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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생, “죄송합니다” 한마디… 고의성은 부인

입력 : 2022-07-18 06:00:00 수정 : 2022-09-14 16: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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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후 도주, 준강간치사 혐의
피해자 추락 인정… 고의성 부인
떠민 정황 확인 땐 ‘살인’ 적용

‘가해자 빠진 총학 입장문’ 논란
가해자 추정 정보 온라인 유출도
대통령실 “애통”… 재발 방지 약속
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1학년 남학생 A(20)씨가 1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인하대학교 캠퍼스에서 동급생을 성폭행하고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같은 학교 1학년 남학생이 경찰에 구속됐다.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17일 준강간치사 혐의로 인하대 1학년생 A(20)씨를 구속했다. 고범진 인천지법 당직 판사는 이날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준강간치사죄는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이나 추행을 한 뒤 피해자를 숨지게 했을 때 적용한다. 유죄로 인정되면 무기징역이나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는다.

 

앞서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인천지법에 들어선 A씨는 포승줄에 묶인 채 수갑을 찬 상태였다. 얼굴 대부분은 모자와 마스크로 가렸다. 경찰 승합차에서 내려 이동하며 A씨는 ‘성폭행 혐의 인정 여부’와 ‘증거인멸 시도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 없느냐”는 물음에는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5일 새벽 인천시 미추홀구 소재 인하대 내의 한 단과대학에서 피해자 B씨를 성폭행했다. 이후 B씨는 건물 3층에서 추락해 숨졌다. A씨는 B씨를 포함해 일행과 다 같이 술을 마신 뒤 “학교까지 바래다준다”며 B씨와 따로 이동했다.

 

사건 현장 인근의 폐쇄회로(CC)TV에는 당일 오전 1시30분쯤 A씨가 B씨를 부축해 학교 건물로 들어가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때 해당 건물에는 이들 외에 다른 일행은 없었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A씨의 휴대전화를 발견하고 참고인 조사를 펼쳤다. 조사 도중에 A씨가 혐의를 인정하자 경찰은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긴급체포했다.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는 해당 단과대학 건물의 1m가량 높이 창문틀에서 B씨가 스스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지 현장 실험을 실시했다. 사건 당시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 피해자가 건물 복도 창문에서 추락하는 상황 등을 가정해 본 것이다. A씨가 B씨를 성폭행한 뒤 고의로 건물 밖으로 떠밀었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가 건물에서 떨어져 숨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B씨를 밀지 않았다”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로 같은 학교 남학생이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 16일 인천시 미추홀구 캠퍼스에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B씨는 사건 발생 당일 오전 3시49분쯤 인하대 캠퍼스 안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가 발견됐다. 그는 머리뿐 아니라 귀와 입에서도 많은 피를 흘리고 있었으며, 심정지 상태에서 119구급대가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결국 숨졌다. A씨는 범행 후 B씨의 옷을 다른 곳에 버리고 집으로 도주한 상태였다.

 

경찰은 A씨 진술을 토대로 일단 살인이 아닌 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치사는 살인의 고의성이 없을 때 적용하는 혐의다. 경찰은 A씨가 고의로 B씨를 건물 밖으로 떠밀었다는 정황이 확인되면 살인으로 죄명을 바꾼다는 방침이다.

 

학내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학생들과 교수, 교직원들의 애도 발길이 이어졌다. 총학생회는 이번 성폭행 및 추락 사건에 대해 입장문을 내놨다가 비판을 야기했다. 피해자를 제대로 배려하지 않고, 가해자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이었다.

인하대 총학 비대위 입장문. 홈페이지 캡처

인하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학교 홈페이지에 옮긴 입장문은 ‘눈물을 삼키며, 미어지는 가슴을 안고’였다. 총학생회 비대위는 입장문에서 “그저 떨리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터져 나오는 울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고개만을 떨굴 뿐”이라며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과 끝없는 눈물을 삼키며 미어지는 가슴을 안고 하나뿐인 가족이자 친구, 그리고 동기와 후배를 떠나보낸 이들을 위로한다”고 적었다. 이어 “충격과 혼란에 빠져 있을 학생 여러분께도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 A씨에 대한 별도의 언급은 없었다.

 

재학생들은 총학생회가 입장문에서 가해자에 대한 강력처벌 등을 언급하는 내용을 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인하대 재학생 익명 게시판과 온라인 공간에는 “가해자 처벌 호소는? 재발 방지 대책은?” “개인 감성글을 올렸다” “입장문이 경솔했다” 등 부정적 반응이 잇따랐다.

 

수사기관이 A씨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A씨로 추측되는 인물의 개인정보가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유포되는 것으로도 파악됐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사건 피의자 A씨’라며 특정 인물의 이름과 나이, 전화번호, 소속 학과, 학번 등 여러 정보와 사진들이 공유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애통하고 비통한 일”이라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참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저희가 할 일은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법과 질서를 더 세우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애통하게 세상을 떠난 희생자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인천=강승훈·박명원,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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