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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가해男 인지·심리, 성교육 넘어 ‘시민성 전방위적 개선’ 필요” [심층인터뷰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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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24 20:26:39 수정 : 2022-07-24 20:2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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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폭력 사각지대’ 기획을 위해 세 번째로 만난 전문가는 디지털 성범죄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수사 공조, 피해자 지원 활동 등을 하는 프로젝트 리셋(ReSET) 팀이다.

 

지난 20일과 22일 서면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리셋은 “가해와 피해가 성별화되는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에 맞게 교육의 대상을 제대로 판단하고, 가해자를 향한 메시지 전달에도 주저함이나 필터링이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 일문일답.

 

◆여혐 콘텐츠 범람, 10대男 인지 구조 바꿔

 

-10대 가해자가 또래 피해자에게 저지르는 디지털성폭력 피해가 빈도와 수위 모두 심각해지고 있다. 현장에서 보면 어느 정도인가.

 

“학교에서 발생하는 사건이 빈번해졌다. 지난주에만 최소 두 명의 남자 중학생이 여자화장실에 침입해 불법촬영을 하다 검거됐고, 두 명의 남자 고등학생이 최소 다섯명의 교사를 불법촬영했다. 

 

학교폭력 피해자를 괴롭히는 수단으로 디지털 성범죄가 이용되는 상황도 종종 확인된다. 실제로 피해자의 SNS를 닫게 하기 위해 성착취물을 대량으로 보내는 ‘테러’를 모의한다거나, 피해자의 학교 공식 SNS에 피해자의 불법합성물을 보내는 등 양상이 다양해졌다.

 

가장 많은 피해 유형은 소위 ‘지인능욕’이라고 불리는 복합적 디지털 성범죄다. 불법합성물 제작과 성적 모욕, 성적 허위사실 및 개인정보와 일상 사진의 유포가 결합된 범죄다. 피해자가 SNS 계정을 비공개로 돌려도 정보와 사진이 유포되는 것을 보면 가해자가 피해자를 잘 아는 주변인임을 알 수 있다.”

 

-어떤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나.

 

“이들의 범죄 상황에서 전반적으로 ‘유흥’ 혹은 ‘즐거움’이 느껴진다. 남초 사이트나 카카오톡 단톡방 등 남성 공동체에서 자신의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혹은 다른 남성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또래 피해자를 불법촬영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들키면 큰일난다’면서도 이내 ‘고소할테면 하라지’라며 감행할 수 있는 것은 사법부나 현 사회에 대한 업신여김은 물론 불법촬영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기는 사고가 뿌리깊기 때문이다.”

 

-경찰이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는 것 같은데.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들은 대부분 ‘잡히지 않는다’라고 생각한다. 텔레그램이나 디스코드의 경우 가해자들은 해외에서 만들어진 앱이기 때문에 수사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안다.

 

수사관들 역시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다. 범죄 정황을 채증하고, 사이버경찰청 홈페이지나 경찰서에 방문해 제보를 진행해도 수사관들은 ‘본인이 피해자냐’, ‘이 사진에 찍힌 여성이 실존 인물인지 어떻게 아느냐’, ‘음란물일수 있지 않느냐’라는 허무맹랑한 소리만 한다. 

 

제가 ‘직접 피해자와 연락해 제보를 진행한 것이다’라고 해도 추가 설명 없이 ‘수사가 어렵다’고만 반복한다. 심지어 불법촬영인 증거를 가져오라고 하기도 한다. 피해자가 신고한 뒤 제일 처음 만나는 것이 수사관인데 이들의 플랫폼·범죄 이해도가 너무 떨어져 피해자들이 일일이 설명해줘야 하고 증거도 직접 모아와야 한다면 어떤 피해자가 신고를 하고 싶겠는가.” 

 

-10대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부모님께 피해 사실이 알려질까 걱정하는 것이다. 미성년자도 단독으로 신고할 수 있으나 잘 알려져있지 않고, 수사관이 피해자에게 보호자 동행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하면 대부분 신고를 포기한다. 결국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조치는 SNS 계정을 비공개로 돌리는 것인데, 그마저도 가해자가 피해자 주변 사람(SNS 맞팔)이면 소용이 없다. 

 

SNS가 소통의 주 수단이 되어버린 요즘 계정을 닫는 것은 또래사회에서의 소외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자의에 반해 SNS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SNS 활동 자체로부터 트라우마를 호소하기도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 중 하나다.”

