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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카본’(Blue Carbon) 갯벌의 가치 [더 나은 세계, SD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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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18 10:00:00 수정 : 2023-08-17 22: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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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 소재 대부도 갯벌의 모습.

 

지난 5월3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새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탄소 흡수원 확대 분야를 보면 ‘블루 카본’(Blue Carbon)이라는 용어가 포함되어 있다. 이제는 어느 곳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탄소’라는 개념을 색으로 구분해 놓은, 다소 생소한 용어다.

 

탄소는 발생 방식에 따라 크게 세가지 색깔로 구분된다. 그린 카본과 블루 카본, 블랙 카본으로 이들은 지구 대기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모두 다르다.

 

흔히 탄소라고 하면 블랙 카본(Black Carbon)을 뜻한다. 블랙 카본은 이산화탄소 형태로 대기에 배출되어 온실효과를 발생시키는데,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고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CBAM)에 기반이 되고, 국내에서도 올해 3기가 시작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Emissions Trading System·ETS)에서 언급되는 탄소가 바로 블랙 카본이다.

 

그린 카본(Green Carbon)은 육지 생태계가 흡수하고 저장하는 탄소다. 화석연료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생명체에 필수적인 산소를 배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특별히 대기를 정화하는데도 탁월한 기능을 발휘하는 매우 중요한 탄소 흡수원이다.

 

아마존 등으로 대표되는 열대 우림과 산림, 숲 등이 그린 카본에 속한다. 전 세계 열대 우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마존은 흔히 ‘지구의 허파’로 불리며 지구 산소의 약 20% 이상을 만들어낸다. 지구에서 가장 광범위한 열대 우림으로 면적이 인도(330만㎡)의 2배가 넘는 무려 700만㎡에 이른다. 브라질과 페루, 볼리비아,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 9개 국가에 걸쳐 있으며, 10만종이 넘는 무척추동물과 40만종이 넘는 식물을 포함해 전 세계 모든 식물과 동물종의 약 10%가 서식하는 지구 생명의 보고이며, 그린 카본의 메카(Mecca)이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국정과제에 포함한 블루 카본은 바다와 습지 등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가리킨다. 세계 최대의 환경 국제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2009년 보고서에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열대의 해양 식생 숲이 탄소 흡수와 대기 정화에 미치는 영향이 분석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유엔의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2013년 공식적인 탄소 감축원으로 인정했다.

 

블루 카본은 기후 대응과 탄소 저감에 특별한 능력을 보여준다. 탄소 흡수 속도가 그린 카본에 비해 최대 50배 빠르고, 양도 5배 더 많기 때문에 학계와 산업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맹그로브 숲과 염습지, 잘피림 등을 들 수 있다.

 

열대와 아열대에 걸쳐 잘 발달된 맹그로브 숲은 기후 변화 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필수적인 친환경 생태계에 속한다.

 

염습지는 바닷물이 드나들어 염분 변화가 큰 습지를 말하며, 흔히 갯벌과 비슷한 의미로 염분 변화에 강한 생물이 서식하는 곳을 뜻한다.

 

잘피림은 거머리말과 새우말 등 현화 식물이 집중적으로 모여 사는 곳을 의미한다.

 

최근 정부에서 차세대 탄소 흡수원으로 주목하는 건 단연 블루 카본이다. 오랫동안 자연 생태계의 대표적 탄소 흡수원이었던 산림은 급속히 노후화돼 흡수력이 크게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해 발표된 국가 온실가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기준 5898만t에 이어 2021년 3955만t, 2030년 2210만t 흡수가 각각 예상된다. 

 

더불어 대형 산불과 같은 사고가 잇달아 생겨 탄소 흡수원으로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반면 블루 카본의 가치는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CI(국제보호협회)와 유네스코, 세계자연보존연맹(IUCN) 등 환경 관련 국제기구들이 모여 만든 블루 카본 이니셔티브(Blue Carbon Initiative)에 따르면 전 지구 탄소 순환의 약 83%는 해양을 통해 이루어진다. 블루 카본은 이 해양 생태계를 기반으로 하는 탄소 흡수원이기 때문에 지구 환경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블루 카본으로 인정하는 사례는 앞서 말한 맹그로브 숲과 염습지, 잘피림 정도로 한정되어 있다.

 

이와 달리 해양에서 블루 카본 사례는 매우 다양하다. 이를테면 해양 생태계 먹이사슬의 최상위층인 향유고래는 약 20~33t의 탄소를 흡수하여 200년(고래의 평균 수명) 동안 몸에 보관한 채 살아가기도 한다.

 

최근 한국의 갯벌이 차세대 블루 카본으로 떠오르고 있다. 면적이 무려 2482㎦로 세계 5대 갯벌로 꼽히고 연간 26만t의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동차 약 11만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맞먹는 규모다.

 

다만 대부분인 2447㎦는 식물이 살지 않는 비식생 갯벌이며, 약 35㎦만이 염생식물이 사는 염습지로 구분된다.

 

아쉽게도 IPCC 등 주요 국제기구는 비식생 갯벌을 아직 공식적인 탄소 흡수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관련 연구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국 정부를 비롯한 국제 전문가들은 비식생 갯벌에 대해서도 블루 카본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이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인 미국 스미스소니언 환경연구소의 패트릭 메고니갈(Patrick Megonigal) 박사는 2019년 인천 강화도 갯벌을 직접 방문한 뒤 ‘블루 카본 가능성이 매우 충분하다’는 의견을 남긴 바 있다.

 

우리 정부가 블루 카본에 갯벌을 포함시키려는 이유는 단기적으로는 그동안 산림 위주로 진행된 자연 기반 탄소 흡수원에 바다(갯벌과 해양생물)를 포함해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폭넓게 인정받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갯벌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인벤토리(inventory·목록)로 들어가 IPCC 등 국제기구에서 탄소 흡수원으로 인정받기 위함이다.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블루 카본의 영역이 넓어지면 탄소 감축을 위한 각국의 다양한 시도와 연구는 더욱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 탄소 중립의 선순환 구조가 더욱 활발해지는 셈이다.

 

최근 해양수산부는 2017∼21년 진행된 국내 블루 카본 정보 시스템 구축 및 평가관리 기술 개발 연구를 통해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으며, 2024년에는 이를 인벤토리에 포함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향후 국내 갯벌의 블루 카본 지정은 해양생태학적 및 기후 대기학적 측면에서 국내외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큰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일반 시민사회가 갯벌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더 많은 지원을 쏟아야 하는 까닭이다.

 

이예인 UN SDGs 협회 연구원 unsdgs.yein@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 협의 지위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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