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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레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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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13 23:35:34 수정 : 2022-07-13 23: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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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가톨릭은 누군가를 성인으로 추대하려고 할 때 이에 찬성하는 ‘하느님의 변호사(God’s advocate)’와 반대하는 ‘악마의 변호사(Devil’s advocate)’로 나눠 자격을 검증한다. 성인 반열에 거론되는 사람이라면 훌륭한 인품을 지녔겠지만, 악마의 관점에서 흠을 들춰내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나중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2016년 교황청이 ‘빈자들의 어머니’ 마더 테레사 수녀를 시성(諡聖)할 때 ‘자비를 팔다’라는 비판적인 책을 쓴 영국 언론인 크리스토퍼 히친스에게 이 역할을 맡겨 화제가 됐다.

군에서 아군의 약점을 공격해 개선 방안을 찾는 역할을 하는 가상의 적군을 ‘레드팀(Red Team)’이라고 한다. 냉전 시기에 미군이 모의 군사훈련 과정에서 아군인 블루팀(Blue Team)의 취약점을 파악, 분석하기 위해 편성한 가상의 적군을 레드팀으로 지칭한 데서 유래했다. 미군은 레드팀 요원을 양성하는데, 가정할 수 있는 온갖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이 짜여 있다. 미군과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레드팀을 상설화했다. 테러 조직의 시각에서 침투 훈련 등을 해 방어 체계의 허점을 속속들이 파악하려는 것이다.

한때 전 세계 1위를 구가했던 ‘휴대폰 왕국’ 노키아가 핵심 사업에서 치명상을 입은 건 ‘절대 무너질 리 없다’는 확신 탓이었다. 자동차 최강자였던 토요타가 왕좌를 내준 건 리콜 사태로 노출된 자사의 도덕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여전히 자사 브랜드를 사랑해줄 것’이라는 낙관 때문이었다. 조직적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집단 사고의 편향성을 피하기 위해 정부, 기업 등에서 속속 레드팀을 만들고 있는 이유다.

대통령실이 최근 레드팀 구성에 나섰다고 한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이 일부러 반대편 입장에 서서 조직 내부의 취약점을 사전에 드러내 경고하는 자문위원회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두 달 만에 30%대로 곤두박질치자 보다 세밀하게 여론을 살피겠다는 뜻일게다. 아무리 레드팀이 맹활약을 하더라도 결국 리더가 쓴소리를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다. 과연 레드팀이 성과를 낼지 의문이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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