다. 

 

CSIS는 총 22개 시뮬레이션 중 18개를 진행했는데, 현재까지는 대부분의 시나리오에서 대만이 중국을 격퇴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알려졌다. 

 

대만 점령이 어렵다면, 중국은 압박과 봉쇄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

 

탄도미사일은 중국이 대만·미국보다 앞서 있다. 대만과 인접해 있어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대구경 다연장로켓, 중거리 미사일도 사용할 수 있다. 

 

이번 훈련에서는 탄도미사일과 전투기의 움직임이 주로 공개됐다. 대만 점령에 필요한 전력을 모두 확보할 때까지 미사일과 전투기로 대만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미국 허드슨 연구소의 브라이언 클라크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그들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대만이 봉쇄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봉쇄 전략은 대만과 미국을 압박한다는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는 평가다. 

중국군 동부전구 소속 J-11 전투기가 7일 공중훈련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바다와 하늘을 대상으로 탄도미사일 등 전략자산을 자유롭게 운용하는 것은 첨단군사기술을 정확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탄도미사일이 민간 피해 없이 대만을 지나간 것은 그만큼 중국 미사일의 기술적 신뢰성이 높다는 점을 과시하는 효과가 있다. 북한이 서해안에서 동해로 미사일을 쏘는 것과 유사하다. 

 

북한이 서해안에서 동해로 미사일을 쏘는 것과 2017년 ‘괌 미사일 포위 사격’ 위협을 떠올리게 하는 행보다.

 

세계 경제의 핵심 운송로인 대만 주변 해역을 통제, 세계 경제를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 이란이 미국과 갈등을 빚을 때마다 석유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는 것과 비슷하다.

 

대만해협은 중국, 대만, 일본, 한국을 오가며 전자제품 등을 수송하는 화물선의 주요 항로다. 

 

올해 1~7월 전 세계에서 운항한 컨테이너선 5400여척 중에서 약 48%(약 2600척)가 대만해협을 지났다. 

대만 해군 호위함이 동북부 이란현의 쑤아오 군항 인근 해역에서 미제 스탠더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중국이 지금보다 군사적 압박 강도를 높여 대만 TSMC 반도체 공급이 악영향을 받는다면, 서방의 대만에 대한 지지 약화로 미국의 부담이 커질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을 지지했던 유럽국가들은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자 대러시아 제재 결속력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군의 대규모 훈련은 군사적으로는 대만군의 활동을 위축시켜 무력통일에 필요한 환경을 만드는 효과가 있다. 

 

중국군이 대만과 매우 가까운 곳에서 훈련하는 것이 일상화되면, 대만군은 해당 구역에서 활동하기가 쉽지 않다. 군사작전 구역이 줄어들면 분쟁 시 대만이 대응할 시간은 줄어든다. 

 

이같은 구도가 고착화하면, 중국은 손쉽게 대만을 무력 통일할 여건을 만들 수 있다. 대만군이 맞대응 훈련을 실시하는 것도 이같은 위험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미국은 이런 새로운 현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분명히 한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만 해군 정비사가 8일 무인정찰기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기수를 들어올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국에도 영향 미칠 가능성…중국 압박 차단책 필요

 

중국의 대만 압박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아시아 정세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고, 미국의 활동을 견제하고자 한반도 일대에서 군사적 행동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해군의 활동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하이만과 서해를 담당하는 중국 북해함대가 대만해협 등으로 진출하려면 서해를 장악해야 한다. 서해 제해권을 노리고 중국 해군이 해상훈련 등을 강화할 수도 있다. 

 

실제로 중국군은 6일부터 15일까지 서해 남부 해역에서 실탄 사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대만해협에 이어 서해까지 중국군의 훈련이 이뤄지는 셈이다.

 

중국 해군 함정과 경비함들이 서해에 있는 한국과 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더욱 빈번하게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경비작전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한국 해군으로서는 중국 해군과 해경의 활동 증가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 공군 H-6K 폭격기가 훈련을 위해 비행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중국 전략폭격기와 전투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진입이 더욱 빈번해질 가능성도 높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2022 국정감사 이슈분석’에 따르면, 올해 1~6월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진입 횟수는 30여회에 달한다. 중국이 카디즈 무력화를 위해 군용기 진입을 늘린다면, 우발적 충돌 위험이 높아진다. 

 

중국이 군사적 행보를 늘리면, 미국도 한국에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호응을 촉구할 수 있다.

 

주한미군이 대만해협 분쟁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난 5일 중국의 이번 훈련 감시를 위해 미 공군 U-2S 정찰기가 주한미군 오산 기지에서 대만해협으로 출동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한미동맹을 활용하되, 신중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훈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아태지역에서 미중의 군사력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은 한미동맹 강화로 중국의 동맹 이완 시도와 군사적 강압을 차단하되, 노골적인 대중국 견제는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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