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스페인에서 소몰이 축제가 재개되었다. 소와 사람들이 뒤섞여 일정 트랙을 함께 달리는 이 행사가 끝나면, 소들은 투우사들의 칼에 찔려 죽임을 당한다고 한다. 매우 잔인한 이 행사는 동물학대 논란에도, 또 같이 달리는 사람들의 부상과 사망 위험에도 전통문화라는 명목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과 콜롬비아, 멕시코 등에서 열리는 투우 경기 역시 잔인하기는 마찬가지다.
인간의 한순간의 재미와 유흥을 위해 동물의 하나뿐인 생명이 앗아지는 것이 옳을까. 투우를 허용하는 국가들 내에서도 거센 비판이 이어지면서, 최근 멕시코 법원은 멕시코시티 최대 투우장에서 투우 경기를 열지 못하도록 하는 결정을 내렸다. 아르헨티나, 칠레 등에서는 이미 법적으로 투우를 금지한 상태다.

투우, 투계, 투견. 시대와 장소에 따라 동물의 종은 다를 수 있지만, 어찌되었건 동물에게 인위적으로 싸움을 붙이는 사람들의 행위는 지속되고 있다. 누군가는 전통문화라고, 또는 인간의 직업선택의 자유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분명한 점은 그것이 동물의 생존의 권리와 학대받지 않을 권리를 넘어서까지 보호받아야 하는 가치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또한, 이러한 행위는 재미를 위해 동물을 다치게 하거나 죽여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줄 것이다.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은 “도박, 광고,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학대행위로 금지한다. 다만, 전통 소싸움은 민속경기로서 금지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통문화라고 해서 반드시 보존되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시대와 인식의 변화에 따라 그 필요성이 사라지거나 문제점이 생겨난다면 금지될 수도 있다. ‘현재’ 시점에서 그 문화가 꼭 필요하고 올바른 것인지, 강제로 싸움에 동원되어 죽거나 다치기 전에는 그곳을 나올 수 없는 동물의 입장은 어떨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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