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용·호환 유심 ‘바로유심’ ‘원칩’ 출시
대기·고객센터 통화 없이 곧바로 개통
매장 상담·무료 데이터 제공 서비스도
중소 사업자엔 셀프 개통 확대 지원
SKT 소극적 대응
알뜰폰 가입자 확보 별다른 움직임 없어
이통사 점유율 제한에 원론적인 입장만
“자회사 시장 철수 결정나면 따르겠다”
국내 알뜰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통신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동통신 3사는 알뜰폰 시장에 각각 다른 방식으로 다가서며 고객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통신3사 알뜰폰 자회사 점유율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KT와 LG유플러스는 중소 사업자들과 상생·협력을 키워드로 알뜰폰 시장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반면 기존 가입자 수가 가장 많은 SK텔레콤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KT는 지난 18일 23개 알뜰폰 사업자가 공통으로 이용 가능한 알뜰폰 공용유심칩 ‘바로유심’을 출시했다. KT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가입자는 알뜰폰 브랜드 사이를 오갈 경우 온라인으로 유심을 별도 구매하거나 사업자별 유심을 따로 살 필요가 없어 부담을 덜 수 있다. 바로유심 구매 고객은 KT 알뜰폰 사업자의 ‘셀프개통’ 서비스로 개통 대기 및 고객센터 통화 없이 즉시 개통이 가능하다. KT 가입자도 온라인 유심 가입 ‘KT 다이렉트’로 자급제·중고·해외직구 폰 등을 개통할 수 있다.
KT는 지난 6월 통신3사 최초로 통합 고객사서비스 채널 ‘마이알뜰폰’도 열었다. 마이알뜰폰은 프리텔레콤·유니컴즈·엠모바일·스카이라이프 등 총 24개 알뜰폰 사업자가 참여한 플랫폼으로 고객센터 창구 역할을 한다. 가입회선 정보 조회, 사용량 및 요금 조회, 분실 신고, 일시 정지 등을 할 수 있다. 중소 사업자들의 인력 부족 문제를 KT가 돕는 취지다. KT는 하반기 내 마이알뜰폰 전용 앱(APP)을 출시하고 고객 셀프 개통, 요금제 변경, 알뜰폰 사업자별 요금제 간편 검색 등 온라인 서비스를 추가 제공할 예정이다.
KT는 16개 알뜰폰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셀프 개통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이를 통해 고객센터 인프라가 부족한 알뜰폰 사업자와 즉시 개통을 원하는 고객들을 지원하고 있다. 또 고객이 온라인몰에서 유심을 주문하면 인근 배달 라이더가 1시간 이내에 유심을 배송하는 ‘바로배송’ 서비스도 제공한다. 바로배송 서비스는 수도권과 광역시, 전국 주요 도시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향후 배달 지역이 확대될 예정이다. 이밖에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구독형 요금제를 출시해 알뜰폰 요금 경쟁력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최세준 KT 알뜰폰 담당 상무는 “바로유심은 KT망 알뜰폰 사용 고객과 유심 주문 접수·배송 및 유심 입점 제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사업자들을 위해, 마이알뜰폰은 고객센터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중소 사업자들을 위해 준비했다”며 “고객 불편 해소를 위해 서비스 경쟁력을 지속해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6월 자사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사업자와 공동 파트너십 프로그램 ‘플러스(+) 알파’를 발표했다. LG유플러스는 중소 알뜰폰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구독형 제휴 요금제 출시, 공용유심 유통 확대, 셀프개통 확대, 저렴한 가격의 유심 공급 등 지원책을 내놨다. 또 알뜰폰 업계 최초로 장기고객 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LG유플러스 매장에서의 알뜰폰 상담 및 무료 데이터 제공, 노후 유심 교체 등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말에는 자사망 27개 알뜰폰 사업자 간 호환 유심인 ‘원칩’을 선보였다. 이마트24 편의점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었던 원칩은 이제 배달의민족에서도 살 수 있게 됐다. 원칩은 향후 전국 대형마트와 쿠팡, 네이버 등에서도 판매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유통망 확대로 원칩이 연간 10만개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준동 LG유플러스 컨슈머서비스그룹장은 “알뜰폰 고객이 보다 편리하고 합리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알뜰폰 고객과 중소 사업자의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지난 3년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다양한 중소 알뜰폰 상생 활동을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알파’ 브랜드와 연계해 체계적으로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KT와 LG유플러스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이미 40% 이상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중소 알뜰폰 지원에 대한 업계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반면 정부와 국회에서 통신사 자회사 알뜰폰 규제 움직임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통신 3사의 알뜰폰 자회사 시장 점유율은 51.7%로 집계됐다. 이에 대기업 통신사 견제라는 알뜰폰 취지에 맞게 시장 정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신 3사가 장악하는 알뜰폰 시장에서 경쟁 제한과 같은 불공정 행위가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알뜰폰 가입자 확보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존 가입자가 가장 많은 상황에서 가입자당 평균 매출이 낮아 수익성이 떨어지는 알뜰폰 회선이 늘어날수록 무선 사업 매출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이런 배경에서 SK텔레콤의 알뜰폰 정책에서는 KT나 LG유플러스의 정책 같은 중소 사업자들과 협력, 파격적인 요금제 지원 등은 찾아보기 어렵다. 알뜰폰 시장에서라도 점유율 만회에 나서야 하는 KT, LG유플러스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SK텔레콤은 정치권의 통신 3사 알뜰폰 점유율 제한 움직임을 내심 반기는 모습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지난 11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간담회 뒤 통신 3사 알뜰폰 규제와 관련해 “알뜰폰 서비스 활성화와 중소 사업자들과의 상생이라는 관점 두 가지를 다 고려해서 정책이 결정됐으면 좋겠다”고 원론적인 언급만 했다. 강종렬 SK텔레콤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 담당 사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알뜰폰 자회사의 시장 철수를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의 질의에 “논의가 철수 쪽으로 결정이 나면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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