 

-10대 가해자의 경우 무엇이 그들의 범죄를 부추겼다고 보는지.

 

“유튜브 등 플랫폼과 이들이 검수하지 않는 자극적인 콘텐츠 영향이 크다. 여성혐오적 콘텐츠가 제지되지 않고 넘쳐나기에 여성을 ‘동등한 사람’이 아닌, 마음껏 찍고 합성해도 되는 존재로 여긴다. ‘예술’과 ‘관심’을 위해 여성을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게끔 가해자들의 인지구조를 바꾸어버렸다고 본다.

 

실제로 그걸 범죄행동으로 실천했을 때 조회수와 ‘좋아요’ 등 즉각적이고 가시화된 긍정적 반응이 폭발적으로 나타나기에 범죄행동이 강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원하는 반응을 얻지 못했을 경우에도 범행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수위가 높지 않아서 그렇다’ 등의 이야기를 하며 범행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해외, 불법촬영 학생 신상공개 vs 韓, ‘범죄’로 보지 않는 인식 여전

 

-학교, 사회, 국가는 제대로 문제를 파악하지도 대처하지도 못하는 버거운 모습이다.

 

“디지털 성범죄의 역사에 비해 문제라고 인식한 역사가 너무 짧기 때문이다. 디지털 범죄는 다른 범죄보다 빠르고 다양하게 진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현대 사회에서 범죄에 대응하는 두 방식인 ‘법률’과 ‘사회인식’ 모두 유연하고 빠른 대처에 취약하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아무리 경계해도 과하지 않은데, 솔직히 말해 우리 사회는 아직도 소라넷이나 n번방 사건 등 몇 건에 대해서만 반응할뿐이다. 디지털 성범죄 자체는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

 

조주빈만 본보기로 가중형량을 주고,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구매한 자들은 집행유예나 벌금형, 혹은 성착취물임을 몰랐을 수 있다며 무죄를 선고하는 나라다. 이런 사회의 구성원들이 디지털 성범죄를 문제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조차 전체 범죄가 아닌 ‘N번방’에만 집중했고, 이제는 잊힌 부분도 많다. 화제성이 있을 때만 겨우 처리하는 시늉을 하는 것은 ‘범죄’라는 엄중한 인식이 없다는 뜻이다.”

 

-아동청소년 가해 집단의 정서 또한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거의 인지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온다.

 

“가정, 학교(공교육), 사회 등 어느 곳에 속해있든 다 비슷한 해석을 갖고 있고 올바른 인식도 드물다. 애초에 대부분이 성교육의 주제인 ‘성’을 그저 ‘자극적인 욕구’ 정도로 협의하게 해석하다 보니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가 없다. 아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가정에서부터 교육해야 하는데 대부분 부모들이 성을 ‘알려선 안되는 것’, ‘부끄러운 것’으로 치부하기 일쑤다. 

 

학교 역시 아는 것이 없으니 가르칠 수도 없다. 이를 가르쳐야 할 남성 교사가 관사에서, 초등학교에서, 공중화장실에서 불법촬영을 하는 상황이다. 사회가 여성을 타자화·대상화하는 관습을 개선하지 않는 한 올바른 교육은 불가능하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차가 여학생과 남학생 간 크게 나타난다. 성별화되는 특성에 맞게 어떠한 대처가 필요한가. 

 

“똑같은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자라나지만 결과가 다르다는 건 공교육과 사회의 실패가 아니라 ‘남성집단의 실패’로 봐야 하지 않을까. 다만 이는 선대 남성들과 사회의 잘못이다. 12살 촉법소년이 성착취 단체방을 운영하기까지 그는 불법촬영물, 촬영하는 사람들, 아무 제지도 처벌도 받지 않는 범죄자들, 이를 우상시하기까지 하는 남성 공동체와 사회를 봤을 것이다. 학교에서는 지루한 교육을 통해 불법촬영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같이 놀고 동경하는 형들은 불법촬영물을 공유하면서 유대감을 다진다. 이를 보면서 후자를 선택한 것이다.

 

현 사회는 가해자를 향한 메시지 전달을 두려워한다. “불법촬영 하지 마라” 대신 “SNS에 사진 올릴 때는 주의하라”는 식으로 피해자를 조심시키는 것이 주를 이룬다. 가해자들, 남성들은 자신의 행위가 문제가 아니라 이를 문제시하는 피해자와 일부 사회 구성원이 이상하다고 판단하게 된다. 교육의 대상을 제대로 판단하고, 메시지를 전달할 때도 주저함이나 필터링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범죄 예방 및 재발 방지를 위해 처벌 강화도 강력하게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 샤워실 등에서 불법촬영을 한 한국 남성 유학생의 경우 실명과 얼굴 사진 등 신원 정보가 공개됐다. 실형을 선고받지는 않았지만. 한국에서 신상이 공개된 디지털 성범죄자들은 조주빈과 문형욱 등 ‘특이 케이스’뿐이다. N번방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구매하고 제작한 38세 남성에 대해서 강원 경찰이 신상공개 결정을 내렸지만, 법원은 가해자의 신상공개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 결국 아무도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됐다.

 

사회적 제지도 중요하다. 10대의 경우 자신이 내집단으로 규정한 대상, 소위 ‘형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디지털 성범죄를 자행하기에 사회적 제지가 더 효과적일 것이다.

 

가장 시급한 조치를 꼽으라면 ‘신상공개 대상의 확대와 실질적 시행’이겠다. 다만 이 경우 검거되어야 한다는 선행조건이 붙는다. 디지털 성범죄가 멋있거나 힙한 것으로 여겨지는 현 상황을 타파해야 한다는 것. 누가 불법촬영물을 공유하면 낄낄대는 대신 소셜그룹에서 내쫓고 신고하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남 청소년 대상 성교육, ‘특혜’ 될 수 있어 신중해야

 

-여학생과 남학생에게 필요한 젠더 인식/성교육이 달라야 한다고 보는지.

 

“크게 다를 필요가 없다고 본다. 애초에 교육의 실패라고 보기 힘들다. 교육을 듣지 않는 것의 문제면 여자 청소년들이 성교육을 열심히 듣는 비율도 그렇게 높을 것 같지 않다.

 

같은 교육을 받았음에도 성별에 따라 다른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은 결국 ‘성별’이 차이를 만드는 변인이라는 뜻이다. 이는 성별에 따라 다른 교육을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남자 청소년들은 자신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러나 피해자성의 부재와 피해자에 대한 공감능력은 반드시 상관관계인 것은 아니다. 난민에게 공감하며 돕고자 한다고 다 난민이었던 것이 아니고, 조혼 위기 아이들을 후원하는 사람이 ‘나도 조혼 위기에 처할 수 있으니까’라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니다. 범죄에 무관심한 것과 범죄를 저지르는 데 거리낌이 없는 것 간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더 필요한가.

 

“성교육 뿐만이 아닌, 사회화와 도덕성 교육을 통해 ‘피해자에게 공감하지 않더라도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 남성 시민을 양성해야 한다. 그래야 금전적 이유 등으로 디지털 성범죄를 자행하는 이들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돈 때문이 아니더라도 피해자에게 공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범죄를 방관하고 2차 가해하며 조장, 직접 실행하는 ‘가벼운 동기’의 범죄자들이 너무 많다. 사실상 남성 문화 중 일부로 자리잡아버린 상황이다.

 

현재 10대 디지털 성범죄자들이 보이는 인지적 심리적 특성은 성교육을 넘어서는 ‘인간성에 대한 전방위적 개선’을 필요로 한다고 본다. 따라서 성교육·젠더교육에만 집중하는 것, 남 청소년 대상 성교육을 별도 프로그램화 하는 것 모두 효율성과 필요성이 의심된다.”

 

-남자 청소년 대상 교육을 하더라도 결국 페미니즘 교육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사회는 남 청소년이 디지털 성범죄를 하지 않는 이유로 ‘쟤는 여자한테 관심이 없어서’라고 말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여성이 사람이라는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여학생들에게 교육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 남학생만을 위해 시간과 예산을 들인다는 건 사실 특혜라고까지 판단한다.

 

여자청소년들 또한 남성성의 재정의와 바람직한 남성성에 대한 교육, 여성과 관계 맺는 남성을 판단하는 기준 등을 배워야 한다. 전반적인 성교육, 페미니즘 교육의 질 향상이 필요한 상황에서 남성에게만 진일보한 교육을 제공할 이유가 없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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